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을 하려 할 때는 흔히 다음과 같은 경고를 듣는다. “소매치기가 당신을 노리고 있다.” 이 경고는 손 버릇 나쁜 도둑이 지갑을 훔쳐 가려고 한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보다 여기서는 외국인 손님들에게 바가지 요금을 일삼는 호텔과 식당, 가게 등의 조직화된‘디지털 소매치기’ 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키고자 한다.
외국서 크레딧카드 쓸 땐 현지 화폐로 결제
달러화로 전환하면서 수수료 챙기기 다반사
아메리카익스프레스만 추가 수수료 안받아
몇 주전 한 가족이 우다이퍼에 있는 인도의 가장 유명한 명승지 중 한 곳인 시티 팰리스의 한 까페에서 식사를 했다. 손님이 낸 비자카드로 계산을 한 종업원은 청구서에 5%를 가산한 뒤 달러화로 계산된 영수증을 내밀었다.
카드를 냈던 고객이 이를 항의하자 식당 매니저는 몰랐다며 카드 기계가 이렇게 자동적으로 계산했다고 말했다. 외국 여행자를 등치는 이 기계는 ‘다이내믹 통화 전환기’라는 근사한 이름을 갖고 있다.
이 기계는 넉넉한 추가 요금을 원래 가격에 덧붙인 뒤 이를 달러화 등 고객의 자국 화폐로 전환해 계산해 준다. 업소측은 이렇게 하는 것이 고객에게 이득이라고 강변한다.
시티 팰리스의 경우, 비자와 매스터카드사에서 요구하는 고객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제멋대로 이렇게 했지만, 불행히도 이런 강압적인 방법은 갈수록 더 보편화되고 있다.
인도에 살면서 여러 나라를 자주 여행할 기회를 갖다 보면 동네 약국에서부터 메리옷이나 하이야트 호텔 체인에 이르기까지 많은 비즈니스에서 통화를 전환해서 계산할 때 자의적으로 부과하는 바가지 수수료를 경험하게 된다. 어떻게 하면 이같은 바가지를 피할 수 있을까. 그 방법을 알아 본다.
■현지 화폐로 결제하라
대부분의 경우 외국에서 카드를 사용하면 비자나 매스터카드, 어메리칸 익스프레스에 현지 화폐로 계산된 액수가 통보된다. 카드사들은 이 금액을 도매 환율로 고객의 자국화폐로 환산해 고객의 은행에 통보하는데, 은행은 카드에 따라 0~ 2%의 환전 수수료를 붙이게 된다.
따라서 카드로 호텔비를 인도 화폐로 7,100 루피(대략 100달러)를 냈다면 고객의 은행 명세서에는 100달러나 102달러로 나와야 한다.
그러나 여행객들에게 더 많은 돈을 뜯어내기 위해 많은 비즈니스들은 카드를 결제할 때 둘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즉 결제수단으로 현지 화폐나 고객의 자국 화폐 중 하나를 고르도록 하는 것이다.
그들은 업소에 비치된 ‘다이내믹 환전기’을 이용하면 편하다고 권한다. 그러나 이 환전기를 이용하면 3~8%, 어떤 때는 이 보다 더 높은 수수료가 부과된다는 사실은 거의 이야기 하지 않아, 100달러인 인도의 호텔 요금은 105달러나 110달러가 되기도 한다.
뉴욕에서 소비자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포인츠 오브 라이프(Points of Life)라는 여행 블로그를 하고 있는 알렉산더 바추바는 “이건 완전 사기”라고 한다. 해외여행을 자주 하는 그는 소비자들에게 전화기에 있는 화폐 앱을 사용해 카드 사용액을 계산해 볼 것을 권유한다. 또한 환전기 사용에 대해서는 딱 잘라 “노”라고 말하고, 절약하려면 언제나 현지 화폐로 지불하라고 조언했다.
■제멋대로 환전, 영수증 살펴보라
비자나 매스터카드는 환전을 하려면 반드시 고객에게 먼저 묻도록 하고 있으나 고객들은 종종 이같은 질문을 받지 못할 때가 있다.
