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길 따라 가야산 오르는 길
소나무 군락 속 햇살이 몽환적
역사유물 寶庫 해인사 다다르니
장경판전 등 사찰 웅장함에 탄성
2단 횡계폭포선 시원함이 콸콸
등골오싹 호러페스티벌도 꿀맛
창밖으로 먼동이 트기 시작했다. 어제의 더위를 생각하니 일찍 움직이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일찌감치 해인사 주차장에 도착해 홍류동계곡을 따라 이어진 소리길 데크를 걸었다. 숲은 소나무와 이름 모를 나무들이 섞여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햇살이 수직의 나무들을 비집고 비스듬히 뻗쳐 들었다. 해인사가 자리 잡은 가야산의 아침은 그렇게 시나브로 밝아왔다.
뭐니뭐니해도 합천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은 해인사다. 해인사는 미국 CNN이 선정한 ‘아름다운 한국 50선’,‘그린 미슐랭가이드 추천 대한민국 명소 최고 별점’을 받았고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꼭 가봐야 할 한국관광 100선’에도 선정된 바 있다.
해인사의 가치가 볼거리와 관광지로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해인사는 팔만대장경이라는 역사유물과 수많은 승려를 배출해낸 총림(불교학교)으로 진가가 도드라지는 사찰이기 때문이다. 해인사는 송광사·수덕사·백양사·통도사와 함께 국내 5대 총림 중 하나로 꼽힌다. 총림은 속세로 치면 대학에 해당하는 절이다. 해인사는 신라 애장왕 2년(802년) 당나라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순응과 이정 두 승려가 창건한 절로 세계문화유산인 장경판전을 비롯해 국보와 보물을 70여점이나 보듬고 있다. 사찰 규모도 상당해 167개의 말사와 함께 사찰 내에 16개의 암자를 거느리고 있다.
경내로 접어드니 아직 이른 아침임에도 절 마당에 쏟아진 뜨거운 뙤약볕이 복사열을 내뿜었다. 열기를 피해 법당의 처마 그늘을 따라 대웅전 뒤로 들어 팔만대장경이 보관된 법보전 앞에 다다랐다. 얼핏 보니 시간이 일러서인지 문이 잠겨 있었다. 헛걸음을 할 수 없어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밀었더니 문이 열리며 법보전 출입문인 수다라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 문은 해마다 춘분과 추분이면 둥근 문과 지붕의 기와 그림자가 중첩되면서 연꽃 모양의 그림자가 지는 것으로 유명하다. 사진을 몇 장 찍고 절을 나서 황계폭포로 향했다.
황계폭포는 몇 해 전에 왔을 때 데크길을 조성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완성돼 접근이 용이했다. 초입에서부터 흐르는 계곡의 물은 모두 황계폭포에서 쏟아져 내려온 것이다. 폭포에서 내려온 물은 바닥에서 소를 이루고 하천으로 흐르는데 폭포 옆의 절벽을 따라 계단이 조성돼 조망이 편해졌다. 높이 20여m의 폭포는 2단으로 나뉘어 떨어지며 유량은 항상 풍부한 편이다. 군청에서 받아온 지도에는 “1단 폭포 아래의 소(沼)는 명주실 한 꾸러미가 다 들어가도 닿지 않을 정도로 깊다”며 “용이 살았다는 전설이 전해오고 옛 선비들이 승경에 도취해 저 유명한 중국의 여산폭포에 비유하기도 했다”고 적혀 있다. 계단을 올라가 상단 폭포에 다다르니 평일인데도 7~8명의 사람이 탁족을 하고 있었다. 황계폭포는 판소리를 소재로 한 영화 ‘도리화가’의 촬영지로 유명해지기도 했다. 합천군 용주면 황계리 산 90.
한편 합천군은 오는 19일까지 경남 합천영상테마파크에서 국내 유일의 호러 테마 페스티벌인 ‘고스트파크 2018(https://www.facebook.com/withghostpark)’을 열고 있다. 고스트파크 2018은 오후7시부터 자정까지 야간에만 운영되며 휴무일 없이 진행된다. 8만㎡의 영화세트장에 유령과 귀신으로 분장한 100명의 스태프가 수시로 출몰해 관람객들의 등골을 서늘하게 한다. 고스트파크는 다른 지자체들의 상투적인 축제와 차별화하는 데 성공해 2017년 네이버 축제 부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고스트파크 2018’의 메인 어트랙션으로는 ‘감금병동 시즌2’ ‘좀비감옥’ ‘비명도시’ 등이 있으며 서브어트랙션으로 ‘악몽교실’ ‘다크메이즈’ ‘블러드맨션’이 보강됐다. 좀비·처녀귀신·드라큘라 등 메이크업과 의상을 입고 온 관람객은 입장료를 50% 할인해주는 이벤트도 진행한다. 분장을 준비하지 못한 관람객들은 고스트 의상실과 고스트 분장실을 이용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SBS 특수분장팀과 의상팀이 복장과 메이크업을 유료로 서비스한다. 입장권은 인터파크·티켓몬스터·쿠팡·네이버 등에서 온라인 할인가로 판매한다.
<글·사진(합천)=우현석 객원기자>
해인사 홍류동계곡을 따라 이어진 숲. 나무들을 비집고 아침 햇살이 비스듬히 뻗쳐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