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만6,000마리 사는 아프리카 최대 서식지
2014~2018년 코끼리 사체 발견 600% 늘어
중국 등 아시아 수요 많은 상아채취 목적
지난 9월 보츠와나의 자연보호론자들은 87마리의 죽은 코끼리를 발견했다. 그들의 얼굴은 베어져 있었으며 상아들은 사라진 상태였다. 연구조사자들은 밀렵이 다시 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 뉴스는 국제적 반향을 일으켰다. 보츠와나는 코끼리들의 최후 피난처들 가운데 하나가 돼 왔었다. 지난 10년 사이 아프리카 많은 지역을 휩쓸었던 밀렵 위기로부터 대체적인 보호를 받아 온 곳이었다.
이 나라에서는 12만6,000마리의 사바나 코끼리들이 서식하고 있다. 아프리카에 남아있는 코끼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숫자다. 너무 많다 보니 보츠와나 북부지역 주민들과 사이에 점차 많은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이 발표가 나온 후 보트와나 환경장관은 어떤 종류의 밀렵위기도 없다고 부인했다. 그리고 지난 5월 보츠와나 정부는 지난 5년간 시행돼온 트로피 헌팅 금지조치를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이 조치는 전 세계적 비난을 불러 일으켰다.
일부 과학자들은 정말로 불법적인 상아거래가 보츠와나에서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연구조사자들은 첫 발견사실을 뒷받침해주는 자료를 ‘커런트 바이올로지’지에 게재했다. 공중 조사와 현장 방문을 통해 논문 저자들은 보츠와나에서 발견된 죽은 지 얼마 안 된 코끼리 사체가 2014년에서 2018년 사이에 거의 600% 늘었다고 보고했다.
이 연구에는 참여하지 않은 시애틀 소재 워싱턴 대학의 보호주의 생물학자인 사무엘 와서는 저자들이 발견한 사실들에 대해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 연구는 모든 면에서 뛰어나다”며 “아주 조심스럽고도 세밀하게 기록한 내용들이 많다. 이들은 다른 가설들도 들여다봤지만 자료로 뒷받침되는 것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렇듯 조심스럽게 기록하는 것은 아프리카에 매우 필요한 연구자세라며 “이것은 어떻게 올바른 연구를 할 수 있는지 보여준 사례로 다른 사람들도 이로부터 배우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보츠와나 야생 및 국립공원국 연구디렉터인 시릴 타올라는 전화 통화를 통해 자신과 동료들은 “아직 이 논문을 살펴보고 있으며 자연보호주의자들이 제기한 우려에 대한 입장을 곧 밝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구는 보스와나 카사네에 소재한 비영리 자연보호단체인 ‘국경 없는 코끼리들’의 설립자이자 책임자인 마이클 체이스가 주도했다.
작은 세스나기에 몸을 구겨 넣은 채 체이스 박사와 동료들은 3만6,000 평방마일의 서식지를 비행하며 300피트 아래서 발견한 모든 산 코끼리와 죽은 코끼리들을 일일이 세고 사진 찍었다. 이들은 밀렵 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156개의 사체를 기록했다. 이들은 5개 지점에 집중적으로 쌓여있었다.
초기 보고에 대한 비판 가운데 하나는 코끼리들의 사인을 공중에서 결론내리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국경 없는 코끼리들’의 자료 분석가인 스캇 슈롤스버그는 다른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코끼리들 안면이 찍혀나갔을 경우 공중에서도 식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우려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그와 동료들은 헬리콥터를 이용한 지상 방문을 통해 148개 사체를 살펴봤다. 사체들 가운데 절반가량은 최근 도살된 것이었으며 나머지는 1년 이상 된 것들이었다.
