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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의 소들, 심각한 환경오염 주범

지역뉴스 | 기획·특집 | 2019-09-26 09:09:54

뉴질랜드,소,환경오염,주범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

‘청정 자연’선전하는 뉴질랜드의 불편한 진실

   무분별 낙농업으로 캔터버리 평원 오염 심각

   법도 허술, 환경규제 기관이 경제성장도 책임

 

뉴질랜드는 인구 500만이 채 안되지만, 소는 1,000만 마리가 넘는 나라다. 소들은 뉴질랜드의 2대 수출품인 다량의 육류와 낙농제품을 생산한다. 하지만 이보다 더 많은 양의 온실 개스와 질산 오염물을 배출하기도 해 국가적인 차원에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뉴질랜드는 대외적으로는 이 문제가 크게 부각되지 않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 보다는 피터 잭슨 감독의 판타지 영화 주인공들인 호비츠와 깨끗한 강 등 오염되지 않은 자연이 부각되기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것들은 모두 가공의 것이다. 그 보다는 소, 그게 바로 뉴질랜드의 현실이다.

“에도라스에 도착하는 순간, 오염되지 않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즐기고, 산의 신선한 공기를 호흡하세요.” 뉴질랜드의 전형적인 관광 선전믈은 이렇게 말한다. 에도라스는 J.R.R.토킨의 소설에 나오는 유목국가인 로한의 중심 정착지. 피터 잭슨이 감독한 영화 ‘반지의 제왕’ 에서 에도라스, 마운트 선데이는 뉴질랜드 캔터베리 지역의 남쪽 끝, 리버 밸리의 가운데 있는 그림같은 풍경이 펼쳐지는 곳이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한 이 곳은 멀리서 보면 여전히 오염되지 않은 곳으로 보인다.

이 지역은 영국의 판타지 세계에서는 이상향의 대역으로 등장하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19세기 영국 작가 사무엘 버틀러는 깊은 산속, 베일에 감춰져 있는 나라를 다룬 풍자적인 유토피아 소설 ‘에러원(Erewhon)’에서 이 지역을 무대로 사용했다.

1860년대 초 캔터버리의 양 목장에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 소설을 쓴 젊은 버틀러는 19세기부터 1980년대까지는 이 지역이 양 사육에 가장 적합한 곳이라는 것을 아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을 것이다. 이 일대는 산맥으로 막혀 강수량이 적은 곳이다. 토양은 돌이 많고 가벼운 데다 배수가 잘 된다. 드문드문 내리는 비는 빨리 흘러가 버려서 소와 같은 큰 가축들이 사료로 사용하기에 충분할 만큼의 풀은 자라기가 어렵다.

이같은 땅에 대단위 소 목장을 일구겠다고 한다면, 엄청난 관개시설과 막대한 산업용 비료를 살포하지 않는 다음에는 소들은 풀을 다 먹어 치운 다음에 굶주릴 수밖에 도리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양의 비료가 뿌려진다면 그 다음에는 ‘불편한 진실’이 기다리고 있게 된다. 비료는 가축의 몸 속으로 들어가 엄청난 양의 배설물로 들판에 쏟아져 나오게 되는데, 투과성이 높은 토양을 통해 지하수와 강을 질산염으로 오염시켜 버리게 된다. 여태껏 그렇게 해 왔고, 여전히 지금도 그렇게 되고 있어서 우리는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캔터버리 평원은 1990년대 이후 토지 사용이 전환된 아주 극단적인 예가 되고 있다. 이 지역은 원래 양을 키우는 곳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지난 30여년 동안 양모 가격이 폭락하고, 중국이 낙농제품의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른 데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규제는 허술해 양 사육이 소 사육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골드 러쉬처럼 이어졌다. 캔터베리는 담수 시스템에 악영향을 가져온 대표적인 환경재난 케이스가 되어 버렸다.

피터 잭슨의 영화 속에서 에도라스를 지나 유유히 흘러가는 강 란지타타는 뉴질랜드의 남 알프스에서 캔터버리 평원을 지나 동쪽으로 흘러가는 강 중의 하나이다. 다른 많은 강처럼 란지타타는 이 지역 다단계 관개시설의 수원이다. 이 물을 공급하려면 스프링클러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대부분의 농부들은 스프링클러로 반마일이나 그 이상되는 길이의 날개가 있는 스프링클러 설비를 사용하고 있다. 필요한 인력을 최소화 하면서 가장 넓은 지역에 살수하는데 가장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단 한 가지 문제는 들판에 나무가 없어야 한다는 것.

