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릭스의 다큐멘터리 ‘타이거 킹’이 화제가 됐다. ‘타이거 킹’은 살인 청부와 동물 학대 혐의로 22년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호랑이 사육사 조 이그조틱과 그의 주변 인물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백악관의 코로나19 브리핑에까지 등장한 ‘타이거 킹’ 대화는 코로나19 ‘집콕 시대’를 살아가는 미국인들의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했다.
영화관과 공원이 모두 문을 닫고, 스포츠 생중계마저 중단된 상황에서 미국인들은 스트리밍 업체가 내놓은 각종 콘텐츠에 리모컨을 고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타이거 킹’은 최대의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타이거 킹’은 넷플릭스 콘텐츠 순위에서 1위를 달리고 있으며, 연예면 뉴스에는 ‘타이거 킹’과 관련해 하루가 멀다고 시시콜콜한 소식이 올라오고 있다. 시청률 조사업체 닐슨에 따르면 ‘타이거 킹’은 지난달 20일 출시 이래 열흘 만에 3,400만명이 봤을 정도다.
‘타이거 킹’ 인기몰이의 배경에는 코로나19가 일으킨 할리웃 영화산업의 거대한 지각 변동이 자리 잡고 있다. 코로나19는 할리웃의 대형 스튜디오가 영화를 만들고, 거대 극장 체인이 꿈과 오락을 파는 시스템을 멈춰 세웠다. 그러자 소비자들은 스트리밍 서비스로 몰려들었다.
시장조사업체 인보크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5%가 코로나19 이후 스트리밍 콘텐츠를 더 많이 본다고 답변했고, 35세 이하에서는 그 비율이 80%로 높아졌다.
또 최근 닐슨 조사에서는 넷플릭스와 유튜브, 훌루,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디즈니플러스 등 스트리밍 서비스 시청 시간이 지난달 2일을 기준으로 2주 만에 40%나 늘었다.
넷플릭스는 지난달 20일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은 전 세계 영화인과 콘텐츠산업 종사자들을 돕기 위해 1억 달러를 내놨다. 최고콘텐츠책임자(COO) 테드 서랜도스는 “영화와 TV 업계는 좋은 시절 넷플릭스를 지원했다”며 “어려운 시기를 맞아 우리가 이제 그들을 돕겠다”고 밝혔다.
서랜도스의 이러한 언급은 스트리밍 업계의 질주와 침체기로 빠져든 할리웃 영화 산업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AMC와 리갈시네마 등 대형 극장 체인은 북미 전역의 영화관 문을 닫았고, 일각에선 파산하는 업체도 나올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제기된다. 유니버설, MGM, 소니픽처스, 워너브러더스, 디즈니는 ‘텐트폴’(영화산업에서 지지대 역할을 하는 흥행 기대작) 영화를 극장에서 싹 거둬들이고 개봉 시기를 일제히 미뤘다. 마블 스튜디오는 ‘블랙 위도우’를 비롯해 히어로 영화의 개봉 시기를 내후년 일정까지 고려해 전면 재조정했다.
할리웃에서는 코로나19가 진정되지 않을 경우 최대 성수기인 여름 영화 시즌에 블록버스터가 단 한 편도 상영되지 않을 것이고, 자칫 영화 산업 자체가 고사 위기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연예매체 할리웃리포터에 따르면 소니픽처스의 탐 로스먼 회장은 영화 관람을 인류의 원초적인 ‘집단 경험’ 욕망에 빗대면서 코로나19가 종식되는 순간 폭발적인 영화 관람 수요가 생길 것이라고 반박했다.
로스먼 회장의 호언장담대로 할리웃이 코로나19 이전의 좋은 시절로 돌아갈지, 스트리밍 업체가 주도하는 새로운 질서를 맞이하게 될지 섣불리 예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모든 것은 코로나19의 기나긴 터널을 통과하는 소비자들의 선택에 달렸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