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팔 때 가장 부담이 되는 비용이 부동산 수수료다. 부동산 수수료는 정해진 요율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집을 파는 셀러와 판매를 담당하는 부동산 에이전트 간 합의에 의해서 정해진다. 부동산 수수료는 지역별 또는 부동산 시장 상황에 따라서 조금씩 차이가 발생하는데 최근 하락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금융 정보 업체 뱅크레잇닷컴이 부동산 수수료 현황에 대해서 알아봤다.
◇ 지난해 평균 약 4.96%
부동산 수수료가 지난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부동산 시장 조사 기관 ‘리얼 트렌드’(The Real Trends)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평균 부동산 수수료는 약 4.96%로 사상 처음 5% 밑으로 하락했다. 한때 부동산 매매가의 6%까지 치솟았던 수수료 비율은 부동산 거래가 많았던 2018년 평균 약 5.03%대로 떨어졌다.
다른 기관의 조사에서도 최근 부동산 수수료 하락세가 나타났다. 부동산 중개 업체 센추리21, 콜드웰뱅커, ERA, 소더비 인터내셔널 등을 보유한 ‘리알로지 콥’(Realogy Corp)에 따르면 지난해 한쪽 거래 당사자가 지급한 수수료는 평균 약 2.41%로 2018년 평균 약 2.43%보다 소폭 떨어졌다. 일반적으로 셀러 측 에이전트와 바이어 측 에이전트가 동일한 비율로 수수료를 분배하는 것을 감안할 때 지난해 리알로지 콥의 집계에 따르면 총 수수료는 평균 약 4.82%로 추산된다.
◇ 활황 시 ↓, 침체 시 ↑
부동산 수수료는 주택 시장이 활황을 이뤘던 2005년~2007년 사이에도 큰 폭으로 하락한 바 있다. 하지만 경기 대침체가 발생하자마자 곧바로 반등했다. 부동산 수수료 시세는 여러 요인에 영향을 받아 변동한다. 경기 대침체 기간의 경우 주택 수요가 급감하면서 집을 급매하려는 셀러들이 높은 요율의 수수료를 제시하며 수수료 상승 현상이 나타났다. 또 수요 감소로 주택 가격이 폭락하자 일부 부동산 에이전트 사이에서 낮은 수수료율을 거부하는 경향이 나타나기도 했다.
부동산 에이전트 간 경쟁에 의해서도 부동산 수수료 시세가 형성된다. 경기 대침체 기간 동안 수입이 감소한 많은 에이전트가 업계를 떠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에이전트 간 경쟁이 줄게 됐다. 고객과의 협상이 유리해진 에이전트들에 의해 당시 부동산 수수료 시세가 높게 형성된 바 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나타난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지난 경기 대침체 때와 비슷한 현상이 재현될 수 있다.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은 앞으로 6개월 동안 부동산 에이전트 숫자가 급감할 것으로 예측 중으로 올해 다시 부동산 수수료 상승세가 나타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연평균 수수료 규모 약 750억 달러
셀러는 물론 부동산 에이전트에게 수수료가 미치는 영향은 크다. 셀러 입장에서는 비용 부담이지만 에이전트에게는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수단이다. 조사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 연평균 약 750억 달러에 달하는 부동산 수수료가 지급되고 있을 정도로 수수료 규모가 크다. 부동산 거래가가 30만 달러일 경우 6% 수수료를 적용하면 수수료 금액은 약 1만 8,000달러에 달하고 5%를 적용할 경우 수수료는 약 1만 5,000달러다.
부동산 시장 경기가 좋았던 지난해까지만 해도 수수료 협상에서 셀러가 주도권을 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주택 거래가 급감하면서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수수료는 최근 수십 년간 지속적 하락세를 이어갔다. 약 10년 전 경기 대침체가 발생하면서 잠시 반등한 적이 있지만 경기 회복과 더불어 지난해까지 다시 하락세다.
하지만 부동산 에이전트 입장에서는 집값 상승이 부동산 수수료 하락세를 상쇄해 주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리알로지 콥의 조사에 의하면 경기 대침체가 시작된 2009년 한쪽 거래 당사자가 지급한 평균 수수료는 약 2.51%였다. 2009년 리알로지 콥에 의해 거래된 주택의 평균 가격이 약 39만 688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당시 평균 수수료 금액은 약 1만 519달러로 계산된다. 반면 주택 가격이 약 52만 2,282달러로 상승한 지난해 부동산 수수료는 평균 약 2.41%로 하락했지만 수수료 금액은 약 1만 3,296달러로 올랐다.
◇ ‘수수료 불공정’ 집단 소송도
부동산 수수료는 일반적으로 셀러와 리스팅 에이전트의 합의에 의해서 결정된다. 지역과 주택 시장 상황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개 주택 거래 가격의 2%~3%로 결정되는 경우가 가장 많다. 셀러는 또 바이어 측 에이전트에게 제시할 부동산 수수료율도 결정하게 된다. 대개 리스팅 에이전트와 동일한 요율을 제시하지만 더 높게 또는 낮게 제시하는 경우도 흔하다. 바이어 측 에이전트에게 제시하는 부동산 수수요율은 매물 정보 검색 서비스인 MLS를 통해 공개해야 한다.
지난해 부동산 중개 수수료 지급 방식의 문제점을 제기한 집단 소송이 제기되기도 했다. 원고 측은 ‘전국 부동산 중개인 협회’(NAR)와 전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지역 MLS 20 곳, 대형 부동산 중개 프랜차이즈 업체 ‘리알로지’(Realogy), ‘홈 서비스 오브 아메리카’(Home Services of America), 리맥스, 켈러 윌리엄스 리얼티 등을 상대로 셀러에게 바이어 부담 수수료를 부풀려진 금액에 지불하도록 요구하도록 공모한 점이 연방 반독점법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원고 측은 이번 소송의 쟁점은 MLS 시스템에 참여하는 브로커에게 바이어 측 브로커 수수료로 조정 불가능한 확정 금액을 제시하도록 요구한 NAR의 ‘바이어 브로커 수수료 규정’(Buyer Broker Commission Rule)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원고 측은 이 같은 전통적인 수수료 지급 방식에 크게 두 가지의 문제점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대부분 경우 바이어 측 브로커는 총 수수료의 절반을 지급받기 때문에 더 높은 수수료 금액이 제시된 매물만 골라서 바이어에게 권유할 수 있다. 두 번째 문제점은 브로커의 업무 규모나 형태와 관계없이 이미 정해진 비율의 수수료가 지급되기 때문에 셀러에게 손해를 끼칠 수 있다는 점이다. <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