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전자담배 폭발·사망... 한인 흡연자들 반응
2016년 이후 폭발·화재 195건, 50명 중상
20년간 피웠던 담배를 끊고 궐련형 전자담배로 갈아탔던 한인 이모씨는 요즘 전자담배마저 끊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2년전 아내가 출산 뒤 가족들을 위해 전자담배로 바꿀 것을 권고 받았던 이씨는 얼마 전 다시 아내가 전자담배의 위험성을 언급하며 완전 금연할 것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씨는 “일반 담배는 건강에 나쁘다는 이유로 전자담배로 바꾸라고 하더니 최근 전자담배 관련 폭발 사고 늘어나니 아예 끊으라고 하더라”라며 “언론을 통해 폭발사고 보도가 많아 이 기회에 끊어볼까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3년간 전자담배를 피운 또 다른 한인 김모씨도 잇따른 전자담배 폭발사고 보도에 주위에서 끊을 것을 계속 요구하자 심각하게 금연을 고민하고 있다. 서씨는 “배터리가 과열될 경우 폭발해 자칫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는 말을 너무 많이 들으니 사실 피우기가 무섭다”며 “그냥 예전처럼 일반 담배로 돌아갈까도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일반 담배와 달리 무해한 것으로 여겨지던 전자담배 사고로 사망하거나 큰 부상을 입는 흡연자들이 속출하는 가운데 이와 같은 위험성을 무시한 채 전자담배를 피우는 한인들은 계속 늘고 있어 이에 대한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전자담배를 피우는 한인들 대부분 ‘나한테는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는 안일한 생각을 갖고 있는데다 불을 피워 연기를 내는 기존 담배보다 건강에 덜 해롭다고 믿는 등 한인사회도 전자담배의 위험성에 크게 노출이 됐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CNN은 지난달 29일 텍사스주에 거주하는 20대 남성이 전자담배 폭발에 따른 경동맥 파열로 치료도중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해 5월에는 플로리다 주에서 30대 남성이 전자담배 폭발로 인해 머리에 손상을 입고 숨졌다.
CNN은 소방당국 보고서를 인용해 지난 2009년부터 2016년까지 전자담배로 인한 화재와 폭발사건은 총 195건으로, 이 가운데 133건은 경미한 화상에 그쳤으나 38%에 해당하는 50건은 중상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방의회는 전자담배 배터리가 ‘시한폭탄과 같이 위험한 물건’이라고 이미 지적했으며, 지난해 글렌데일에 거주하는 한 남성은 LG화학 배터리가 들어있는 전자담배가 폭발해 허벅지에 심각한 화상을 입었다며 LG화학을 포함해 전자담배 제조사와 판매사 등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한 전례도 있다. <김철수 기자>
시중에서 팔리고 있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모습. 사진은 기사 내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