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창고 건물이 ‘귀한 몸’ 대접을 제대로 받고 있다. 올해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면서 다른 부문과 달리 수요가 폭등하고 있다. 사무실, 상가, 호텔 등 기타 상업용 부동산 부문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반면 창고 부문은 온라인 매출 증가로 임대 수요가 늘면서 코로나19 특수를 톡톡히 누리는 중이다.
CNBC가 전자 상거래가 코로나19를 계기로 식료품 등 일상생활 전반에 자리 잡으면서 창고 건물 수요가 오는 2025년까지 약 10억 평방피트 더 늘어날 것으로 상업용 부동산 중개 업체 ‘존스 랑 라살’(JLL)의 보고서를 인용해 전망했다.
JLL의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전 창고 건물 임대 중 전자 상거래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5%로 그다지 높지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전자 상거래 관련 임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전체 창고 임대의 50%를 넘어서며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크레이그 마이어 JLL 미국 산업용 부동산 부문 대표는 “올해 1분기 창고 건물 임대 실적이 지난 3년래 가장 우수하다”라며 “특히 전자 상거래 부문에서의 임대 수요가 연말 휴가철 발생하는 수요보다 더 높다”라고 CNBC와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마이어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최근 대형 창고 건물이 얼마나 빠르게 임대되는 추세인지 잘 알 수 있다.
식료품 등 소매 물품을 취급하는 한 업체는 한 달 전 약 120만 평방피트 규모의 창고 건물 임대를 의뢰해 왔다고 한다. 이 업체는 냉동 창고 시설이 딸린 건물의 임대 계약서에 서명하자마자 건물에 입주, 이미 들어 온 주문 처리에 들어갔다. 이미 들어 온 주문이 밀린 상태로 창고 자리가 그만큼 급하게 필요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마이어 대표는 “일반적으로 임대 조건 협상과 계약서 서명, 입주까지 적어도 수개월이 걸리는데 이런 경우는 업계에서 상당히 드물다”라고 설명했다. JLL은 온라인 소비가 식료품 부문으로까지 확대되면서 이 같은 수요를 맞추려면 냉동 창고 면적이 추가로 약 1억 평방피트 정도 필요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대형 산업용 부동산 개발업체 ‘프롤로지스’(Prologis)에 따르면 전자 상거래 매출 규모가 10억 달러 증가할 때마다 창고 건물은 약 120만 평방 피트가 추가로 필요하다. 전자 상거래 시장 조사 기관 ‘이마케터’(eMarketer)에 따르면 미국 내 전자 상거래 규모는 올해 약 7,100억 달러로 전체 소매 매출의 약 14.5%를 차지할 전망이지만 2024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1조 달러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다. 따라서 전자 상거래 업체가 필요로 하는 창고 건물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면 코로나19 사태로 상가 등 소매 부문과 사무실, 호텔 부문 등은 치솟는 공실률과 임대료 인하 압박에 생존 전략을 찾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미국 내 대형 쇼핑몰의 약 3분의 1이 내년까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우울한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일부 대형 쇼핑몰은 이미 창고 전환 작업에 착수했다. 테네시주 멤피스의 샘스클럽은 문을 닫은 소매 건물을 전자 상거래를 위한 창고 건물로 전환해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마저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마이어 대표는 “대형 몰이 주택가 인근에 위치하고 있거나 조닝 변경이 힘든 경우 창고 용도로 전환하려면 넘어야 할 규제 장벽이 많다”라고 지적했다.
<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