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한인들도 위암에 가장 취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내 인종·민족별 암 유병률을 고찰한 가장 최신의 연구에서 아시안, 특히 ‘코리안 아메리칸’의 위암 발병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50대 이상 미주 한인들의 위암 발병률은 10만 명 당 49명 꼴로, 인종별로 가장 발병률이 낮은 백인에 비해 무려 13배나 높은 것으로 조사됐으며, 특히 한인들 사이에서도 남성이 여성보다 발병률이 2배 이상 높았다.
미국소화기학회(AGA)의 공식 학술지인 ‘소화기학(Gastroenterology)’에 지난주 발표된 최신 연구결과 보고서는 미국내 아시안 주요 7개 국가 출신 인종(한국계, 중국계, 일본계, 베트남계, 남아시아계, 동남아계)과 히스패닉, 히스패닉이 아닌 백인, 히스패닉이 아닌 흑인 등 인종별로 분류해 ‘위선암’ 발병률을 분석했다.
위암이라 하면 대개 위선암을 일컫는데, 연구진이 50대 이상 연령층의 위선암 발병률을 분석한 결과 한인들이 가장 높게 나타난 것이다.
연구진은 ‘캘리포니아 암등록부’(CCR)의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자료를 분석했으며, 50대부터가 대장암, 식도암 등의 검진이 적극 권장되는 연령대이기 때문에 50대 이상에 대한 분석을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에 나타난 주요 부위 위선암 발병률은 한인들에서 10만명 당 49명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베트남계 23.9명, 동남아계 21.1명, 일본계 19.2명, 중국계 17.6명, 히스패닉계 14명, 히스패닉이 아닌 흑인 11.2명, 남아시아계 7.75명, 필리핀계 6.69명 등의 순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히스패닉이 아닌 백인에서 3.7명으로 가장 낮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백인을 제외한 그룹에서 발병률이 모두 높은 편인데, 그 중에서도 한인이 가장 두드러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낮은 백인과 비교하면 한인 발병률은 13배가량 높은 상황이다.
특히 위암의 경우 남성이 여성보다 발병률이 높았는데, 한인을 또 성별로 나눠보면 남성의 경우 10만명 당 70명꼴로 발병률이 크게 높아지고, 한인 여성은 10만명 당 33.5명으로 2배 이상의 현저한 남녀 차이를 보였다.
한국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2016년 기준 한국의 암 발생 순위는 위암(13.3%)이 1위이고, 대장암(12.3%), 갑상선암(11.4%), 폐암(11.2%), 유방암(9.5%), 간암(6.9%)의 순이다.
이 연구 보고서에서 한인들의 위암 발병률이 크게 높은 요인은 별도로 분석되지 않았지만, 맵고 짜게 먹는 식습관의 영향이 미국 내 한인들의 높은 위암 유병률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내과전문의인 차민영 서울메디칼그룹 회장은 “위암 발병을 높이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이 많고, 짜게 먹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차 회장에 따르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은 침 등을 통해 쉽게 감염되는데 국이나 찌개를 공유하는 식문화도 요인이 되고 있다.
차 회장은 “위암은 초기에 증상이 거의 없어 정기검사가 매우 중요하다”며 “특히 40세 이상이 되면 꼭 2년에 1번은 위내시경을 받는 것을 권장한다”고 강조했다.
<한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