카드 영수증에 조그만 글씨로 고객이 자국 화폐로 결제하도록 동의했다는 문귀가 적혀 있다면 별도의 수수료를 그 업소에 헌납한 것과 다름없다. 인도에서는 최고급 호텔에서 이같은 일이 통상적으로 벌어지는데, 호텔비가 보통 1,000달러 이상이어서 환산 수수료가 5%라면 50달러를 더 내게 된다.
지난 5월 콜카타의 J.W.메리옷 호텔에서 숙박비를 인도화폐인 루피로 계산해 달라는 고객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달러화로 결제된 일이 있었다. 고객이 항의하자 호텔 매니저는 호텔 시스템이 일정액을 덧붙여 달러화로 환산하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추가 수수료 없이 루피화로 결제하려면 특별한 기계로 새로 정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매리옷 호텔측은, 전에 하이야트 호텔이 그랬던 것처럼 이같은 자동 전환이 자주 일어나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코멘트를 거부했다.)
추가 수수료를 상인들과 나눠 먹는 은행들은 이같은 엑스트라 수수료 부과의 공모자로 보인다. 뭄바이 한 카센터의 카드결제 영수증에 전에 보이지 않던 추가 환전 수수료가 찍혀 나와 연유를 알아 봤더니 인도 은행인 액시스가 업소의 카드 결제기를 업그레이드 시켜 주면서 업소측도 미처 모르고 있는 수수료를 추가로 부과하고, 이를 가져간다는 것이었다.
우다이퍼에 있는 시티 팰리스의 결제은행이기도 한 액시스측은 2종류의 카드 결제기를 상인들에게 제시하고 있는데, 이중 하나는 자동적으로 추가 수수료와 함께 고객의 자국 화폐로 전환해서 결제하는 머신이라고 밝혔다. 이 결제기를 사용하는 업소는 고객이 인도 화폐로 결제해 줄 것을 주장하면 복잡한 과정을 거쳐 루피화로 결제할 수 있다.
비자측은 은행과 상인들에게 화폐 전환에 대해 고객들에게 잘 알려 선택하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위반을 어떻게 적발하며, 위반시 어떤 조치가 취해질 것인가에 대해서는 응답하지 않았다.
자사의 다이내믹 환전기로 상인들이 더 많은 돈을 고객들에게 받아내도록 마케팅 하고 있는 매스터카드 측은 이와 관련된 질문에 일체 답하지 않았다.
■사기성 카드 결제에 맞서라
만일 외국환 수수료가 허가없이 부과되고 업소측이 이를 바로잡는 것을 거부한다면, 카드 결제 영수증에 자국 화폐로 전환해서 계산하는 것은 거부된 것이라는 것을 쓰도록 하라. 그런 다음 카드 회사에 이 사실을 알려야 한다.
대형 은행인 체이스 같은 곳에는 이같은 고객 불만이 줄을 잇기 때문에 온라인으로 클릭 몇 번만 하면 불만사항을 접수할 수 있다. 과다청구된 수수료가 소액이면 보통 즉각 환불된다. 액수가 크면 시간이 오래 걸릴 수는 있지만 과다청구된 환전 수수료의 환불을 거부하는 은행을 본 적은 없다.
현지화폐가 달러화 등으로 전환하면서 얼마나 더 부과됐는지를 알려면 비자나 매스터카드의 온라인 계산기를 두들겨 보면 된다. 못된 짓을 한 호텔이나 식당 등을 ‘트립어드바이저’(TripAdvisor)같은 평가 사이트에 올리는 것도 방법이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사용하라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자체 결제 네트웍을 운용하고 있다. 상인들에게 다이내믹 환전기 사용을 허가하지 않는 것이다.
아멕스는 다양한 타입의 카드를 발행하고 있지만 외국에서 사용된 카드에 2.7%의 추가 수수료를 부과하는 다른 크레딧카드사들과는 달리 추가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