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한인 노인들의 정신건강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지만, 전문적으로 도움을 받는 경우는 적은 상황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코로나19 사태로 더욱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20일 하와이주립대학(이하 하와이대)은 마노아 캠퍼스 연구진이 한인 거주자가 많은 5개 주에서 60세 이상 한인 2,1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중 30%가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단 5.7%만이 전문 정신건강 서비스를 이용했다고 덧붙였다. 해당 5개 주는 캘리포니아, 뉴욕, 텍사스, 하와이, 플로리다로, 2017년 4월부터 2018년 2월까지 마켓과 교회, 사찰, 동호회, 문화행사 등 여러 장소와 행사에서 조사가 이뤄졌다고 하와이대 측은 밝혔다.
하와이대에 따르면 한인 노인들은 타인종보다 정신건강 문제를 겪는 비율이 더 높은데, 전체인종 평균은 한인 보다 8%포인트 낮은 22%, 그 중에서도 특히 비히스패닉 백인의 경우 9%~10.3% 정도로 보고된 바 있다.
연구진은 “이러한 연구 결과는 정신건강 서비스 수요와 그 이용률 사이의 격차가, 인종별로 차이가 있거나 소수민족에서 심각해 공중보건 우려를 인식하게 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악화되고 있는데, 연구진은 “정신건강과 서비스 이용은 이미 나이든 이민자들에게 큰 걱정거리였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더욱 그렇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LA한인가정상담소 측은 “노인센터를 비롯해 각종 노인 시설들이 문을 닫고, 노인 아파트 등에서도 외출을 통제하는 등, 노인 분들이 여가를 활용하거나, 타인을 만나거나,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현저히 줄어들었다”며 “이는 정신건강에 큰 악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한인 노인들이 전문 정신건강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방법을 모르는 경우도 있지만 인식의 문제가 무엇보다 크다고 상담소 측은 분석했다. 심리상담부서 박제인 케이스 매니저는 “많은 고령 세대 분들은 정신건강 문제가 있다는 말을 ‘정신병원 입원’이나 ‘정신 이상자’로 과하게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그래서 ‘나는 멀쩡하니 그런 도움이 필요없다’는 자세를 취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박 매니저는 한인 노인들의 정신건강 문제 해결, 관련 서비스 이용, 인식 변화 등은 자녀 등 주변의 도움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공 전문 서비스를 이용해 속마음을 표출하는 것만으로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인 노인들에겐 개인사도 있겠지만, 외로움, 노화와 각종 질병으로 인한 무기력증 등도 정신건강 문제의 주원인이 되고 있다고 박 매니저는 분석했다.
<한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