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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경제의 가장 큰 문제? 바로 정부”

지역뉴스 | 기획·특집 | 2019-08-20 09:09:21

이탈리아,경제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정규직 늘리려 임시직 요건 강화… 신규 고용 포기

분란의 연정“EU와 싸우고, 자기들끼리 다투고”

경제규모 유럽 4위, 체질은 가장 허약‘불명예’

과거와는 다른 급진적인 정부가 들어서자 무기력한 이탈리아 경제를 건져 낼 것이라는 희망이 한 때 있었으나 이탈리아 경제에는 변화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는 인기영합 주의인 포퓰리스트 우파 정당과 반 기성체제를 기치로 내세운 오성 운동(Five Star Movement)의 이상한 연정이 권력을 이양받은 지 1년이 넘었으나 경제는 여전히 끊이지 않는 극도의 정치적 대립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다. 우파의 지도자 마테오 살비니가 연정 파트너인 오성 운동과의 ‘화해할 수 없는 차이’를 이유로 조기 선거를 요구하는 등 정국은 혼란과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다.

기업은 지금과 같은 불확실성의 시대에 현금을 투자하기 보다 확장경영을 미루고 투자는 제한하고 있다. 공공 부채는 여전히 2조 유로, 달러화로는 2조2,400억달러를 넘어서 연 경제 생산의 130%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은행은 과거 보다 다소 나아지긴 했으나 부실 융자에 묶여 신규 융자를 내켜하지 않는다.

지난 10년간 성장을 멈췄던 경제는 투자가 줄면서 지난 4월과 6월 사이에도 정체돼 있었다. 이탈리아는 올해도 성장을 기대할 수 없게 되면서 유럽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취약한 국가라는 원치 않는 타이틀을 다시 얻게 될 위기에 놓여 있다.

이탈리아의 메이저 제조업체인 애들러 펠저 그룹은 올초 260만 유로, 300만 달러 어치의 군용기 부품 주문을 받았다. 경제상황이 심각한 남부 이탈리아의 중심인 나폴리 외곽에 250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였지만 이 일은 폴란드에 있는 공장으로 넘어 갔다. 격화되고 있는 정치적 혼란 때문이었다. EU와의 전투, 세계 여러 나라와의 다툼은 이탈리아 정부의 신뢰성의 문제를 야기했고, 이탈리아에 투자하려던 기업들은 두 번 생각하게 됐다고 이탈리아의 한 유력 기업인은 말했다.

공공부채의 한계를 넘길 경우 유럽연합, EU의 제재를 받게 되는 이탈리아는 지난 달에 한 고비를 넘겼다. EU는 이탈리아의 예산지출 계획이 우려했던 것보다 적어 벌금 부과 위협을 철회했다. 로마는 이 조처를 부채를 줄일 수 있고 EU 회원국들과의 갈등을 피할 수 있는 증거라며 자축했다. 시장의 신뢰, 특히 가계와 기업이 공공 재정을 믿는다는 것은 중요하다고 지오바니 트리아 재무장관은 말했다. 하지만 내년도 예산안을 숙고하기 시작하는 이번 가을에는 EU와의 논쟁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예상이다.

집권세력인 보수 연합은 감세를 위해 누진세 대신 이른바 일률 과세제를 택하려고 하고 있다. 이렇게 하려면 지출을 줄이거나 아니면 부채 한계를 새로 설정하기 위해 EU와의 충돌이 불가피하다. 지출을 줄이면 성장의 동력을 사라진다는 것이 문제다. 이탈리아 정부는 예산 규정이 허용하는 것보다 지출 한도를 더 늘릴 필요가 있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EU의 재가를 요망해다.

하지만 이같은 시도는 언제나 어려운 것이다. 엄격한 EU 당국자들은 이탈리아를 가족들의 크레딧 카드를 마음대로 쓰려고 하는 10대 악동으로 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은 이탈리아가 수시로 유럽의 기본 원칙을 파기할 수 있다고 위협하는 정치 지도자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논의가 더 힘든 상황이다.

이탈리아의 정치적 혼란은 최근 몇 주새 버즈피드 지의 한 리포트 때문에 더 격화됐다. 이 보도는 보수연합의 어드바이저들이 올해 유럽연합 선거에서 보수연합의 위치를 더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비밀리에 러시아 당국자들을 만났다는 것이었다. 보수연합의 지도자인 살비니는 이를 부인한 반면 연정 파트너인 오성 운동의 루이지 디 마이오는 그에게 국회에 나가 이에 대해 밝힐 것을 요구했다. 최근 적대감에 방아쇠를 당긴 것은 오성이 북부 이탈리아와 프랑스를 연결하는 고속 철도를 반대한 것이었다. 연정의 붕괴 가능성이 다가 오면서 유럽 4위의 경제규모인 이탈리아는 수렁에 빠져 있다.

로마에 있는 루이스 대학의 니콜라 보리 재정학 교수는 현재의 이탈리아 경제는 수축하지도 성장하지도 않은 채 정체된 일련의 스태그네이션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탈리아는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투자가 없는 허약하고 노쇄한 나라라고 그는 규정했다.

