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세계 동물의 날’ … 교계선‘동물 축복식’
가톨릭·성공회, 반려동물에 성수에 축복기도
동물 사후세계 교황마다 각각 다른 해석
개신교 “영생 유무가 인간과 동물의 차이”
10월4일은 ‘세계 동물의 날’이자 종교적으로는 ‘동물 축복식’이 열리는 연례 기념일이다. 현대인들이 가족처럼 여기는 개와 고양이를 비롯한 동물들도 훗날 천국에서 다시 주인과 만날 수 있는 영생의 삶을 기대할 수 있을까? 교계 동물 축복식을 계기로 사뭇 궁금해진 흥미로운 질문의 답을 찾아본다.
■동물 축복식이란?
매년 10월4일마다 미국은 물론 유럽과 전 세계 각국에서 열리는 ‘동물 축복식(Blessing of the Animals)’은 아시시의 성 프란체스코 축일을 맞아 모든 동물들에게 축복을 내리는 날이다. 13세기 이탈리아의 사제였던 성 프란체스코는 가난한 이들의 친구라 불리는 청빈한 생활로 존경 받아온 인물이자 특별히 인간은 물론 동물과 식물 등 창조주의 생태계 모든 피조물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탈리아의 공동 수호성인이 된 성 프란체스코는 이로 인해 1980년에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동물 수호성인으로도 선포됐다.
때문에 성 프란체스코 축일을 기해 열리는 동물 축복식에는 신자들이 반려동물을 데리고 성당이나 교회를 방문하면 신부가 동물들에게 성수를 뿌려주고 축복 기도를 해주는 것이 전통이다. 일부에서는 동물 세례식이라고도 부르지만 세례식보다는 축복식의 의미가 더 크다. 가톨릭 문화권은 물론 성공회 등 다른 종교에서도 이날을 기념하고 있으며 축복식에 참여하는 동물의 범위에도 제한이 없다. 동물을 직접 데려가지 못할 때에는 사진이나 동물 인형을 가져가기도 한다.
■동물들도 천국에 갈까?
수년전 프란체스코 교황은 반려동물의 죽음으로 슬퍼하는 소년에게 ‘천국은 하느님의 모든 피조물에게 열려 있으니 언젠가 천국에서 다시 만날 것’이라며 위로의 말을 전한 바 있다. 그런가하면 1990년 당시 교황이던 요한 바오로 2세는 동물들에게도 영혼이 있다고 했지만 2008년 당시 교황이던 베네딕토 16세는 그와 반대되는 설교를 하기도 했다.
결국 가톨릭의 최고 수장인 교황들조차 동물의 사후 영생의 삶을 놓고 서로 다른 종교적 해석을 내놓은 셈이다. 프란체스코 교황이 언급한 모든 피조물에는 원칙적으로 사탄도 포함돼야 하는데 사탄이 천국에서 영생할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입방아에 올랐다.
개신교는 인간과 동물의 차이 중 하나로 영생의 유무를 꼽기도 한다.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할 때 특별히 인간은 다른 피조물과는 구별되게 창조하셨다는 성경 말씀(창세기 1장26~27절)이 근거다. 미국의 온건파 칼빈주의 침례교를 대표하는 존 파이퍼 목사도 동물에게는 사후 세계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동물들은 죽으면 그뿐이고 단순히 인간에게 음식으로 소비되도록 지음 받았다는 것.
무엇보다도 동물들이 인간처럼 하나님과 특별한 관계를 구축하면서 영생을 소망할 수 있는 존재로 지음 받지 않았기에(시편 49편12절) 동물들이 천국에 간다고 보기 어렵다는 해석이다.
<이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