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M으로 전세계 열풍 주도, 노래·랩·프로듀싱까지 척척
세계 속의 한국 대중음악을 이야기할 때 K팝이나 방탄소년단(BTS)만 논한다면 우리나라 음악인들의 저력을 과소평가하는 일이다. 유행에 민감한 세계 곳곳의 댄스 클럽에선 이미 한국의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EDM)이 ‘핫 아이템’이 된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한국 출신이나 한국계 DJ들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K하우스’라는 신종 장르도 생겼다.
하우스는 디스코에서 영향을 받은 4분의 4박자 정박자 기반의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을 말한다. 2010년대 중반부터 미국과 유럽의 유명 클럽과 대중음악 페스티벌에서 조금씩 인기를 끌더니 이젠 확실히 ‘대세’로 자리잡았다.
흥미로운 건 해외 EDM 세계에서 주목받는 한국인 DJ들이 대부분 여성이라는 점이다.
올 4월 열리는 미국의 대표적 대규모 음악축제인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에도 한국계 여성 DJ인 페기 구, 예지, 토키몬스타가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이밖에 박혜진, 씨피카 등에 대한 관심도 높다.
K하우스 붐은 K팝 덕이 아니다. 백인 남성 중심의 EDM 세계에서 아시아 여성 음악인이 인정받았다는 건 음악적 역량 없이 불가능한 일이다. LG 스마트폰 광고 모델로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페기 구는 지난해 영국 가디언으로부터 ‘가장 힙한 DJ’라는 평을 들었다. 처음부터 그랬던건 아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음반사 사람들이 내 한국 이름을 두고 시시덕거리고 성적 매력만을 부각시키려 하는 등 음악 실력을 의심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단지 남의 음악을 트는 DJ에 그치는 게 아니라 직접 노래나 랩을 하고, 음악을 스스로 만드는 프로듀서라는 공통점이 있다. 또 한국적 요소를 과감히 드러낸다.
힙합과 하우스가 공존하는 리듬 위에 한국어와 영어로 노래하는 예지는 “한국어는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지닌 언어”라고 말한다. 페기 구와 박혜진도 한국어로 노래한다. 해외 언론과 인터뷰 할 때마다 “한국에는 아름다운 것들이 너무 많다”고 말하는 페기 구는 ‘스타리 나이트’ 뮤직비디오를 아예 한국에서 촬영했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페기 구, 국내에서 시작해 해외로 진출한 박혜진과 씨피카 등으로선 당연한 결론일지 모른다.
이대화 대중음악평론가는 “최근 EDM 음악계에서 여성 DJ들이 각광을 받고 있다”며 “페기 구와 예지, 박혜진은 대형 EDM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로 서는 DJ들과 달리 마니아 취향의 개성 있는 음악과 한국어 가사의 독특한 이미지로 해외에서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경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