하지만 반론도 있다. 특히 북부 이탈리아의 산업단지를 예로 들어 이탈리아의 실질 경제는 아주 강하다고 자산규모 2위인 인테사 산파올로 은행의 카를로 메시나 행장은 말한다.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회복력이 강한 나라라는 위치를 견지할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는 이탈리아의 정치 상황은 언제나 이래 왔다며 지금의 정치 드라마는 부차적인 일일 뿐이라고 말했다.

현 이탈리아 정부는 음울했던 경제 실적에 대한 대중의 실망이 가져온 결과물이다. 반 기성체제의 기치를 내건 오성 운동은 저소득층에게 현금을 지원하는 이른바 기본소득 지급을 공약으로 내걸어 지지를 얻었다. 이 공약은 특히 실업이 심각한 남부 이탈리아에서 먹혀 들었다. 현재의 주도적인 정치세력인 보수연합은 이민 유입을 중단시키고 세금을 내리겠다고 공언해 표를 얻었다.

하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한때 영화를 누렸으나 지금은 쇠락해 가고 있는 티레니아 해에 있는 도시 나폴리에서 이같은 분위기는 실감된다.

아름다운 도시 나폴리의 거리는 빛을 잃고, 젊은이들은 직업을 찾아 북쪽으로 가고 있다. 어느 날 아침 한 떼의 헬스 케어 근로자들이 지역 정부 청사앞에 모여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이들은 이탈리아에서 가장 큰 노동단체인 CGIL 노조원들. 이들은 지난 10년 동안 지역병원 직원 5,000명이 직업을 잃었고 그 결과 의사와 간호사의 부족사태를 불러 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로마에 있는 정부는 관심이 없다고 그들은 주장했다.

“그 사람들은 매일 자기들 끼리 사우거나 아니면 EU와 싸우고 있다”고 노조의 지역 책임자인 마코 다쿤토는 말한다. “우리가 그들에게 원하는 것은 나라와 지역을 위해 뭐라도 하라는 것이지만, 그들은 아무 것도 하는 게 없다”고 그는 말했다.

이탈리아의 실업율은 현재 10% 가까이 된다. 1년 전보다는 낮지만 잔혹했던 경제 위기의 여파가 남아 있던 2012년과 같은 수준이다.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고 이들은 말한다. “전에 나빴던 것이 이제 고착화 됐다”고 노동 운동가 밈비 엘콜라노는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고용 계약을 맺지 않고 현금을 받고 일한다. 기업들이 세금을 피하기 위해서인데, 사회적인 암이다.

꽃 바구니를 만드는 나폴리 교외의 한 공장에서는 지난 3월 117명의 정규직과 200명의 계약직 근로자를 해고했다. 해고 근로자 중 일부는 인근 피아트 자동차 회사의 문을 두르렸으나 소용이 없었다. 한 때 1만5,000명에 이르던 피아트의 근로자 역시 지금은 5,000명 아래로 줄었다.

대부분의 실직자는 연정으로 집권 여당의 일원이 된 오성 운동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기본소득 지원 헤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 법은 친지로부터 재정 보조를 이끌어 올 경우 보조금 지급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성은 900여만 명이 이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공언했으나 국립 사회보장 기구에 의하면 지난 6월 현재 67만4,000명 만이 수혜자격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폴리에서 35마일 동쪽에 있는 아벨리노라는 타운에서 그의 증조부가 시작한 올리브 오일 가공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사비노 바소는 30명을 신규 채용하려다 계획을 백지화 했다. 바소의 회사는 이탈리아와 스페인, 그리스의 올리브 농장에서 올리브 오일을 사들인 후 이를 가공해 80%는 세계 각국에 수출하고 있다. 주요 큰 고객은 미국의 월마트. 그는 마케팅을 강하하고 온라인 판매를 늘릴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오성 운동이 기업의 임시계약직 노동자의 고용 요건을 강화해 임시직으로는 1년 이내로만 일할 수 있도록 했다. 정규직을 늘리기 위한 조처였다.

바소는 이 조처에 충격을 받았다. 바소의 현재 직원은 100명으로 이들 중 95이 정규적이고 나머지는 견습생들. “평생 함께 할 직원을 뽑으려면 그들을 테스트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 원칙은 그런 시간을 허용하지 않는다.”며 그는 신규 고용 계획을 철회했다.

이 회사의 이탈리아 내 매출은 올해 4% 떨어졌다. 요란한 리얼리티 쇼 같은 이탈리아 정치 때문이라고 그는 비난했다. 텔레비전이 정부가 유럽연합과 싸우고, 집권 여당인 연정의 지도자들끼리도 싸우고 있다는 소식을 전할 때 영향은 바로 소비자들에게 미치게 된다. “기업은 안정을 바라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이탈리아 경제의 가장 큰 문제? 바로 정부”
“이탈리아 경제의 가장 큰 문제? 바로 정부”

오타비아노 시에 위치한 피아트 판다 사의 직원이 뒤좌석 패딩을 만들고 있다.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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