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올림픽 연기… 역사와 배경은
1940년 일본대회 무산·1980년 반쪽 대회
2020 도쿄 하계올림픽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2020년이 아닌 2021년에 열리게 되면서 과거 올림픽 대회가 제대로 열리지 못했던 역사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4년 주기로 열리는 올림픽이 연기된 것은 1896년 근대 올림픽 태동 이래 124년 만에 처음 일어난 사건으로, 전쟁으로 올림픽이 취소된 적은 있어도 전염병으로 대회가 제때 열리지 못한 것도 최초다.
■역대 취소는 5번… 모두 전쟁 때문
역대 동·하계올림픽에서 취소된 대회는 모두 5번 있었다. 사유는 모두 전쟁이었다.
하계올림픽에선 1916년, 1940년, 1944년 세 번 대회가 열리지 않았다. 동계올림픽도 1940년과 1944년 대회를 건너뛰었다.
1916년엔 1차 세계대전, 1940년과 1944년엔 2차 세계대전이 지구촌을 각각 덮쳤다. 평화의 제전은 전쟁의 포화에 묻혔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4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토마스 바흐 위원장과의 전화 통화에서 도쿄올림픽 1년 연기에 합의하면서 올림픽 ‘취소’는 없다고 강조했다. 일본이 올림픽 취소라는 말에 유독 예민하게 반응하는 건 두 번이나 이를 경험해서다.
일본은 1940년 동·하계 올림픽을 자국 삿포로와 도쿄에서 치를 예정이었다. 그러나 1937년 중국을 침략해 중일전쟁을 일으킨 대가로 1940년 올림픽 개최권을 반납했다. 세계가 2차 대전의 격동에 휘말리면서 그해 올림픽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런 역사가 있어 일본은 코로나19로 어쩔 수 없이 이번 올림픽을 내년으로 미루는 것일 뿐 취소는 절대 없다고 강변한다.
취소라는 최악의 상황은 막았지만, 일본은 올림픽 연기로 막대한 재정 손실을 보게 됐다. 일본 전문가는 올림픽을 1년 연기하면 약 7조3,000억원의 손실이 생길 것이라고 추산했다.
■도쿄올림픽 결국 연기 왜
2020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정상 개최를 고집했던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꿈은 결국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 추세와 이에 따른 국제사회의 반발에 꺾이고 말았다.
아베 총리는 불과 이틀 전까지만 해도 연기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던 터라 사실상 국제사회의 강력한 요구에 굴복한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간 도쿄올림픽 일정 조정을 요구하는 국제사회 목소리는 줄을 이었지만, 아베 총리는 최근까지도 정상 개최를 고집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19 펜데믹(전세계적 확산) 선언 이후에도 일본 정부는 “일본은 안전하다”고 강조해왔다. 외무성이 직접 나서 주요국 대사관 직원들을 대상으로 일본 감염상황에 대해 설명회를 열며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고, 아베 총리는 지난 14일 총리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IOC와 협력해 코로나19 확산을 막고 올림픽을 무사히 예정대로 개최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으로 유럽과 미국의 프로스포츠 이벤트들이 줄줄이 중단되고, 올림픽 예선 일정마저 기약 없이 미뤄지거나 취소되면서 대회의 연기 또는 취소가 불가피하단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급기야 최근 캐나다와 호주가 “올해 올림픽을 개최한다면 선수단을 파견하지 않을 것”이라며 불참을 선언했고, 독일도 1년 연기를 촉구하며 일본 정부와 IOC를 압박, 결국 ‘2020 도쿄올림픽’은 내년으로 미뤄졌다.
이에 따라 공교롭게도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이 최근 올림픽과 관련해 “40년마다 문제가 생겼다”며 “저주받은 올림픽”이라고 내뱉은 실언이 현실화 한 모습이다. 그간 하계올림픽은 40년 주기에 맞춰 홍역을 치러왔다. 일본의 1940년 동ㆍ하계 올림픽이 무산됐고, 그 40년 뒤 미국과 소련의 냉전이 한창이던 1980년 모스크바 대회는 서방국가의 보이콧으로 반쪽 대회로 치러진데 이어 또 다시 40년이 지나 2020 하계올림픽도 최초의 대회 연기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