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서적 대부분 인도
이해 쉽게 설명 책 펴내
‘흥미진진한 한국 불교’
미국 학생들 관심 높아
미네소타주는 기독교 전통이 강하기로 유명하다.
일명 ‘바이블 벨트(Bible Belt)’라고 불리는 이곳 주립대에서 홍창성(51) 교수는 불교 철학을 가르친다. 2007년에 시작했으니 만으로 12년이나 됐다.
온통 기독교 색채가 강렬한 이곳에서 이방인이, 그들의 말인 영어로, 불교 철학을 알기 쉽게 가르친다는 것, 누가 봐도 쉽지 않은 일이다.
30일 홍 교수에게 만만치 않았던 강의 여정을 묻자 자신이 10여년 전 아내 곁에서 육아를 전담하며 체험한 ‘기저귀 갈이의 깨달음’을 들려줬다.
“제가 쌍둥이 기저귀를 7천장 정도 갈았을 때 갑자기 막혔던 것이 쭉 내려가면서 온몸에 즐거운 전기 자극이 오는 느낌이 왔어요. 2박 3일 정도 계속됐는데 그때 ‘깨쳤다’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대학에서 전공이었던 영문학에서 물러나 서양 현대철학을 공부한 그가 다시 불교로 기울게 된 얘기이기도 하다.
그는 간담회에 함께한 아내 유선경(54)씨를 두고 “당시 대학원생이라 바빠 제가 조교수 자리를 휴직하고 아내 곁에서 아이들을 전담했다”고 떠올렸다.
홍 교수는 “쌍둥이 기저귀를 매일 24개 정도갈다 보니 정말 하늘이 노래지는 기분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스님들이 안거(安居) 때 수행에 집중하는 것에 빗대 “용맹정진(勇猛精進)이었다”고 자평했다.
그가 수많은 기저귀를 갈며 얻은 깨달음은 불교 서적을 본격 탐구하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이후 미국으로 와 미네소타주립대에서 불교 철학 강의를 처음 열었을 때는 인도 불교가 주된 내용이었지만 여러 영어 개론서, 본인이 직접 쓴 논문을 챕터로 묶어 강의 교재를 만들면서 수업에서 한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 불교 비중이 늘어났다고 소개했다.
최근 홍 교수는 12년간의 강의 여정을 담아 ‘미네소타주립대학 불교철학 강의’(불광출판사)를 펴냈다.
그는 책 서문에서 불교를 전혀 모르는 미국 대학생과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불교 철학을 가르치려면 무엇보다 아무런 배경지식이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해야 했다면서 가장 기초교리부터 전 세계에서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는 개념과 방법론으로 가르치다 보니 강의가 부드럽게 진행될 수 있었다고 했다.
홍 교수는 불교 철학 강의를 듣는 미국 대학생들의 반응이 궁금하다고 하자 “제 경험을 담아 강의하다 보니 재미있어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대신 교수가 중점으로 보는 불교 교리보다는 ‘선(禪)’에 대한 관심이 더 크다고 했다.
그는 한국 불교가 서양에서 어느 정도의 가능성을 가지는지 묻자 “제 강의에서 한국 불교에 할애하는 시간보다 일본 불교에 2배 넘게 투자한다”면서도 “학생들에게 일본과 한국 불교 중에서 주제를 선택해 에세이를 쓰라는 과제를 내면 일본보다 한국 불교를 주제로 잡아 작성하는 학생이 오히려 2배가 더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불교는 교리상으로 일본보다 미국인에게 더 어필할 수 있다고 본다. 그 이유는 익스사이팅(exciting·흥미진진)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미네소타주립대에서 불교철학 강의를 하고 있는 홍창성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