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 추락사고로 41세의 짧은 생을 마감한 미국프로농구(NBA)의 ‘전설’ 코비 브라이언트를 영원히 기리기 위해 NBA 로고의 모델을 코비로 바꾸자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CBS 방송은 29일 “청원 사이트인 체인지(Change.org)에 200만 명 이상이 NBA 로고 주인공을 브라이언트로 하자는 의견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41세 짧은 생을 마친 브라이언트는 NBA 통산 득점 4위(3만3,643점)에 올라 있고 현역 시절 LA 레이커스에서만 뛰며 우승 5회, 올림픽 금메달 2회 등 화려한 이력을 남겼다.
브라이언트의 사고 소식 직후 캐나다 밴쿠버에 사는 한 팬이 ‘NBA 로고 모델을 브라이언트로 바꾸자’는 의견을 처음 청원 사이트에 올렸다. 이 팬은 CBS와 인터뷰에서 “그렇게 하면 브라이언트를 NBA에 불멸의 존재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청원을 올린 배경을 설명했다.
현재 NBA 로고의 주인공은 제리 웨스트(82)다. 웨스트 역시 브라이언트처럼 선수 생활을 LA 레이커스에서만 했으며 지도자로서도 LA 레이커스 벤치만 지켰다.
1982년부터 1994년까지 LA 레이커스의 단장으로 일했고 199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브라이언트를 LA 레이커스로 트레이드 해오는데도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한인 골프 선수인 미셸 위의 시아버지이기도 하다.
웨스트는 2017년 ESPN과 인터뷰에서 “만일 NBA 사무국에서 로고를 바꾸고 싶어 한다면 기꺼이 그렇게 하기를 바란다”고 로고의 주인공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웨스트는 브라이언트의 사고 이후 “그를 항상 사랑했고, 그와 함께 보낸 시간이 너무나 소중했다”며 “그는 많은 이들의 삶에 변화를 줬고, 이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었다. 그의 업적은 영원히 남을 것”이라고 추모의 뜻을 나타냈다.
CBS는 “로고 변경 청원에 대한 NBA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으나 답을 듣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또 일부 NBA 선수들이 코비가 현역 시절 달았던 등 번호를 내려놓기 시작했다.
NBA 사무국은 브루클린 네츠의 가드 스펜서 딘위디와 올랜도 매직의 가드 테런스 로스가 요청한 등 번호 변경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둘은 올 시즌 8번을 달고 뛰어왔다.
8번은 브라이언트가 20년 동안 LA 레이커스에서 활약할 때 달았던 번호 중 하나다. 브라이언트는 레이커스에서 처음에 8번을 달고 뛰다가 자신의 농구 인생 후반부를 위해 새로운 번호를 원했다면서 2016년부터 고교 시절 처음 달았던 등 번호인 24번으로 바꿨다.
레이커스는 브라이언트가 은퇴한 뒤 8번과 24번 모두 구단 영구 결번으로 정했다.
딘위디와 로스는 지난 26일 세상을 떠난 브라이언트의 유산을 기리기 위해 시즌 중임에도 등 번호 교체를 신청했다.
NBA의 승인으로 딘위디는 남은 시즌을 26번, 로스는 31번을 달고 코트에 선다. 지난 8년 동안 31번을 썼다가 올 시즌 8번으로 바꿨던 로스는 내달 2일 마이애미 히트와의 홈 경기부터 다시 31번이 적힌 유니폼을 입는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8번과 24번을 단 다른 팀 선수 중에도 번호를 바꾸려는 선수가 여럿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딘위디와 로스를 빼고도 이번 시즌에 8번은 20명, 24번은 12명의 선수가 사용하고 있다.
이미 브라이언트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뒤 달라스 매버릭스는 24번을 구단 영구 결번으로 지정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NBA 사무국은 등 번호 변경을 원하는 선수들이 있으면 개별적으로 검토하려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