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지지율 우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이번 선거에서 ‘블루웨이브(민주당 대선 승리+상하원 다수당)’가 이뤄지면 대규모 부양책에 따른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은 사실상 민주당의 승리를 염두에 두고 이에 따른 대책까지 준비하고 있다. 다만 경합주를 중심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오르고 있고 쪽집개 예측기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점쳐 막판까지 혼돈이 예상된다.
21일 미 경제방송 CNBC에 따르면 레이먼드제임스의 케빈 기디스 최고채권전략가는 “이제는 블루웨이브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며 “(민주당이 대통령과 상원을 차지해) 대규모 재정지출을 실시하면 세율인상에도 성장률이 높아지게 되고 이는 인플레이션을 불러온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이 찾아오면 금리가 오를 것”이라며 “특히 10년과 30년 만기 국채가 많이 오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달 초만 해도 연 0.677% 수준이었던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이달 들어 급격히 상승(국채 가격 하락)해 이날 0.823%까지 치솟았다. 시장에서는 1.3%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공화당이 대선에서 지더라도 상원을 수성하면 대규모 부양책과 세율인상은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크지만 지금으로서는 블루웨이브가 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다음달 3일 선거에서는 대통령과 상원(전체 100명 중 3분의1가량인 35명), 하원의원을 동시에 뽑는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전국 지지율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최대 두자릿수 이상 앞서고 있다. 선거 예측 사이트인 270투윈(270towin)에 따르면 이번 상원 선거에서 민주당이 49석, 공화당이 47석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온다. 아이오와와 노스캐롤라이나 등 4곳은 경합지역이다. CNBC는 “백악관을 바이든 전 부통령이 차지해도 상원이 공화당 다수당이 되면 세금인상과 대규모 지출안은 통과되지 않을 수 있다”며 “백악관과 상하원을 모두 민주당이 가져가면 더 많은 것들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아직 바이든 전 부통령의 승리를 장담하기 힘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여론조사에서의 압도적 우위에도 패배한데다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것을 외부에 숨기는 ‘샤이 트럼프’의 위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16년 경합주였던 미시간에서 유일하게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를 점친 여론조사기관 트라팔가르그룹은 이번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긴다고 점쳤다. 로버트 캐헐리 트라팔가르 여론조사 수석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소 270명대(선거인단 확보)로 이길 것”이라며 “대부분의 여론조사가 숨은 트럼프 표를 놓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합주에서의 격차도 갈수록 좁혀지는 모양새다. CNBC가 지난 20일 내놓은 펜실베이니아와 노스캐롤라이나의 여론조사를 보면 바이든 전 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 지지율 차이는 각각 2%포인트와 3%포인트에 불과하다.
바이든 전 부통령 측은 승기를 굳히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이날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의 필라델피아를 찾아 바이든 후보 지원 연설에서 나서 “나는 지난 4년간 화나고 좌절했지만 절대 희망을 잃지 않았다. 우리는 또 다른 4년을 이렇게 할 여력이 없다”고 강조했다. 선거전문 매체 ‘538’은 바이든 후보의 승리 확률을 88%로 보고 있다.
사전투표 비중이 높다는 점도 바이든 후보에게 유리하다. 마이클 맥도널드 플로리다대 교수에 따르면 이날 오후 현재 약 4,113만명의 미국 유권자가 우편투표와 사전 현장투표를 마쳤다. 지난 대선 당시 사전투표 참여자는 4,701만명이었으며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우편투표 신청자만 8,454만명이다. 사전투표자의 상당수는 민주당 지지자다.
<뉴욕=김영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