세계적 팬데믹을 불러온 코로나19(COVID-19) 바이러스는 과거 사스나 메르스와 같은 코로나바이러스의 일종이다. 하지만 이번 신종 바이러스가 다른 점은 사스와 메르스 때는 없던 백신이 불과 1년 여 만에 개발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이같은 신속한 코로나19 백신 개발의 배경에는 바로‘메신저 리보핵산(mRNA)’ 방식이라는 첨단 유전공학 기술이 적용된 데 있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가 독일의 바이오엔테크사와 손을 잡고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이나, 역시 미국 제약사 모더나가 개발한 백신이 모두 이 mRNA 방식으로 상용화에 첫 성공한 것들이다. 화이자와 모더나의 백신이 미국에서 일선 의료진과 장기 양로병원 환자들을 최우선 대상으로 본격 접종에 돌입한 가운데 일반인들도 백신을 맞을 수 있을 날이 그리 멀지 않았다. 전 세계로 확산돼 인류를 위협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퇴치를 위한 인류의 유일한 무기가 될 주요 백신들이 어떻게 개발돼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아본다.
■개발 현황
백신 개발에는 통상 수년이 걸리지만, 코로나19 백신은 사태의 심각성, 개발과 승인을 위한 행정적 절차의 효율화 덕분에 1년이 채 안 돼 개발됐다.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옥스포드대 등이 개발한 3개 백신이 대표적이다.
화이자와 모더나는 병원체의 유전자 코드를 사용하는 ‘메신저 리보핵산’(mRNA·전령RNA) 방식을 채택했다. 이는 기존에는 사용된 적이 없는 신기술이다. 반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질환을 유발하는 항원 유전자 일부를 인체에 무해한 바이러스에 넣어 만든 전달체 백신이다.
예방 효과는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이 각각 95%와 94.1%이고, 아스트라제네카는 70%로 알려졌다. 화이자 백신은 영국과 미국 등에서 사용 승인을 받아 일반 접종이 시작됐고, 모더나 백신 역시 미국에서 접종 중이다.
이밖에 존슨앤드존슨(J&J)의 제약부문 계열사인 얀센이 아스트라제네카와 같은 방식의 전달체 백신을 개발 중이다. 아울러 중국과 러시아도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했다고 밝힌 상태다.
■신기술 mRNA 백신
mRNA는 유전정보를 세포질 안에 전달하는 유전물질(RNA)이다. 신기술인 mRNA 백신은약화한 바이러스나 바이러스의 단백질을 이용하는 기존 백신과 달리, 바이러스의 유전정보가 담긴 mRNA를 이용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둘러싼 쇠뿔 모양 돌기인 단백질 스파이크 성분을 체내에 미리 만들어 면역력을 생성하는 방식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표면에 돌기처럼 있는 스파이크 단백질을 통해 인체 세포 표면의 수용체(ACE2)와 결합하는 원리에서 착안한 것이다.
이렇게 mRNA 백신을 주사하게 되면 체내에서는 바이러스 단백질 즉, 항원이 만들어지게 되고, 해당 단백질에 대해 인체 면역체계가 항체를 형성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과정을 가지게 된다. 기존 백신들이 달걀에서 단백질 원료 성분을 배양하는 등 길고 긴 절차를 거쳐야 했던 반면 mRNA 백신 기술을 활용하면 단백질 성분을 배양하는 이러한 과정이 생략될 수 있어 개발이 빠르고 상대적으로 효과와 안전성이 뛰어나며 대량생산에도 유리하다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mRNA 백신이 첫 상용화되는 것이 놀랍고 감동적”아라며 “이 백신 개발자들은 노벨상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백신 종류들
이에 비해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옥스포드대 백신은 스파이크 단백질을 가졌지만 인체에 해가 되지 않는 바이러스를 유전자 조합으로 만드는 전달체 백신이다. 면역력이 오래가지만 생산과정이 복잡하고 이미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노출된 사람에게는 효과가 떨어진다는 특징이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한때 가장 앞선 코로나19 백신으로 평가받고 가격도 3~5달러로 저렴한 것 등 장점이 많지만, 실수로 1회분은 절반을 투여하고 한 달 후 두 번째는 제대로 투여했을 때는 예방 효과가 90%로 나타났으나 두 차례 모두 정량을 투여하면 효과가 62%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원인을 아직 파악하지 못해 연방 FDA는 빨라야 2021년 2월 말~3월께 접종 승인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 미국 노바백스의 합성 항원 백신은 스파이크 단백질을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통해 대장균이나 동물 세포, 곤충 세포에서 키워 만든 것으로 인체에 주입하면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중화항체를 만든다. 부작용을 최소화했으나 스파이크 단백질을 외부에서 만들어 주입하는 것이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전통 방식의 불활성화 사백신으로는 중국 시노백과 시노팜을 예로 들 수 있다. 바이러스를 배양기에 넣어 대량으로 키운 뒤 포르말린으로 약화시키는데 개발 기간이 짧지만 면역력이 늦게 형성되고 지속 시간이 짧은 편이다.
■변종 우려 없나
최근 영국에서 전염력이 한층 더 강해진 코로나19 변종 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또 다른 우려가 제기됐다. 기존 바이러스에 맞춰 개발된 백신이 변종에도 예방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아직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단 제약사들은 변종 바이러스에도 자신들이 개발한 백신이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화이자와 함께 백신을 개발한 바이오엔테크의 우구르 사힌 최고경영자(CEO)는 “우리 백신은 1,270개가 넘는 아미노산을 함유하고 있는데, 변종 코로나에서는 이 중 9개만이 바뀌었다”면서 “단백질 99%는 여전히 그대로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아스트라제네카도 “(자사 백신 후보 물질인) AZD1222는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에 돋은 단백질 스파이크의 유전 물질을 함유하고 있다”면서 “이번 변이체에서 발견된 유전암호의 변화가 단백질 스파이크의 구조를 바꾸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WHO는 변종 바이러스가 아직 통제 불능 상태는 아니라면서 각국 정부에 지속적인 방역 조처를 강조하고 있다.
<이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