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지하실 불법개조 퀸즈에 집중
비싼 렌트로 불가피한 선택 지적
‘지하실서도 행복한 삶’ 사는 한인 손옥순씨 사례도 보도
뉴욕타임스가 지하실에서 거주하고 있는 퀸즈 이민자들의 어둡고 고단한 삶을 집중 조명했다.
뉴욕타임스는 23일 ‘지하실에서의 삶:햇빛이 들지않는 퀸즈이민자들의 세상’(Underground Lives: The Sunless World of Immigrants in Queens)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하고 더 나은 인생을 꿈꾸며 뉴욕에 왔지만 렌트를 감당할 수 없는 이민자들이 지하실로 내몰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뉴욕시의 1베드룸과 2베드룸 주택 소유자들은 지하실을 불법 개조해 이민자들에게 렌트를 주고 있는데, 대부분 지하실들은 좁은 복도에 창문도 없고,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벽, 신발 끈처럼 복잡하게 얽힌 전기배선 등 매우 열악한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뉴욕시 조례에 따르면 지하실 천장은 최소 7피트 이상이어야 하며, 반드시 창문이 설치돼 있어야 하지만 대부분 지하실은 이 규정을 따르지 않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모두 불법 거주지인 셈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현재 뉴욕시에 불법적으로 운영 중인 지하실 렌트는 수만 가구에 달하며, 10곳 중 8곳은 가장 다양한 인종이 살고 있는 퀸즈 지역에 분포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같은 지하실에는 식당 직원이나 배달원, 일용직 근로자 등의 직업을 갖고 있는 상당수 이민자들이 혼자 또는 룸메이트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힘든 이민자 가정들도 뉴욕시의 비싼 렌트가 버거운 나머지 지하실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실제 멕시코계 이민자로 식당에서 근무하는 아마도씨는 월 325달러 짜리 지하실에 살면서 남은 돈을 모두 멕시코에 있는 가족에게 송금하고 있다.
반면 신문은 한인 손옥순(65)씨의 사례를 들며 어둠과 외로운 생활을 하지 않고도 지하실에 거주하는 삶이 있다고 소개했다. 2년 전 딸 부부가 렌트한 주택의 지하실로 이사 온 손씨는 손자를 돌보며 생활하고 있다. 네일 기술자였던 손씨는 1980년 한국에서 퀸즈로 이민 온 뒤 노숙자 셸터에서 지내기도 했으며, 퀸즈브릿지 공영아파트에 거주하며 아들과 딸을 키웠다. 손씨는 창문 가득 빛이 들어오는 어느 오후 날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이곳이 너무 좋다’고 말했다.
<조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