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규모 56억 달러로 미주 한인은행 2위인 한미은행(행장 바니 이)의 경영 상태가 심각하다.
순익이 급감하고 부실 자산은 증가하고 있으며, 주가는 2년여 만에 3분의 1 수준으로 폭락했다. 또 최근에는 지난해 발생한 대형 부실대출과 관련된 주주들의 집단 소송에 직면해 있어 3중고를 겪고 있다.
22일 LA 비즈니스 저널과 은행권에 따르면 한미은행은 부실대출이 급증하면서 은행의 자산 건전성을 판단하는 주요 지표 중 하나인 자본금 대비 부실 자산 비율이 올해 1분기 현재 8.0%에 달했다.
은행 관계자들에 따르면 통상 이 비율이 6~7% 이상 되면 은행의 자본 건전성이 심각한 것으로 판단한다. 이는 은행의 핵심 자본비율인 자본금을 잠식할 수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자료에 따르면 올 1분기 한미은행의 부실대출이 올 1분기 현재 5,200만 달러 규모로, 이는 은행 자본금 6억5,000만 달러의 8.0%에 달하는 수치다.
LA 비즈니스 저널에 따르면 한미은행의 이같은 수치는 주류 은행을 합친 전체 LA 지역 은행 중에서 다섯 번째 많은 것이다. 적정한 자본금 유지는 감독국이 가장 중요시하는 사안으로 은행은 자본금이 잠식되면 감독국 명령에 따라 증자 등을 해야 할 수도 있다.
이같은 부실대출 급증은 실적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줘 코로나 사태 이전인 올해 1분기 한미은행은 235만 달러(주당 8센트) 순익을 내는데 그쳤다. 이는 전년도인 2019년 1분기의 1,467만 달러(주당 48센트) 순익과 비교하면 무려 84%가 감소한 것이다.
한미은행의 이같은 순익 규모는 자산규모가 각각 3분의 1과 4분의 1 수준인 퍼시픽시티뱅크, 오픈뱅크의 올해 1분기 순익 375만 달러와 377만 달러보다도 적은 것이어서 발표 당시 충격을 줬다.
한미은행은 순익 감소와 함께 올 1분기에 대출과 예금에서도 감소세를 보였다. 총 예금고는 45억8,207만 달러로 전분기 대비 2.5%, 전년 동기 대비 4.9% 각각 감소했다. 총 대출(LR) 역시 45억4,364만 달러로 전분기 대비 1.6%, 전년 동기 대비 0.9% 각각 줄었다.
한미은행 주가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18년 3월만 해도 32달러가 넘었던 한미은행 주가는 2년여만인 현재 3분의1 수준으로 폭락한 상태며 22일 나스닥 시장에서 9.65달러에 마감했다. 최근에는 한미은행을 상대로 대형 주류 로펌들이 한미은행의 부실대출 발표와 관련해 주가하락을 이유로 주주들을 대신해 제기하거나 준비하고 있는 다수의 집단 소송도 향후 전개 상황에 따라 한미은행에는 대형 악재가 될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한편 월가와 한인 은행권에서는 이같은 한미은행의 위기에 대해 무엇보다도 경영진의 리더십 부족, 이사진의 약화를 지적하고 있다.
은행 관계자들은 한미은행 이사진의 경우 거의 모든 이사들이 금융 경험이 없는데다 커뮤니티 은행인 한미은행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은행 내부에서는 친 행장파와 반 행장파의 파벌이 존재하고 있고 이에 따라 줄서기와 눈치 보기도 있어 직원들의 사기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한미은행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에도 주식가격이 주당 1달러 이하로 떨어지고 예금이 급감하는 등 영업중단 위기까지 가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었다.
이에 대해 바니 이 행장은 22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한미은행이 코로나 사태로 인해 부실대출이 증가하고 대손충당금 비용 증대로 상당한 타격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2분기에는 순익이 증가하고 부실대출도 안정화될 수 있게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환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