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장기화로 수출 큰 타격
아시아 자유무역협정으로 돌파구 모색
미국 대체할 시장 찾기 쉽지 않을 듯
중국은 너무 많은 상품을 만드는 너무 많은 공장들을 갖고 있다. 중국에 큰 타격을 안겨주고 있는 무역전쟁으로 인해 중국의 가장 큰 해외시장인 미국은 이전처럼 물건을 사지 않고 있다. 그래서 중국은 새로운 고객들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 될 수도 있다.
중국은 지난달 말 아시아 태평양지역 국가들과 자유무역지대를 창설하기 위한 노력을 재개했다. 오는 11월까지 협정을 이끌어 낸다는, 가능해보이지 않는 목표와 함께 말이다. 만약 성공한다면 이 협정은 호주에서부터 인도에 이르는 시장들을 개방시키게 될 것이다. 베이징은 또한 현실성이 높지 않은 중국, 일본, 그리고 한국 사이의 무역장벽을 낮추기 위한 3자간 협상을 지속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미국에서 제조한 상품에 대해 보복관세를 올리면서도 전 세계 다른 국가들로부터의 광범위한 수입제품들에 대해서는 관세를 낮추고 있다.
이런 조치들에는 중국경제의 건전성이 달려 있다. 7월 말 중국정부는 경제가 지난 30년 사이 가장 둔한 성장세를 보였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행정부와의 무역전쟁이 중국경제의 핵심적 수출부문에 타격을 가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무역전쟁 장기화를 우려한 글로벌 기업들은 생산기지를 다른 곳으로 옮기려 하고 있다.
조만간 종식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중국은 생산제품들을 팔 새로운 시장이 필요한 실정이다. 광저우 진안 대학의 국제관계학과 첸 딩딩 교수는 “미국을 대체하기란 어렵다. 하지만 노력을 해야 하고 다변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에게 미국이 중요하긴 해도 미국시장에 영원히 의존하고 싶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무역협정은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은데다 중국의 잠재적 자유무역 파트너들에게는 걱정스러워할만한 이유들이 많다. 그 어떤 나라도 중국이 미국에 팔던 제품의 양을 소화할 수는 없다. 중국의 이웃국가들은 많은 분야에서 중국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리고 중국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계속 높은 관세와 장벽들을 유지하고 있다. 협정서명을 유도하려면 이런 장벽들을 없애야 한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적 충돌로 세게 무역시스템은 균형을 잃었다. 중국은 제조상품 교역에서 거의 1조 달러의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사들이는 것보다 이만큼 더 팔고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흑자의 약 절반은 미국과의 교역에서 나오고 있다. 중국의 전체 대미 수출은 금년 상반기 8.5%가 줄었다. 반면 중국의 다른 국가들로의 수출은 2.1%가 늘었을 뿐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2년째로 접어든 현재의 관건은 미국이 사지 않을 경우 잉여 공산품들을 누가 구매할 것인가이다.
이미 중국은 자동차와 철강, 그리고 다른 주요제품들의 과잉생산능력에 따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생산이 줄고 문을 닫는 공장들이 늘어나게 되면 실업으로 이어지고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게 된다. 지속적인 경제적 어려움이 예상되는 가운데 베이징은 다른 시장들의 문을 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라 불리는 아시아 자유무역협정 추진이다. 이 협정은 10개의 동남아 국가들에 더해 호주와 중국, 인도ㅡ 일본, 뉴질랜드, 한국을 포함하게 된다.
이 지역 국가들의 중간급 및 고위 관계자들은 이미 회담을 가졌으며 8월 초 관계 장관들이 베이징에서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이들의 목표는 오는 11월 방콕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에서 도출될 수 있도록 협정 내용의 윤곽을 잡는 것이다. 중국 외교부 아시안 담당 책임자인 우 지앙하오는 “우리는 계속 협의를 하고 있으며 금년 안에 결론을 낼 수 있도록 협상에 가속이 붙게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중국 지도자들은 2012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내놓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 대한 반응으로 이런 지역 동반자협정 가능성에 대해 얘기해 왔다. 오바바 협정안은 중국을 배제했다. 그러나 협상을 이끌어 내려면 몇 가지 난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경제자문위 멤버인 일본 주류회사 선토리의 니나미 타케시 회장은 “11월에 협상이 마무리 될 것으로 낙관하지 않는다”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런 장애물 가운데 하나는 중국의 높은 관세이다. 베이징은 만약 관세를 낮출 경우 제조업체들이 상승하는 임금을 피해 베트남이나 방글라데시 같은 저비용 생산기지로 탈출할 것을 우려해 왔다. 지난해 5월부터 중국은 관세를 낮추기 시작했다. 당시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고조되고 있었다. 중국지도자들은 중국의 노동집약적이고 기술수준이 낮은 산업들에 대한 보호 장벽들을 낮추고 대신 보다 더 첨단화된 제조업에 집중하기를 원했다.
여전히 미국과 유럽에 비해 평균 관세 수준은 높지만 중국은 핸드백과 저가의류 등 기술수준이 높지 않은 제품들에 대해서 관세를 낮췄다. 이것들은 중국의 많은 이웃국가들이 수출을 원하고 있는 제품들이다. 리커창 중국총리는 지난 7월2일 중국 달리안에서 열린 ‘서머 다보스’ 포럼에서 행한 연설을 통해 “우리는 계속해 전반적 관세를 자발적으로 낮출 것이다. 무역장벽들은 제거하고 상품과 서비스 수입을 적극적으로 촉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지를 얻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다. 예를 들어 인도의 경우 크기와 성장세로 볼 때 중국제품의 거대한 구매자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인도는 거대 경제권들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의 관세로 자국 시장을 보호하고 있다. 또 중국으로부터의 저가상품 홍수를 두려워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인도 제약업체들은 더 많은 제너릭 약품들은 중국에 팔고 싶어 한다. 컴퓨터 프로그래밍 같은 서비스 산업들은 인도 프로그래머들이 좀 더 쉽게 임시 취업비자를 받을 수 있게 되길 원한다. 인도의 산업 및 금융재벌인 달미아 그룹의 가우라브 달리마 회장은 “취약하다고 느껴지는 분야가 있다. 그리고 서비스처럼 얻을 수 있는 게 많은 분야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은 인도 제약업계와 근로자들에게 문호를 여는데 신중하다. 전 인도네시아 무역장관 마리 판게수는 인도를 배제한 협정이 나올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그럴 경우 협상에 참가하고 있는 다른 국가들의 이익을 제한하게 될 수도 있다. 또 협상에 도달한다고 해도 중국이 얼마나 혜택을 받게 될지는 불분명하다. 일본과 한국 등 많은 협상 참여국들은 대단히 경쟁력 높은 제조업국가들로, 수입을 많이 늘리려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중국은 오랫동안 일본, 한국과 삼각 무역동반자 관계를 위한 협상을 벌여왔다. 그러나 일본과 한국 간에 분쟁이 고조되면서 새로운 무역협정 전망은 밝지 않다. 또 설사 중국이 새로운 무역협정을 이끌어낸다 해도 여전히 중국은 생산하는 방대한 양의 제품들은 소화해줄 시장을 찾아야 하는 압력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오바마 행정부 통상관료 출신인 브래드 세스터는 전망했다. 그는 “중국과의 제조업 제품교역에서 연 4,000억달러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해온 미국을 당장 대체해 주겠다고 나설만한 국가는 절대 없다”고 말했다.
광저우의 의류 노동자들이 공장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
중국 천진시 항구의 신차. 중국은 세계 무역의 필수 요소로서 과잉 생산 능력에 시달리고있다. <뉴욕 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