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주택 구입자의 내 집 마련 과정이 지금처럼 힘든 적이 없었다. 치솟기만 하는 임대료 부담에 치여 주택 구입에 필요한 다운페이먼트 마련은 점점 불가능한 현실처럼 되어가고 있다. 학자금 대출 상환 부담도 첫 주택 구입을 가로막는 장애물 중 하나다. 그래도 첫 주택 구입자들이 기댈 곳이 한군데 있다. 주택 구입 시 필수적인 다운페이먼트 마련을 부모에게 의존하는 첫 주택 구입자들이 여전히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 부동산 중개인 협회’(NAR)의 조사에 의하면 지난해 생애 첫 주택 구입자 중 약 60%는 부모나 친지로부터 다운페이먼트 자금의 일부 또는 전액을 지원받아 내 집 장만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의 지원을 받지 못한 첫 주택 구입자 중 개인 대출을 받아 다운페이먼트 마련에 사용한 비율은 약 5%에 불과했다.
지난해 부모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아 첫 주택 구입에 성공한 구입자 대부분인 약 78%는 부모의 지원과 자신이 모아둔 자금을 합해서 다운페이먼트로 사용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부모 등 가족으로부터 다운페이먼트 지원을 받는 경우는 20세와 28세 사이의 젊은 밀레니엄 세대와 미혼 동거인 세대에서 가장 흔했다. 두 세대의 경우 다른 형태의 구입자에 비해 가구 소득 수준이 낮아 다운페이먼트 자금 마련이 비교적 힘든 세대에 속한다.
금전적인 지원 외에도 가족으로부터 다른 형태의 지원을 받아 내 집 마련에 나선 첫 주택 구입자도 많았다. 비금전적 지원 중 가장 흔한 방법은 집 일부 공간을 내주고 임대료를 받지 않는 방법의 지원이었다. 지난해 약 4분의 1에 해당하는 첫 주택 구입자들이 부모나 친구, 친척의 주택에서 거주하다가 임대료를 납부하는 일반적 형태의 임대를 거치지 않고 바로 생애 첫 주택을 장만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부모의 집에 얹혀살다가 생애 첫 주택을 구입하는 비율은 1993년 약 12%에서 지난해 약 23%로 거의 2배가량 증가했다. 반면 부모 집에서 독립해 임대를 거친 뒤 첫 주택을 장만하는 비율은 같은 기간 약 82%에서 71%로 감소 추세를 나타냈다. 부모 집에서 살다가 주택을 구입하는 비중은 젊은 밀레니엄 세대와 독신 남성, 미혼 동거인 세대에서 비교적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부모 집에서 얹혀살다가 첫 주택을 구입하는 비율이 증가하는 이유는 유리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부모 집에 살면 임대료를 납부할 필요가 없어 소득 중 상당 부분을 다운페이먼트 마련에 사용할 수 있다. 소득 중 일부는 학자금 대출이나 기타 개인 대출 상환에 사용, ‘총부채상환비율’(DTI)을 낮춰 유리한 조건으로 모기지 대출을 받는 데도 도움이 된다. 또 임대 계약 기간 만료에 쫓겨 급하게 구매 계약을 체결하는 압박감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그렇다고 첫 주택 구입자들이 모두 ‘공짜’로 부모의 집에 얹혀살았던 것은 아니었다. 부모의 재정 상황이 여유롭지 못한 경우는 자녀들이 부모의 재정을 일부 도왔던 것으로 조사됐다. 첫 주택 구입자 중 절반은 임대료 일부 또는 유틸리티 비용, 식료품 비 등 일부 주거비를 부모와 분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