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UCLA 54건 비롯
주립대 캠퍼스마다
스토킹·성폭행 비상
남가주 지역 유명 대학에 다니는 한인 여대생 A씨는 올해 초 동아리 모임에서 술자리를 가졌다. 술이 과했던 걸까. 다음날 기숙사에서 눈을 떴고 옆에는 같이 술을 먹던 남학생이 떡 하니 자고 있었다. 술자리에서 어떻게 기숙사까지 왔는지 기억은 전혀 없었다. 그러나 성폭행을 당했다는 의심과 이 학생이 데이트 폭력 약물을 사용했다는 정황이 있어 경찰에 신고를 했다. 학교 내 성폭력 상담 기관에도 도움을 받았지만, 그녀에겐 아직 수치심을 포함한 떨쳐내기 어려운 정신적 피해가 남아 있다.
또 다른 한인 여대생 B씨는 올해 같은 학교 남학생으로부터 스토킹을 당했다. 이 남학생의 호감 표현에 분명한 거절 의사를 밝혔지만 이 남학생은 B씨에게 계속 이메일을 보내고, B씨의 소셜 미디어(SNS) 페이지를 샅샅이 뒤지고, B씨의 친구들에게 B씨의 일정이나 위치를 캐묻기도 했다. 갈수록 집착이 심해져 위험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판단한 B씨는 스토킹 피해를 경찰에 신고했다.
이같은 내용은 이른바 ‘데이팅 폭력’과 관련해 한인 여성들이 본 피해가 대학 등 관련 기관에 보고된 사례들이다. 이처럼 남가주 대학들에서 올해 성폭행, 스토킹, 데이트 폭력 등이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각 학교들이 발표한 보고서들에 따르면 UCLA에서는 2018년 학교내 성폭행(rape)이 54건 발생했으며, 이는 2017년의 31건에서 상당히 증가한 숫자다. 이를 포함한 전체 UCLA 성범죄 사건수도 2017년 58건에서, 2018년 81건으로 늘었다. UC리버사이드의 경우 데이트 폭력이 2017년 7건에서 2018년 16건으로 증가했고, 성폭행은 2017년과 2018년 모두 각각 10건 보고됐다. 또 칼스테이트 풀러튼에서는 2017년 단 2건이었던 데이트 폭력이 2018년 12건으로 늘었으며, 2017년 3건이었던 성폭행이 2017년 7건으로 늘었다.
칼스테이트 노스리지의 경우 데이트 폭력과 스토킹 사건이 많아졌는데 데이트 폭력은 2017년 19건에서 2018년 27건으로, 스토킹은 2017년 22건에서 2018년 26건으로 각각 증가했다. CSULA에서는 2018년 스토킹과 성폭행이 전년도 보다 각각 1건씩 많아졌다.
매체 ‘LAist’에 따르면 학교 관계자들은 이같은 숫자 때문에 학교가 더 위험해졌다고 단정할 순 없다고 강조했다. UCLA 대변인은 이러한 숫자 증가에 대해 “성폭력과 피해자 권리에 대한 교육 증가와 학생들의 인식 변화, 신고 방법 증가 등으로 신고가 늘었기 때문”으로 봤다. 하지만, 그만큼 잠재 수요가 있었던 셈이기도 하다.
이러한 가운데 한인 피해 사례도 많은 것으로 보인다. LA 한인가정상담소의 조이스 우 가정폭력부서 상담사는 “대학생을 포함 젊은 한인들의 데이트 폭력, 스토킹, 성폭행 피해 사례도 많다”면서 “상담 사례도 늘고 있는데, 이는 잠재 수요가 있던 중 인식 개선이 이뤄지고 있어 상담 기관을 적극적으로 찾는 한인도 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