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교회 출석 가정 자녀
성인된 후 교회 출석률 62%
5월 가정의 달과 ‘마더스 데이’에 이어 ‘파더스 데이’가 있는 6월은 아버지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기도 하다. 자녀 양육과 가정교육에 있어 주로 어머니들이 주도권을 잡고 아버지들은 한발 뒤로 물러나 있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 젊은 세대로 넘어가면서 가정내 남녀 역할 비중의 차이가 줄어드는 것은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그렇다면 부모가 자녀에게 미치는 종교적인 영향력은 어떨까? 기독교적 측면에서 다룬 다양한 연구조사를 토대로 아버지의 역할 중요성을 짚어본다.
■엄마보다 아빠가 신앙심 좌우
아버지와의 관계 밀착도가 자녀의 신앙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남가주대학(USC)의 연구결과가 흥미롭다. 아버지와 관계가 가까운 자녀 중에는 절반이 넘는 56%가 아버지와 비슷한 강도와 깊이의 종교적인 헌신과 종교 의식을 생활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달리 상대적으로 아버지와의 관계가 약한 자녀 중에는 그 수치가 36%에 그쳐 20% 포인트의 격차를 보였다.
인구집계(센서스)에서 개인의 종교 성향까지 조사하는 스위스에서 발표된 자료도 아버지가 자녀에게 미치는 종교적 영향력을 여실히 드러낸다. 어머니가 얼마나 성실하게 종교생활을 했는지 보다도 아버지의 교회 출석 여부에 따라 성인이 된 자녀의 신앙생활 성실성이 좌우됐기 때문이다.
조사 결과 아버지가 교회를 다니지 않고 어머니는 정기적으로 교회에 출석했을 때 자녀가 성인이 된 후 교회에 정기 출석하는 비율은 고작 2%, 불규칙하게 출석하는 비율은 37%로 교회와의 인연을 그나마 이어가고 있는 비율은 도합 39%에 불과했다. 나머지 60%는 교회를 아예 떠났다.
같은 상황에서 아버지가 교회를 불규칙하게 다녔을 때에는 자녀가 성장 후 교회를 정기 출석하는 비율이 3%, 불규칙한 출석률은 59%로 도합 62%까지 늘었고 교회를 떠난 비율은 38%로 줄었다.
반면 아버지와 어머니가 모두 정기적으로 교회를 다녔을 때에는 자녀의 33%가 성장 후에도 교회에 정기 출석했고 불규칙한 출석률(41%)까지 포함하면 74%까지 높아졌다. 교회를 떠난 비율도 4명 중 1명(25%)꼴로 가장 낮았다.
이 같은 결과를 두고 전문가들은 아버지를 통해 바깥세상을 배우는 자녀들이 아버지가 없는 교회는 여자와 어린이들의 공간이라는 인식을 갖게 돼 결국은 교회를 멀리하게 되는 것으로 분석했다.
■성경에 명시된 남성의 역할
미국경제협회(AEA)가 근로계층 남성들의 가족, 직장, 종교에 대한 의식을 조사해 올봄 발표한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응답자의 대부분이 아내에게는 사랑의 파트너로서, 자녀에게는 부양 책임자로서 떠안는 책임감에서 자신의 역할과 의무를 의도적으로 제한하려는 경향을 보였다.
구속되지 않은 자율적인 삶을 추구했고 대부분은 자녀를 계획하지 않았다가 어쩌다보니 아버지가 된 경우가 많았다. 미혼남성들은 결혼을 최대한 미루려고 하고 결혼이 주는 구속감에 부담감을 안고 있었다. 결혼 후에도 자신을 가족의 ‘부양자’보다는 ‘도우미’로 한발 물러서 인식했다.
남성성이 무너지는 사회적 분위기와 관련해 교계 전문가들은 하나님이 남성에게 부여한 역할과 상당한 거리가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성경 곳곳에는 관련 구절이 넘쳐난다. 남편 된 자들은 아내 사랑하기를 제 몸 같이 하고, 그리스도가 교회를 사랑하심 같이 해야 하며, 자기 가족을 돌아보지 않으면 믿음의 배반자이며 불신자보다 더 악한 자이고, 자녀를 노엽게 하지 말고 오직 주의 교양과 훈계로 양육하라는 내용 등이 그것이다.
전문가들은 좋은 남편, 좋은 아버지로서 실패한 삶을 살았다면 우선 성경에 명시된 책임을 다하지 못한 잘못에 대해 용서를 구하고 새롭게 시작하도록 도움을 청하라고 조언한다. 또한 아내와 자녀에게는 편지를 쓰거나 대화의 시작으로 관계 회복을 시도하고, 가족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이 거부당할 수도 있음을 염두에 두고 이에 대한 마음의 준비도 필요하다고 덧붙인다. 무엇보다 남편과 아버지로서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 새로운 발전을 위한 첫 걸음임을 잊지 말라고 당부한다.
■좋은 아빠가 되려면?
처치 리더스 닷컴은 좋은 아빠가 되고픈 남성이라면 가정에서 아버지가 리더십을 발휘해 올바른 훈계와 성경적 가르침으로 자녀의 성장을 이끌어가는 주체가 되라고 조언했다. 리더십을 다룬 성경 구절(디모데전서 3장4절, 12절)을 인용해 자녀와 자신의 집안을 잘 다스리는 자가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특히 자녀를 노엽게 하지 말라는 가르침은 절대로 화를 내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자녀를 하나님이 원하시는 형태의 성숙한 인격체로 키워내라는 의미로 풀이했다.
또한 자녀와 성경을 함께 읽고 가르치고 기도하면서 성경적인 리더십을 갖춘 인생의 본보기가 돼야 하며 자녀가 돈이나 성공을 목표로 삼은 삶보다는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면서 성경적인 행동으로 참된 기독교 신앙인이 되도록 양육하는데 목표를 삼을 것도 당부했다.
가정보다 일이 우선이었다면 즐겁게 일하면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직업을 주신데 우선 감사하고 가족을 돌보는 일이 가장 큰 특권임을 깨닫는 동시에 가족을 돌보는 것도 자신에게 주어진 또 다른 형태의 성스러운 ‘일’이 될 수 있음을 잊지 말라고 강조했다. <이정은 기자>
지난 2016년 제17기 조지아 아버지학교 마지막 수업에서 참가자들이 가슴에 손을 얹고 '아버지의 사명'을 다짐하고 있다.<한국일보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