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시교정 렌즈’ 끼고 자면
안경 안 쓰고 시력교정 효과
5~10세 무렵 고도근시 억제
두 눈 도수 차이 크면 약시 위험
굴절검사로 안경 착용 판단을
코로나19로 바깥 활동이 줄고 온라인 수업, 스마트폰·컴퓨터로 동영상을 보거나 게임을 하는 어린이가 많다. 이처럼 가까운 곳만 주시하는 ‘근거리 작업’을 지속하다 보면 거리에 따라 눈 속 수정체의 두께가 조절되면서 자동으로 초점을 잡아주는 능력이 떨어져 근시 진행이 빨라진다.
◇장시간 동영상 시청·게임으로 근시 진행 빨라져
엎드려서 책을 읽어 버릇해도 눈과 책 사이의 거리가 과도하게 가까워져 마찬가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30~40분 간격으로 10~15분 동안 먼 거리를 보거나 눈을 감는 등 눈을 쉬어주는 게 좋다. 야외활동을 많이 하면 근시 진행이 늦춰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 만큼 자녀가 부모나 또래 아이들과 야외에서 함께 운동하거나 노는 시간을 늘릴 필요가 있다.
어린이는 성장하면서 공 모양의 안구가 커지고 앞뒤로 길어지면서 근시가 진행되는 경향이 있다. 근시는 망막 위에 맺혀야 하는 초점이 망막의 앞에 맺혀 가까운 곳은 잘 보지만 먼 곳에 있는 물체는 잘 안 보인다. 우리나라 소아청소년의 64.6%가 근시(경도 40.2%, 중등도 19%, 고도 5.4%)다.
일반적으로 근시는 5~15세에 진행되며 8~10세 안팎에서 진행속도가 빠르다. 따라서 이 무렵 경도근시(굴절도수, 즉 디옵터 -0.5 이하 -3 초과)에서 고도근시(디옵터 -6 이하)로 진행되지 않게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근시가 심해질수록 안구가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 시신경 조직인 망막이 얇아진다. 어려서 고도근시가 되면 성인이 돼 망막에 구멍이 나거나 찢어지는 망막열공·박리, 망막신경절세포가 소실되거나 시세포의 기능이 떨어지는 녹내장 등으로 시력 손상 위험이 커진다. 근시는 일반적으로 19세쯤 되면 진행이 안 되지만 고도근시는 평생 진행되는 것도 문제다.
◇고도근시, 망막·시신경 약해 연 1회 이상 안과검진을
자녀가 경도근시라면 잠을 잘 때 ‘근시교정렌즈’(드림렌즈·LK렌즈 등 각막굴절교정렌즈)를 끼도록 하는 게 현재로서는 가장 효과적인 치료방법이다. 이 렌즈가 눈의 바깥쪽 각막 중심부를 눌러 망막과의 거리를 좁혀주기 때문에 깨어 있는 동안 안경을 쓰지 않고도 시력교정 효과를 볼 수 있다. 근시 진행속도를 절반 수준으로 늦춘다거나 안경 착용군에 비해 각막과 망막 간 거리가 길어지는 것을 43%가량 늦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고도근시교정 렌즈도 있지만 아직 널리 사용되지는 않고 있다.
임동희 삼성서울병원 안과 교수는 “근시교정 렌즈 대신 안과 진단·치료 때 눈동자(동공)의 크기를 크게 하는 아트로핀 성분의 산동제(점안제)를 100~200배로 희석해 하루 1~2방울 점안하는 것도 안전하고 근시교정 렌즈와 비슷한 근시 진행억제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만 19세쯤 라식·라섹 수술로 근시를 교정하면 가깝고 먼 곳 모두 잘 볼 수 있다. 안구 성장이 멈춰 안경 도수가 변하지 않게 된 지 1년 뒤에 받는 게 좋다.
다만 안경이나 라식·라섹·렌즈삽입술로 시력을 교정하더라도 망막·시신경 등이 약해진 상태는 바뀌지 않는다. 따라서 고도근시였다면 적어도 1년에 한 번은 안과 검진을 통해 눈 건강에 이상은 없는지 확인하는 게 좋다.
◇만 2세-사시, 3세-약시, 6세-안경 필요성 검사를
신생아는 큰 형태만 인지하다가 생후 3개월 무렵 눈을 맞추고 따라 보게 된다. 이후 시력이 급격하게 발달해 6세가 되면 거의 성인 수준에 도달하고 만 8~10세를 전후해 완성된다. 이 때 안경을 끼고 볼 수 있는 최대교정시력이 0.5라면 평생 0.5 이하의 교정시력으로 살아가야 한다. 이 정도면 약시인데 초등학교 입학 후 눈의 이상을 발견하더라도 이미 치료하기에 늦은 경우가 적지 않다.
약시는 안경을 썼는데도 교정시력이 0.8 미만이거나 두 눈의 시력 차이가 시력표상 약 0.2 이상(부등시) 나는 경우다. 시력발달 시기인 영유아 때 심한 굴절이상(원시·근시·난시), 사시, 눈꺼풀 처짐(안검하수), 선천성 백내장, 망막질환 등으로 인해 시신경과 망막이 적절한 시자극을 받지 못해 선명한 상이 맺히지 않아 발생한다. 안경 착용 시기가 너무 늦어도 약시가 생길 수 있다.
시력저하의 원인이 선천성 백내장·녹내장·안검하수와 같은 특별한 질병이라면 이를 먼저 교정한다. 근시·난시·원시 등 굴절이상(눈 도수의 이상) 때문이라면 정확한 굴절검사를 시행해 안경 착용이 필요한지 결정한다.
안경을 끼면 시력이 더 나빠지는 것 아닐까. 그렇지 않다. 임현택 서울아산병원 소아안과 교수는 “안경은 선명한 망막상을 만들어 시각과 뇌 시각피질의 발달을 자극하고 시력이 떨어지는 것을 막아준다”며 “따라서 적절한 시기에 안경을 착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응수 건양의대 김안과병원 교수는 “만 1세에 사시, 3세에 약시, 6세에 안경 필요성 검사를 받는 게 좋다”고 했다. <임웅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