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폐렴구균 접종률 3분의 1 토막
올 감염증 발생신고는 16% 늘어
코로나·감염병 유행 겹칠 수 있어
질본, 사전 예약시스템 운영하기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에 지난 1∼3월 국가예방접종률도 지난해보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본부의 올해 1·4분기 예방접종률 분석결과에 따르면 65세 노인의 폐렴구균백신 접종률은 6.4%(4만4,807명)로 지난해 같은 기간 18.4%(10만9,818명)의 3분의1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 때문인지 올해 폐렴구균 감염증 발생 신고가 16% 증가했다.
노인들이 폐렴구균백신 예방접종을 받지 않아 폐렴구균 감염증과 합병증으로 중환자실을 많이 이용하게 되면 본인의 건강에도 안 좋고 코로나19 등 대응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어린이 필수예방접종 10종 중 생후 12개월 이후 처음 이뤄지는 백신의 1차 접종률은 평균 1%포인트 감소했다. MMR(홍역·유행성이하선염·풍진) 접종률은 지난해 1분기 95.9%에서 올해 1분기 95.0%로 떨어졌다. 수두 접종률은 95.8%에서 94.9%로, 일본뇌염 접종률은 96.9%에서 96.6%로 하락했다.
만 4∼6세 이후 받는 추가접종률도 2∼3%포인트 낮아졌다. DTaP(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 4차 접종률은 90%에서 87%로, IPV(소아마비) 4차 접종률은 94%에서 92%로 떨어졌다.
국가예방접종 대상 감염병 발생 신고는 폐렴구균 감염증을 제외하고 대부분 감소 추세를 보였다. 수두·유행성이하선염의 경우 지난해보다 26∼30% 줄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어린이집·유치원 개원과 학교 개학 지연, 사회적 거리두기 준수 등으로 이들 감염병 집단발생이 감소한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초중고교가 개학하면 학교를 중심으로 수두·유행성이하선염의 집단발생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또 코로나19 확진자 감소로 해외교류가 증가하면 홍역·풍진·폴리오 등 해외 유입 감염병이 유행할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올 연말에는 코로나19 대응과 함께 홍역·독감 등 다른 예방접종 대상 감염병의 유행에 대응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을 수 있다며 예방접종을 미루지 말 것을 당부했다.
앞서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26일 코로나19 유행 동안 예방접종 대상 감염병이 확산하지 않도록 예방접종이 가능한 모든 국가에서는 예방접종 서비스의 연속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원칙을 담은 임시 지침을 발표했다.
질병관리본부는 국민들이 안심하고 필수예방접종을 제때 할 수 있도록 안전한 예방접종 실시 방안 등을 마련하고 의료계와 협력해 예방접종을 독려할 계획이다.
우선 예방접종 의료기관이 준수해야 할 사항, 접종대상자와 보호자가 병원 방문시 지켜야 할 안전수칙(접종대상자의 손소독, 마스크 착용 등)을 담은 ‘안전한 예방접종 안내서’를 마련해 배포하기로 했다.
안심하고 의료기관을 방문해 예방접종을 받을 수 있도록 사전 예약시스템도 개발·운영할 방침이다. 5월말부터는 각 의료기관에서 접종 가능한 백신과 오전 중 접종 가능한 시간 등을 확인해 사전예약(예방접종도우미 누리집, 전화)할 수 있게 하고, 6월말부터는 모바일 예약도 가능하게 할 예정이다.
정은경 본부장은 “코로나19 유행 중이라도 예방접종을 중단 없이 실시해야 한다”며 “개학이나 외부활동 증가 등으로 인한 수두·홍역 등 감염병 유행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표준일정에 따라 예방접종을 받아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코로나19로 높아진 경각심이 다른 감염병에도 적용돼서 일반 감염병을 줄이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며 코로나19 대응에 집중했던 보건소들도 상황이 좋아지면 예방접종 업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지자체와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임웅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