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게 꼭 맞는 퍼터 찾기...인-아웃-인 궤도엔 블레이드, 일직선 스트로크는 말렛 유리
▶ 개인 취향·안정감 최우선하고 길이는 키 아닌 자세에 맞춰야…로프트·그립굵기·타구감도 고려
골퍼들은 퍼터를 ‘조강지처’라고 부르기도 한다. 스코어의 40% 넘는 타수를 담당하는 중요한 클럽이라는 의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집콕’해야 할 시간이 길어졌다. 샷 연습이 어려운 시기, 퍼터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 꼭 맞는 퍼터를 찾아 손에 익히며 필드에 나설 그날을 기다리는 건 어떨까.
퍼터 선택에서 가장 먼저 마주하는 갈림길은 ‘블레이드(일자형)냐, 말렛형이냐’일 것이다. ‘고수’들은 블레이드 퍼터를 쓴다는 인식이 아직도 있는 듯하지만 31일 미국 골프닷컴이 소개한 자료는 이런 고정관념을 깬다.
2019~2020시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의 퍼팅 능력 지수(Strokes Gained Putting) 톱50의 무려 60%인 30명이 반달형 등의 말렛 퍼터를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퍼트 1위인 루이 우스트히즌과 2위 데니 매카시, 4위 욘 람, 13위 웨브 심프슨, 36위 임성재 등이 말렛형 퍼터를 쓴다. 블레이드 사용자는 3위 패트릭 리드, 7위 케빈 나, 14위 맷 쿠처, 22위 브라이슨 디섐보, 49위 리키 파울러 등이다. 기량과는 무관함이 드러난 셈이다.
일반적으로 블레이드형은 무게중심이 높고 두께가 얇아 세밀한 컨트롤 성능과 거리 감각 등이 장점인 대신 정확한 중심 타격이 요구된다. 말렛형은 무게중심이 낮아 스위트스폿이 넓고 직진성도 좋은 반면 익숙해질 때까지는 속도를 맞추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무게 배치와 호젤(헤드와 샤프트 연결 부위)의 위치, 네크 형태(일직선 또는 휘어진 모양) 등의 기술 발달로 양쪽의 장단점이 희석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이 첫손에 꼽는 헤드 형태 선택기준은 ‘스트로크 궤도’와 ‘개인의 취향’이다.
블레이드 타입의 경우 후방과 전방 스트로크를 하는 동안 헤드 앞쪽인 토(toe) 부분이 다소 많이 열렸다 닫혔다 하며 회전(토크·torque)한다. 네크가 헤드 뒤쪽인 힐(heel) 끝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블레이드는 인-아웃-인으로 호(弧)를 그리는 타입의 스트로크에 잘 맞는다.
말렛형은 토크가 작기 때문에 헤드가 일직선으로 운동하는 것이 보다 더 자연스럽다. 물론 요즘에는 말렛 모델이지만 호젤 기술을 이용해 호 형태로 스트로크를 해도 블레이드처럼 작동하게 만든 토 행(toe hang) 옵션 제품들도 출시되고 있다. 투어 선수들은 스트로크 타입 못지않게 어드레스나 스트로크 때의 안정감을 강조한다.
최나연은 과거 퍼터 교체 직후 우승하고 나서 “성공시킬 수 있다는 확신이 좀 더 느껴지는 형태가 좋다”고 했다.
어떤 퍼터를 고르든 샤프트 길이가 중요하다. 유명 퍼터 디자이너 스코티 캐머런은 “볼이 굴러갈 길 위에 시선을 맞춰야 하는데 샤프트가 너무 길면 시선이 볼보다 안쪽으로 들어오고 짧으면 시선이 바깥쪽으로 놓여 일관된 스트로크를 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길이는 체형보다 퍼팅 자세에 맞춰야 한다. 키가 같더라도 각자 몸을 숙이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자세에 맞는 길이를 선택하는 게 옳다.
로프트도 고려해야 한다. 퍼터 페이스는 지면과 직각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2~5도 정도 누워 있다. 어드레스 때 그립을 타깃 쪽으로 기울여주는 골퍼라면 로프트 감소를 계산해 보다 높은 로프트를 택해야 볼이 처음부터 미끄러짐 없이 부드럽게 구르기 시작한다. 양손을 볼의 바로 위나 뒤쪽으로 위치시킨다면 좀 더 낮은 로프트가 알맞다. 이 밖에 거리감과 손목 사용에 영향을 주는 그립의 굵기, 타구감, 정렬 용이성 등도 점검해야 한다.
<박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