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영사관 1년치 자료 의무화 요구
한인단체 "동포사회 길들이기" 반발
시애틀총영사관이 한국정부의 지원금을 받는 서북미 한인단체들에 1년치 전체 회계자료를 의무적으로 제출토록 추진하는 방안을 놓고 찬반 논란이 커지고 있다. 총영사관은 이에 대한 한인 단체나 개인의 의견을 9일까지 공개적으로 받은 뒤 오는 20일 오후 페더럴웨이 코앰TV 공개홀에서 열리는 타운홀 미팅에서 공청회를 가질 예정이다. 이에 따라 이날 공청회에서는 찬반을 둘러싼 공방이 예상된다.
이 같은 회계자료 제출 대상이 될 한인단체들은 대체로 총영사관의 방침에 반대하는 분위기를 보이면서도 막상 의견은 공개적으로 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재미한인회 서북미연합회의 이상규 회장이 최근 자신의 입장을 총영사관에 전달한 뒤 이를 언론사에 기고형태로 보냈다. 서북미연합회는 서북미 5개주 전현직 회장들의 모임이다.
이 회장은 “한인회와 전통있는 단체들은 미국법에 맞게 주정부에 등록됐고, 미국법에 따라 국세청(IRS)에 세금문제 등 합당한 절차를 밟아 업무를 해왔다”며 “어떤 정권이나 어느 한국 공무원도 미주 동포사회를 좌지우지할 수 없고 길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총영사관은 연간 60~80만달러의 예산을 영사관 관내 동포사회에 사용해왔다는데 그 내역부터 먼저 조목조목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원섭 전 시애틀한인회장도 이 회장의 주장에 동의하면서 “총영사관의 회계자료 전체 제출 요구는 미국 주정부나 IRS가 아닌 한국정부의 감사를 받는 듯하며 지극히 잘못된 처사”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일부 한인단체들은 찬성 입장을 총영사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한인 동포사회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회계의 투명성이었다”고 지적하고 “총영사관의 회계자료 제출 요구는 회계 투명성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총영사관이 전체 회계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단체도 ‘연간 3,000달러 이상의 한국정부 지원금을 받는 단체’에 한정되는 만큼 해당 단체들은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추고 있어 회계자료 제출에 별 문제가 없고 부담도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익명을 요구한 A단체장은 “총영사관에의 회계자료 제출을 원하지 않으면 한국정부 지원금을 안 받으면 된다”면서 “떳떳하고 투명하게 집행되는 예산문제를 영사관에 제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회계자료 제출에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이형종 총영사는 “조직의 회계자료를 전체를 보자고 요구한 것은 한국정부 지원금이 투입된 행사의 내역만 봐서는 자금사용의 투명성을 정확하게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황양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