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경찰에 도움 요청
입양기록 뒤져 유전자 검사로
54년 전 헤어진 부모와 미국에 입양된 딸이 한국 경찰의 도움으로 극적 상봉했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이달 13일 경찰서에서 A(57)씨가 어머니(78) 등과 상봉했다고 17일 밝혔다.
1962년 서울에서 태어난 A씨는 어려운 형편에 전남 함평의 할아버지 집으로 내려가게 됐다. 부모는 당시 생활 형편이 어려워 딸 A씨의 출생 신고도 하지 못했다고 한다. 1965년 할아버지가 A씨를 데리고 서울로 가던 중 A씨를 잃어버렸다. 그해 11월 홀로 발견된 A씨는 영아원으로 옮겨졌고, 1967년 10월 미국으로 입양됐다.
A씨는 지난해 9월 서대문경찰서를 방문해 "오래전 미국으로 입양됐다"며 "헤어진 친부모를 찾고 싶다"고 도움을 요청했다. 경찰은 A씨가 최초 입양된 서울 은평구 소재 영아원을 파악하고 수사를 통해 A씨가 1967년 영아원에 입소한 이후 이름이 바뀌어 미국에 입양된 것을 확인했다.
경찰은 신고자 A씨의 유전자를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냈고, 중앙입양원 실종 아동 전문기관이 보유한 유전자와 대조해달라고 의뢰했다. 다행히 A씨의 친모가 2014년 7월 A씨에 대한 실종 신고를 서울 구로경찰서에 하면서 A씨 친모의 유전자가 데이터베이스에 남아있었다. 하지만 국과수는 대조 결과 A씨와 친모 유전자가 흡사하나 친자 관계를 확인할 수 없다는 회신을 보냈다. 국과수는 유전자가 99% 이상 일치해야 친자 관계에 해당한다고 회신한다.
경찰은 포기하지 않고, A씨 친부의 유전자를 새롭게 채취해 A씨 유전자와 대조해달라고 의뢰했다. 대조 결과 친부와 A씨의 유전자가 99.99% 일치해 친자 관계에 해당한다는 회신을 받았다.
미국에 거주하고 있던 A씨는 이메일을 통해 친부모를 찾았다는 통보를 받자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믿기지 않는다"고 감격해했다.
친부모 역시 "큰딸을 찾고 싶어서 경찰서에 여러 차례 방문했으나 호적에 등재되지 않아 찾을 수 없다는 말만 들었다"며 "평생 한으로 남았는데 생전에 딸을 찾았다니 믿기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