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가정상담소
지난해 309건 분석
25%가 자살 생각
#최근 아내와 사별한 한인 A씨는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삶에 의욕을 느끼지 못하는 무기력증으로 종종 자살을 생각하기도 한다.
#한인 B씨는 체류신분 문제와 생활고로 까지 우울증상이 심해지고 있다고 느낀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강화된 이민단속과 지인으로부터 사기까지 당하면서 이같은 증상이 더 깊어지고 있다.
#분노조절 장애가 있는 남편과 결혼 생활을 하고 있는 한인 C씨는 가정불화로 우울증상에 빠져 있다. 자녀들에게까지 폭언을 퍼붓는 남편과의 일상은 고통스럽기만 하다.
지난 해 한인 가정상담소에 상담을 자청한 중장년층 한인들이 고통을 호소하며 털어놓은 사연들이다.
한인들의 정신 건강이 위태로울 정도로 심각한 지경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까지 생각한 정도로 위태로운 한인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한인들의 정신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것으로 보인다.
7일 한인가정상담소측은 지난해 상담소를 찾은 한인들의 상담건수 309건 중 30%가 우울증으로 가장 많았고, 불안증이 20%로 그다음이었다. 이러한 우울증은 자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위험하다.
가정상담소 측은 “작년 자살을 고려한 상담자 통계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2018년의 경우 상담자 중 25%가 자살을 생각했고, 5%는 실제 시도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또 “이같은 비율이 올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상담소 측은 덧붙였다.
타인종 주민들에 비해 높은 한인들의 자살률도 심각한 상태로 알려졌다. LA카운티정신건강국측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사망자 100명당 자살 비율은, 전국 인종별로 한인이 3.7%로 가장 높았다.
자살의 주원인은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 건강 문제로 분석됐다. 한인 노인 10명 중 2명이 평소 자살을 고민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2016년 국제노인정신의학저널에 실린 논문은 조사대상 한인 노인의 14.7%가 자살 생각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논문은 볼티모어-워싱턴 지역에사는 1,116명의 한국계 노인들을 조사한 것이다.
LA한인가정상담소의 샘 이 카운슬러는 “부부갈등, 부모와 자녀간의 갈등, 신분문제 등 한인들이 우울증이나 불안증을 겪는 요소가 다양하고, 약물중독, 도박중독에 시달리는 한인도 적지 않아 한인들의 정신건강은 위험한 수준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