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7일 공식석상에서 두 번째로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을 공개하고 조속한 백신 개발을 공언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실패 비판론이 커지며 여론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백신을 11월 대선의 비책으로 활용하려는 모양새다. 이날은 최측근인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코로나19 확진 사실이 보도돼 백악관 내 확산 우려까지 제기된 시점이기도 하다.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노스캐롤라이나주 모리스빌의 후지필름 공장을 찾아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로 백신 생산시설을 둘러봤다.
그는 한사코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다 확진자가 급등한 지난 11일에야 메릴랜드주의 한 의료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 마스크를 썼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마스크 착용에 관한 자발적 권고를 내린지 꼭 100일 만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우리는 모든 이들이 사회적 거리두기와 엄격한 위생상태 유지에 초점을 두고 군중 집회나 실내 술집을 피하며 적절할 때 마스크를 착용하길 강력히 권고한다"고 호소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 경제정상화에 초점을 두고 각종 봉쇄책을 없애라고 주장하던 것과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그러면서 백신 개발 상황과 관련해 "매우 긍정적인 얘기를 들었다. 연말까지 매우 좋은 상태에 있을 것"이라고 조기 개발 의지를 피력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초고속 작전팀'을 가동해 내년 1월까지 3억회 투여를 목표로 동시다발적 백신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문한 공장은 제약회사 노바백스가 개발한 백신의 1차 생산에 들어간 곳이며, 이들 백신은 노바백스가 올가을 3만명을 대상으로 진행할 임상시험에 사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초고속 작전'이 백신 개발 기간을 수년 단축했다고 주장했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를 "백신을 통해 정치적 활력을 추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코로나19 대응 실패가 초래한 정치적 위기를 극복할 수단을 백신 조기개발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AP는 많은 백악관 관리들은 백신이 11월 대선 전 판세를 반전시킬 대형 이벤트인 '10월의 서프라이즈'가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국장은 백신 개발과 배포의 동시 추진이 '정치적 홈런'이 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일부는 대선 때까지 백신을 개발하지 못할 수 있고, 설령 개발해도 대선일인 11월 3일 전에 많은 유권자가 이미 투표를 끝낼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한다는 기류도 있다고 AP는 전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이날 제약회사 모더나가 세계 최대 규모인 3만명을 대상으로 돌입한 백신 임상시험에 참여한 플로리다주의 대학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 측면 지원에 나섰다. 플로리다는 대선 승부를 결정짓는 경합주 중 한 곳으로 꼽힌다.
펜스 부통령은 "본격적으로 백신 개발을 시작하는 역사적인 날"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문한 노스캐롤라이나도 경합주다. 그는 2016년 대선 때 이곳에서 3.6%포인트 차로 승리했다. 그러나 정치 웹사이트 '리얼클리어폴리틱스'가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22일까지 여론조사를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3%포인트차로 뒤지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