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공동묘지에 100여년 방치
한국 비협조 현충원 이장 포기
미군장교 활약 미정부 승인예상
일제 강점기 유럽과 미국을 무대로 독립운동을 벌이다 숨진후 퀸즈의 공동묘지에 묻혀 100년 가까이 방치돼 온 애국지사 황기환 선생의 유해를 조국의 땅이 아닌 워싱턴 DC인근 알링턴 미국립 묘지에 안장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황기환 선생의 묘가 2010년 처음 발견된 후 지난 10년간 한국의 현충원으로 이장하려고 지속적인 노력을 펼쳐왔으나 한국정부가 협조하지 않으면서 결국 방향을 튼 것이다.
4일 황기환 애국지사 기념사업회(가칭)에 따르면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현재 퀸즈 메스페스 소재 ‘마운트 올리벳 공동묘지’에 묻혀있는 황기환 선생의 유해를 알링턴 국립묘지로 이장하는 방안을 논의 중에 있다.
알링턴 국립묘지 이장안이 확정되면 이달 중 기념사업회가 발족되는 대로 미국 국방부(펜타곤)에 공문을 보내 황기환 선생의 알링턴 국립묘지 안장을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기념사업회 측은 한국 TV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주인공 유진 초이의 역사 속 실존인물이기도 한 황기환 선생이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장교로 활약하며 무공훈장까지 받은 경력이 있는 만큼 알링턴 국립묘지 안장 승인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처럼 황기환 선생의 알링턴 국립묘지 이장안이 추진되는 것은 한국정부의 비협조 때문이라는 것이 기념사업회 측의 지적이다.
황기환 애국지사 기념사업회 발족을 주도하고 있는 장철우 목사는 이와관련 “2010년 황 지사의 묘를 처음 발견한 후 한국정부에 알리고 현충원 이장을 추진해왔으나 국가보훈처 실사단 방문 말고는 10년간 이뤄진 게 전혀 없다”며 알링턴묘역 안장방안 선회배경을 설명했다.
실제 국가보훈처는 2013년 뉴욕을 방문해 황기환 선생 묘지에 대한 현지실사를 마치고, 선생의 유해를 현충원에 안장하는 작업에 착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후 1년간 담당자 교체 등을 이유로 진척이 되지 않다가 결국 미 시민권자였던 황기환 선생에게 유족이 없어 한국으로의 이장이 쉽지 않다는 해명을 내놨다.<본보 2014년 9월27일자 A1면> 국가보훈처는 당시 “황기환 선생은 유족이나 연고자가 없기 때문에 유해 송환을 위한 소송을 제기해 뉴욕주법원의 승인을 받아 송환절차를 밟아야 한다”면서 뉴욕총영사관에 협조를 요청해 법원 소송건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문제는 뉴욕총영사관이 그 이후 전혀 법적 송환절차를 밟아오지 않았다는 게 장철우 목사의 지적이다. 장 목사는 “지난 수년동안 뉴욕총영사관에 문의했지만, 그 때마다 ‘알아보겠다’는 답변만 있었다”면서 “진척이 없는 상황에서 현충원 안장만 고집하다가는 방치만 이어질 뿐이라고 판단해 알링턴 묘역 이장방안을 검토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뉴욕총영사관 측은 “황기환 지사가 출석했던 뉴욕한인교회 측과 국가보훈처간에 이견 때문에 지연돼 온 것으로 안다”면서 현충원 안장에 협조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평안남도 순천출신인 황기환 선생은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파리에 설치한 주파리위원부에서 김규식 선생을 도와 파리강화회의에 독립청원서를 제출했는가 하면 영국에서는 친한파 영국인사 62명을 규합시켜 대영제국한국친우회를 결성하는 등 런던주차위원으로 활발하게 활동했다.
1921년 워싱턴 태평양회의가 개최되자 미국으로 건너 온 황기환 선생은 이승만, 서재필 선생 등을 보좌하며 외교활동을 벌이다 1923년 뉴욕에서 지병인 심장병으로 가족 또는 지인도 없이 쓸쓸히 생을 마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국정부는 지난 1995년 황기환 선생에 대해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했다. 뉴욕=금홍기 기자
뉴욕 퀸즈 ‘마운트 올리벳 공동묘지’에 있는 황기환 지사 묘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