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모든 스포츠가 ‘올 스톱’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샌타아니타의 경마 경기는 예정대로 진행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으로 전 세계 스포츠가 취소되거나 연기된 가운데 LA 동북부에 위치한 샌타아니타 경마장에는 말 주인과 이들의 게스트, 경마장 청소부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경기가 14일 진행돼 코로나 19로 얼어붙은 미국 스포츠계에 긍정적인 순간을 선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날 오후 12시30분이 되자 미 국가가 울려펴졌고 12시50분에 제이 코헨의 시작을 알리는 트럼펫 연주가 있은 후 1시에 정확하게 경주마들은 출발 지점에 정렬해 평소처럼 경기를 진행했다. LA에서 모든 스포츠 경기가 중단되고 경마경기만 진행되기는 2차대전 때인 지난 1940년대 이후 처음이다.
당연히 일반 관중은 없었고 배팅도 진행되지 않았으며 음료도 제공되지 않았을 뿐더러 날씨까지 흐린데다 비까지 간간이 뿌려 경기장의 분위기는 가라 앉았다. 선수들은 관중들의 환호도 없이 오로지 말과 혼연일체가 되어 경기에만 집중할 뿐이었다.
주최측은 말들이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무관중으로 진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경기를 취소할 필요는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마장에서 일하는 청소부들은 모든 에스컬레이터 손잡이, 테이블, 대형 TV 등 사람 손이 닿을 만한 곳은 어디든 닦고 청소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샌타아니타 경마장에서는 지난해 12월 경주와 훈련 중에 2마리의 경주마가 죽은 것을 시작으로 20여 마리의 경주마들이 잇달아 숨져 3월 초 임시폐쇄됐다가 다시 재개장한 바 있다.
<박흥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