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자 적고 비교적 경증
중증환자 많은 A형‘취약’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중증으로 악화하는데 혈액형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혈액형 A형은 중증, O형은 경증 증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이다.
17일 뉴잉글랜드 의학저널에 실린 ‘중증 코로나19 호흡부전과 전유전체 연관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환자에 대한 유전 분석 결과 혈액형에 따라 증상이 중증으로 악화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탈리아와 스페인 병원 7곳의 중증 환자 1,980명과 경증이나 무증상 환자 2,000여명을 비교분석한 결과 혈액형 A형은 중증 증상을 나타낼 가능성이 크고, 혈액형 O형은 경증 증상을 나타낼 가능성이 크다고 결론 내렸다.
연구진은 6종의 유전자 변이와 혈액형을 코로나19가 중증으로 악화할 가능성과 연계해 분석한 결과, 이런 결론에 이르렀다. 이번 연구에는 이탈리아, 스페인, 덴마크, 독일 등의 연구진이 참여했다.
앞서 중국 연구진은 지난 3월 코로나19 발원지로 알려진 우한시의 진인탄 병원의 확진자 1,775명을 조사한 결과 혈액형 O형이 감염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반면, A형은 감염 위험이 높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국제혈액골수이식연구센터 연구책임자인 메리 호로비츠 박사는 AP통신에 “혈액형 A, B, O, AB형 여부는 적혈구 표면의 단백질로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위스콘신 의대의 혈액전문가인 파라메스와 하리 박사는 “혈액형이 O형인 경우 코로나19 표면의 단백질을 이질적이라고 인식하는 능력이 더 나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혈액형은 콜레라, 위궤양이나 위암을 불러일으키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에 대한 민감도와 연계돼 있기도 하다고 전문가들은 덧붙였다.
또 혈액형이 A형이면 코로나19에 걸렸을 때 더 위험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독일 키엘대학교 분자유전학 연구진은 산소공급이 필요하거나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은 환자 1,610명을 대상으로 혈액 샘플을 채취, DNA 검사를 실시해 일반인과 대조한 끝에 이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최근 보도했다.
연구진은 이번 실험을 통해 코로나19 중환자들이 일반인에 비해 유전자 ‘좌위’(loci·염색상에 유전자가 위치하는 자리) 2곳에서 변이가 더 많이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 이 좌위 중 하나는 혈액형을 결정하는 유전자로, A형이면 코로나19 감염 시 상태가 위중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A형인 환자는 심각한 호흡부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다른 혈액형 환자보다 50% 높다”며 “심각한 증세를 보일 확률이 높아 산소호흡기를 사용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