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 지능 기술을 활용, 주택 보유자로부터 주택을 직접 매입하는 이른바 ‘아이바잉’(iBuying) 업체의 투자 전략에도 변화가 생겼다. 코로나19여파로 주택 거래가 뚝 끊기고 주택 가격 하락에 대한 위험이 높아지자 질로우와 오픈도어 등 대표적인 ‘아이바잉’ 업체의 투자 방향이 매입에서 매도로 급선회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대규모로 매입한 주택의 보유 기간이 장기화할 경우 모기지 이자, 재산세, 주택 보험료 등 보유 비용 부담이 커질 것에 대비한 전략 변화다. 소프트 뱅크로부터 투자를 받은 오픈도어와 최근 부동산 매매 시장에 뛰어든 질로우 등의 업체는 주택 시장의 강한 성장세를 바탕으로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약속하며 최근 수년간 대규모 주택 매입에 나선 바 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코로나19여파로 이들 업체들은 투자 손실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매입 중단을 결정하고 있다. 질로우는 자본 비축과 직원 보호를 위해 주택 매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지난달 23일 발표했다. 질로우의 결정은 경쟁 업체인 오픈도어와 레드핀의 매입 중단 결정 이후 뒤따라 이뤄진 것이다. 글렌 켈맨 레드핀 최고 경영 책임자는 “현재로서는 적정 시세 예측이 힘들어졌다”라며 “따라서 주택 보유자 상대 직접 매매 방식인 ‘즉석 오퍼’(Instant Offer)를 중단한다”라고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매입 중단 결정 배경을 밝혔다.
질로우는 약 2년 전 ‘아이바잉’ 업계에 뛰어든 뒤 그동안 높은 투자 수익을 올렸다. 단기간에 주택을 사고파는 투자인 ‘플리핑’ 매매를 약 14억 달러의 수익을 올린 질로우는 현재 경기 침체에 대비, 보유 주택 약 1,860채를 가상 쇼윙 등의 방식을 통한 대량 매도에 나서고 있다.
질로우는 코로나19 여파로 지난달 초부터 오픈하우스 개최를 중단했지만 온라인을 통한 매물 홍보는 지속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질로우보다 보유 주택 규모가 3배나 많은 오픈도어의 경우 보유 비용 부담이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오픈도어 역시 이미 매입에서 매도로 전략을 바꾼 상태로 업체 측에 따르면 현재 보유 주택의 절반 정도가 매도를 위한 계약이 진행 중이다.
질로우의 매입 중단 결정은 신속하게 이뤄졌다. 질로우 측은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지난달 13일만 해도 “코로나19 여파로 주택 보유자들의 주택 처분에 대한 관심이 감소할 것이란 징후가 없다”라며 “재택근무 직원을 동원해서라도 주택 매입 활동을 원활하게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경쟁 업체들이 보유 주택 대거 매도에 나서면서 매도 계획에도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