꼼꼼하게 살펴본 후 연구자들은 최근 사체들은 전적으로 밀렵에 의한 것들이며 1년 이상 된 사체의 80%가령 역시 밀렵이 사인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연구자들이 연령을 판별할 수 있었던 사체들은 모두 나이든 코끼리들이었다. 이는 밀렵꾼들이 큰 상아를 가진 코끼리들을 집중적으로 노린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연구조사를 통해 최근 도살된 코끼리 사체가 지난 2014년보다 593%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자들은 2017년에서 2018년 사이에 보츠와나에서 최소 385마리의 코끼리가 도살된 것으로 추정했다. 체이스 박사는 “우리의 초기 발견에 대해 회의적이었던 과학자들이 논문에 밝힌 증거와 과학을 통해 정말 확신을 갖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참여하지 않은 케냐의 비영리 연구그룹인 ‘암보셀리 코끼리 재단’의 연구자 키스 린지는 이 첨단 연구 결과는 보츠와나에 밀렵문제가 있다는 사실에 대한 어떤 의심도 잠재워준다고 평가했다.
마이클 체이스의 조사결과에 부정적 의견을 나타냈던 소수의 사람들은 대개 보츠와나 정부와 함께 일했거나 정부를 지지하는 것으로 비춰졌던 인사들이었다고 린지 박사는 밝혔다. 린지 박사는 “그들은 보츠와나에서 자신들의 미래 지위를 다지길 원하는 사람들이란 게 나의 해석”이라고 덧붙였다.
12만6,000마리 가운데 죽은 400마리의 코끼리는 그리 많은 것으로 들리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연구자들은 상황이 급속히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현재 보츠와나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 같은 약간의 밀렵 증가가 급속한 코끼리 개체 수 감소로 이어진 다른 지역의 전례가 있다. 슈롤스보그 박사는 “밀렵은 저절로 없어지지 않는다”며 “다른 나라들의 시나리오에 기초해 봤을 때 이 문제는 아주 작게 시작해 점점 더 커진다”고 말했다.
2009년부터 2014년 사이에 탄자니아의 코끼리 수는 60%가 줄었다. 또 모잠비크 니아사 국립보호구역은 같은 기간 78%의 코끼리를 잃었다. 중국을 비록한 아시아 지역의 끝 모르는 수요가 불법 상아무역을 부추기고 있다. 수십 년 간 불법 상아거래를 막기 위한 활동을 벌여오고 있는 런던 소재 비영리단체인 ‘환경 수사국’의 책임자 메리 라이스는 밀렵이 궁극적으로 보츠와나에까지 이를 것이라고 자연보호주의자들이 지난 수년 간 경고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츠와나가 이 정보를 아직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게 내 느낌”이라고 우려했다.
6월 말 밀렵꾼들은 최소 3마리 이상의 코끼리를 독살했다고 정부는 확인해주었다. 사체를 먹은 500마리 이상의 독수리들도 죽었다. 체이스는 아프리카 사상 최대의 독살 케이스라고 말했다. 체포기록과 압수자료에 따르면 최근 코끼리 독살사건을 저지른 밀렵꾼들이 대부분 잠비아 출신들이다. 조직범죄 조직은 보츠와나 외부에 존재하겠지만 밀렵꾼들은 독자적으로 움직이기 힘들다고 라이스 박사는 지적한다. “보통 지역주민들의 협조가 있다”고 그녀는 말했다.
보츠와나 시골지역 주민들에게 이런 유혹은 점차 강해지고 있다. 인근 국가들의 불안한 상황으로 코끼리들은 점차 보츠와나 북부지역으로 몰리고 있다. 그러면서 주민들의 반감이 커지고 있다고 보츠와나의 자연보호 컨설턴트인 닐 핏은 말했다, 그에 따르면 최근 일 주일 사이에 3명의 보츠와나인들이 코끼리에 의해 사망했다는 것이다. 그는 “밀렵이 괜찮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이 있는 한 야생보호에 커뮤니티들을 동참시키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보츠와나의 초비 국립공원 지역에서 코끼리들이 모여 물을 마시고 있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