캔터버리는 주기적으로 북동풍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지역이다. 이 바람은 덥고, 건조해 토양의 수분을 앗아가 버리기로 악명이 높다. 이 바람을 막기 위해 지난 19세기와 20세기에 많은 방풍림이 들판 주변에 조성됐다.

하지만 이 관개 시설을 가동시키기 위해서는 방풍림 대부분은 베어 없애야 하고 북동풍은 거칠 것 없이 들판을 유린하게 된다. 양 방목에서 소를 키우는 낙농업으로 전환되면서 생태학적으로는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소들을 평원에서 풀을 뜯게 하기 위해서는 북동풍으로 건조해진 땅에 습기를 제공하기 위해 상처 입은 강에서 더 많은 물을 퍼 날라야 한다. 엄청나게 많은 소를 들판에 밀어 넣었기 때문에 관개 시설만으로 사육하기에는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동남아에서 야자열매 추출물을 보충 사료로 수입하고 있으나 소들은 대부분 풀밭에서 방목하고 있다. 이렇게 하려면 비옥한 토양이어야 하며 화석연료에서 나온 비료가 필요하고, 비료를 만들려면 고단위 질산염이 필요하게 된다. 이 질산염은 소의 배설물을 통해 배출돼 캔터버리의 얇은 토양을 뚫고 지하수와 강을 오염시키게 된다.

뉴질랜드는 관광객 유치를 위해 ‘100% 순수 뉴질랜드’라는 슬로건을 사용하고 있다. 지난 1999년부터 사용되기 시작한 이 구호는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청정 뉴질랜드’라는 슬로건도 국가 이미지 형성에 또 다른 기여를 했다.

뉴질랜드는 확실히 아름다운 곳 중의 하나다. 낮은 인구밀도 덕분에 전에는 느슨한 환경관리도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캔터버리의 강은 100% 순수하지 않다. 청정과는 먼 거리에 있으며 푸르게 보인다면 물속의 조류 때문이다. 관개를 위해 건설된 댐이 유속을 줄이는 바람에 침전물과 조류는 강물에 쓸려 내려가지 않는다. 소 배설물에 오염돼 수영이 금지된 곳도 많다. 어부들과 강을 레크레이션의 장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은 점차 자연환경의 파괴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질산염 응축물은 대부분의 캔터버리 주민이 수원으로 사용하는 지하수에 쌓이고 있다. 덴마크와 미국에서 시행된 최근 연구에 따르면 현재 이 지역 식수원에 허용되고 있는 질산염의 최대 허용치는 직장암과 연관되어 있는 수치를 훨씬 웃돌고 있다. 캔터버리에 공급되고 있는 물을 모니터링 한 결과 많은 사람들이 안전 규정을 크게 넘어선 오염된 물을 마시고 있었다. 뉴질랜드는 직장암 발병율이 아주 높은 나라이고, 특히 캔터버리는 가장 높은 직장암 발병율을 보이고 있다.

캔터버리의 담수 오염은 뉴질랜드 역사상 최악의 환경 재앙으로 기록되고 있다. 뉘늦은 깨달음이지만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 수 있다. 캔터버리의 환경 규제는 이름이 그럴듯한 ‘환경 캔터버리’로 불리는 지역 위원회에서 관장하고 있다. 하지만 뉴질랜드의 지방 정부법에 의하면 이 위원회는 환경규제와 함께 경제 성장을 달성하는 책무도 함께 지고 있다.

이 두 가지 책무는 언제나 긴장관계에 있다. 낙농업계의 격렬한 반대 로비에도 불구하고 해결책은 쉽고 명확하다. 환경보호의 책무는 환경보호청 같은 독립기관에 맡기는 것이다. 이 기관에 단속할 수 있는 전문인력과 수단을 갖게 하는 것이다. 

 

 

뉴질랜드의 소들, 심각한 환경오염 주범
뉴질랜드의 옥스포드 지역의 한 축산농장에서 소들이 풀을 뜯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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