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충격으로 미국에서 5주 만에 실업자 2,600만명이 발생했다. 미국 근로자 6명 중 1명이 직장을 잃은 셈으로 미국 경제가 지난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위기에 직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4월 셋째주(12~18일) 미국의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442만7,000건을 기록했다. 이에 코로나19 확산으로 실업수당 청구가 폭증한 3월 셋째주(330만건) 이후 5주에 걸쳐 미국에서 발생한 실업자는 총 2,640만명에 달한다. 다만 증가세는 3월 넷째주의 687만건에서 4월 첫째주 661만건, 4월 둘째주 524만건 등 3주 연속 둔화됐다.
코로나19 직전 최고점에 달했던 미국 노동인구 약 1억6,500만명과 비교하면 근로자 6명 중 1명이 직장을 잃었다. AP통신은 “경제학자들은 4월 실업률이 20%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면서 “대량실업으로 미국 경제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위기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3월 실업률은 코로나19 사태가 일부 영향을 미치면서 전달의 3.5%에서 4.4%로 올랐다.
로이터통신은 “고용시장의 급격한 위축이 유가·소비·생산·주택판매 등 모든 경제 분야의 붕괴를 촉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날 금융정보제공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미국의 4월 종합 구매관리자지수(PMI) 예비치는 3월 40.5에서 27.4로 곤두박질쳤다. 서비스업 PMI와 제조업 PMI는 각각 27.0, 36.9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기업 영업 재개를 위한 봉쇄 조치 완화를 요구하는 시위가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다. 시위대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조지아주는 당장 24일부터 피트니스센터와 체육관·볼링장·미용실 등의 영업을 재개하기로 했으며 오클라호마주도 같은 날부터 단계적으로 상점문을 연다. 이 밖에 중부 몬태나주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조건으로 26일 종교시설, 27일 이후로는 중심가 소매점포 영업을 개시할 예정이다.
문제는 섣부르게 봉쇄령을 풀 경우 올겨울 또는 내년에 코로나19가 2차 유행하면서 ‘더블딥(이중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존스홉킨스대에 따르면 22일 오후 현재 미국의 코로나19 환자는 84만476명이며 사망자는 4만6,611명에 달했다. 신규 확진자는 다소 늘었다. 20일 2만5,500명이었던 신규 환자는 21일 2만7,700명으로 증가했다. 전반적으로 하향세를 보이고 있지만 확연한 감소세를 나타내지 않아 당분간은 더 주의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실제 이날 스티븐 한 식품의약국(FDA) 국장은 올겨울 코로나19의 2차 유행 가능성과 관련해 “틀림없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다가오는 겨울의 바이러스 공격이 우리가 막 겪은 것보다 실제로 더 힘들 가능성이 있다”며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의 모든 의사가 2차 유행을 걱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백신은 내년 3월께 나올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 같은 판단을 근거로 ‘W자’ 경기회복, 즉 더블딥을 예상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제프리 프랭클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는 미국기업연구소(AEI) 주최 세미나에서 “대규모 테스트 전에는 경제활동을 재개할 수 없을 것 같다”며 “내가 걱정하는 것은 정치 지도자들의 (조기재개에 따른) 정책 실수로 생기는 W자형 회복”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재정적자와 정부 부채가 늘면서 내년에 부양책이 끊겨 다시 침체에 빠질 가능성도 제기했다.
WP도 “경제를 너무 빨리 열고 이로 인해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경기회복이 W자로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백신이 나오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과 코로나19로 개인과 기업의 부채가 늘어나는 것도 위험요소”라고 분석했다.
<로스앤젤레스 뉴욕=김영필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