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저지 거주 40대한인장애인 버팀목이던 아버지 잃고 막막
한인 고교생단체 ‘AAYC’서 2,000달러^식료품 전달
“작은 보탬이지만 더 많은 나눔손길 계기됐으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아버지를 잃은 40대 지적장애 한인 이원석씨. 막막함 속에 있는 그의 손을 한인 고교생들이 잡았다.
학생단체 ‘아시안아메리칸유스카운슬’(AAYC)을 이끌고 있는 12학년 브라이언 전·폴 정·허혁군과 11학년 샤론 황양 등 한인 고교생들은 26일 뉴저지 티넥에 있는 이씨의 집을 찾아 자신들이 모은 후원금 2,000달러와 식료품을 전했다. 한인 청소년들의 따뜻한 나눔에 이씨와 어머니 임남득씨는 눈시울을 붉히며 연신 “고맙다”는 말을 반복했다.
올해로 42세인 이씨는 가족들과 함께 미국에 온지 얼마 되지 않은 20대 초반에 자전거를 타다 차량에 치이는 사고를 당해 머리뼈 골절과 뇌손상 등 중상을 입었다. 두 번의 대수술에도 20여 일 간 혼수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해 담당 의료진으로부터 ‘생존이 어렵다’는 말까지 들었지만 기적적으로 의식을 되찾았다.
하지만 왼쪽 뇌손상으로 인해 언어 구사에 지장이 있고 사고 능력도 저하되는 등 지적장애를 갖게 됐다. 이후 이씨는 정육도매업을 하는 아버지의 일을 도우며 생활했다.
그러나 이씨 가족의 큰 버팀목이었던 아버지는 지난 4월 갑작스럽게 코로나19에 감염돼 끝내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 임씨는 “남편이 지난 2월 당뇨 때문에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던 중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해 숨졌다는 통보를 병원으로부터 받았다. 임종도 지켜보지 못했다”며 허망해했다.
항상 곁을 지켜주었던 아버지의 죽음으로 이씨는 큰 충격에 빠졌다. 급기야 2주 전 갑작스러운 뇌졸중으로 인해 오른손과 오른발이 마비됐다. 남편을 대신해 가게를 운영하던 임씨는 거동이 어려운 아들 간병을 위해 사업체 운영에서 사실상 손을 놓은 상태다.
임씨는 “아들 건강이 유일한 소망이다. 하지만 건강보험이 없고 정부 지원도 하나도 받지 못해 형편이 좋지 않다”고 먹먹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 같은 이씨의 어려움을 알게 된 한인 청소년들이 그를 돕기 위해 나선 것. 브라이언 전군은 “최근 인종차별과 맞섰던 경험을 담은 자서전을 출판하면서 수익금을 모두 어려운 이들을 위해 쓰기로 결심했었다”며 “현재까지 모인 수익금 1,000달러를 기부하기로 했다. 또 AAYC에서 함께 활동하는 친구들도 발벗고 나서 추가로 1,000달러를 더 모아 총 2,000달러를 전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언어능력은 많이 잃었지만 평소 찬송가를 즐겨 부른다며 학생들의 나눔에 보답하는 노래를 불렀다. 어머니 임씨는 “그저 고맙다는 말 밖에…”라는 말과 함께 울먹이며 학생들의 손을 꼭 잡았다.
학생들은 “작은 정성을 전하는 것이지만 우리의 나눔이 한인사회에 알려져 어려움 속에 있는 이씨에게 더 많은 나눔의 손길이 있기를 소망한다”고 강조했다. <서한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