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Anfield(여기가 안필드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리버풀 홈 구장 안필드엔 팀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간판이 걸려있다. 리버풀 선수들은 라커룸에서 경기장으로 들어서는 길목에 걸린 이 간판을 ‘터치’하는 걸 승리를 향한 의식처럼 여긴다. 양팀 선수들이 나란히 경기장에 들어서면 세계에서 가장 열성적인 팬들로 소문난 ‘콥(kopㆍ리버풀 팬을 일컫는 애칭)’들의 응원이 고막을 울린다.
경기 시작 전부터 리버풀 선수들에겐 자신감을, 상대 선수들에겐 꽤나 큰 부담을 안기는 ‘간판 터치’는 그러나 2015년 10월 위르겐 클롭(53) 감독 부임 후 잠시 멈췄다. “우승하기 전까지는 (간판을)터치하지 말라”는 클롭의 지침 이후 간판은 잠시 사라졌다 다시 등장하기도 했다.
리버풀 선수들은 지난 2018~19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간판을 터치할 자격을 얻었다. 그리고는 새 시즌 기어코 안필드에서 ‘안방 최다 연승’이라는 새 역사를 썼다. 리버풀은 7일(한국시간) 영국 리버풀의 안필드에서 열린 2019~20 EPL 29라운드 경기에서 본머스에 2-1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안방에서 22연승을 올린 리버풀은 지난 1972년 빌 샹클리 감독 시절 자신들이 세운 홈 최다연승 기록(21경기)을 갈아치웠다.
시즌 초반부터 승승장구했던 리버풀은 이날 경기에 앞서 벌어진 4차례의 공식 경기 중 3패를 당하며 흔들렸다. 무패 우승, 리그 최다 연승 신기록 목표가 날아갔지만 안방에서만큼은 무너지지 않았다. 이날 리버풀은 경기 시작 9분만에 본머스의 캘럼 윌슨(28)에게 선제 골을 내줬지만, 전반 25분 모하메드 살라(28)가 자신의 100번째 EPL 경기에서 70번째 골을 터뜨리며 동점을 만들었다. 전반 33분엔 사디오 마네(28)가 천금 같은 역전 결승골을 안기며 홈 최다 연승 기록을 완성했다.
클롭 감독은 경기 후 현지 매체들과 인터뷰에서 “나는 23경기째(홈 연승)인줄 알았다”면서도 “나와 샹클리 감독은 비교할 수 없다”며 존경을 전했다. 안방에서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리버풀은 이날 승리로 EPL 우승 ‘매직 넘버’를 ‘3’으로 앞당겼다. 앞으로 3경기만 더 이기면 다른 팀 결과에 상관 없이 1989~90시즌 이후 30년 만의 1부 리그 우승을 확정하게 된다. 클롭 감독은 우승 조기확정보다 오는 12일 열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과의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홈경기에 전념할 뜻을 전했다. 사실상 리그 우승이 확정적인 상황에서 UEFA 챔피언스리그 2연패에 도전하겠다는 굳은 의지다.
<김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