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메이저리그는 지난 3월27일 시즌 개막 예정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5월 중순까지 개막을 미룬 상태다. 선수들과 구장 관계자들의 경기 준비 시간 등을 고려하면 빨라도 6월, 늦어지면 7월 개막까지도 예상된다.
이 경우 ‘팀 당 1주일 6~7게임’ 같은 예년 방법으로는 시즌 내 모든 일정을 소화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에 ‘성탄절 월드시리즈’ ‘7이닝 더블헤더’ 등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있다.
수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는 12월에 포스트시즌을 치르는 성탄절 월드시리즈를 제안했다. LA타임스에 따르면, 보라스는 6월1일 개막하면 팀당 162경기 방식을, 7월1일 개막하면 144경기 방식을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제안했다. 11월까지 정규리그를 소화하고 포스트시즌은 12월에 치르는 일정이다. 이대로라면 월드시리즈 6차전은 성탄절에 열린다.
이 아이디어는 ▲리그에 8개의 돔구장이 있고 ▲남가주의 12월 평균기온(19.4도)이 비교적 따뜻하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보라스는 “12월에도 포스트시즌을 치를 수 있는 야구장이 11곳이나 된다”고 했다. 월드시리즈를 해당 팀의 연고 도시를 고집할게 아니라 이들 중립 도시 중 한 곳에서 치르면 된다는 것이다.
보라스가 언급한 11개 구장은 LA 다저스테디엄과 에인절스 스테디엄, 샌디에고 파드레이스 스테디엄 등 남가주 지역 3개 구장을 포함해 마이애미, 시애틀, 애리조나, 밀워키, 토론토, 휴스턴, 탬파베이, 텍사스 등 전국 각지의 8개 돔구장들이다.
이는 NFL이 수퍼보울을 개최하는 방식과 비슷하다. 수퍼보울은 일찌감치 특정 도시를 개최지로 미리 결정하는데 이미 2024년 개최지까지 결정돼 있다. 1~2월에 열리는 점을 고려해 날씨가 따뜻한 남부 지역이나 돔구장에서만 열린다.
수퍼보울은 54년 역사상 단 한번도 수퍼보울 진출팀 연고지에서 진행된 적이 없다. 보라스는 “미리 지정한 구장에서 월드시리즈를 개최하는 것은 야구 산업에 엄청난 경제적 이익을 가져올 것”이라며 “게다가 수퍼보울은 한 경기지만 월드시리즈는 최대 7경기까지 진행된다”고 주장했다.
‘7이닝 더블헤더’ 방식으로 정규리그를 빨리 진행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로스 앳킨스 토론토 블루제이스 단장은 향후 일정에 대해 “7이닝 더블헤더를 고려해봐야 한다”고 했고, 버드 블랙 콜로라도 로키스 감독도 “짧은 기간에 더 많은 경기를 치르려면 더블헤더가 필요할 수 있다”며 가능성을 언급했다.
애런 분 뉴욕 양키스 감독도 “7이닝 더블헤더를 고려해볼 수 있다”면서 “다만, 1주일에 8~9경기씩 소화하려면 현행 로스터를 늘려 선수들의 체력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했다.
이는 마이너리그와 대학야구에서는 이미 시행하는 제도다. 하루에 2게임씩 더블헤더로 치러질 경우 게임당 9이닝이 아닌 7이닝만 소화한다. 더블헤더를 포함해 팀당 1주일에 평균 9경기를 치르면 18주(4달 반)면 162경기를 소화할 수 있다. 최근 메이저리그에서는 매년 더블헤더가 적게는 14경기(2014)에서 많게는 34경기(2011, 2018)씩 진행됐다.
하지만 ‘과감한 경기 수 축소’가 여전히 힘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A타임스는 “메이저리그 고위 관계자 사이에서는 7월1일 개막해 팀당 81경기씩 단축 시즌을 치른 뒤 10월에 포스트시즌을 치르는 방안이 힘을 얻고 있다”고 전했고, USA투데이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10월 말까지 100경기씩 치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