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신 우울증
감정기복 커 자살 생각도
조산·기형… 태아 악영향
심하면 항우울제 복용을
■ 산후 우울증
출산 후 1~3주에 나타나
20대 이하 산모‘고위험군’
에스트로겐 패치 써볼 만
우울증은 치료가 필요한 의학적 질병이다. 흔히 여성의 우울증은 남성보다는 2배로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명확한 원인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생리, 임신과 출산, 폐경 등을 겪는 여성은 급격한 호르몬 변화가 뇌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에 영향을 끼쳐 우울증에 취약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여성의 약 10%(10명 중 1명)가 우울증에 시달린다. 또한 임신 중이거나 임신 전, 또 산후 우울증을 겪을 수 있는데, 미국에서는 여성의 약 15%에 해당하는 7명 중 1명이 임신 기간 및 임신 후의 산후우울증을 겪는다. 한국의 경우 대한정신건강센터에 따르면 산모의 10~20%는 임신 전후로 우울증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모와 아기 건강을 위한 비영리단체 ‘마치 오브 다임즈’(March of Dimes)에서 알려주는 임신 우울증 및 산후 우울증에 대해 살펴보았다.
#임신 우울증 증상은
임신 초기 가볍게 우울증이 오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임신 중반기와 말기에 겪는다. 단순히 기분이 울적하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우울증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되거나 ▲슬프고 희망이 없고 ▲비탄에 빠진 감정 ▲불안하거나 변덕스런 감정 ▲울음이 많아지며 ▲무가치하다고 느끼거나 죄책감을 느끼며 ▲죽음이나 자살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한다.
일상생활에도 변화가 있다. ▲음식을 평소보다 더 많이 먹거나 아니면 아예 먹지 않거나 ▲기억력, 사고력, 집중력, 결정을 내리는데 문제가 생기거나 ▲잠을 너무 많이 자거나 불면증에 시달리거나 ▲친구와 가족으로부터 멀어지거나 ▲이전에는 좋아하던 것에서 관심과 흥미를 잃는다.
신체적으로도 ▲에너지가 없고 항상 피곤하거나 ▲두통, 소화불량 또는 다른 통증 등이 사라지지 않는다.
#아기 건강에도 큰 영향을
이미 우울증을 앓고 있었던 여성의 임신 중 우울증 위험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더 높다.
우울증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임신 37주 이전에 출산하는 조산 위험이 커질 수 있다. 또한 저체중아를 출산할 수 있다. 아기 역시 우울증이 없던 산모에게서 태어난 아기보다 활동력이 부족하고 보채는 것이 심하며, 얼굴 표정도 적다.
또한 임신 자체가 우울증을 더 악화시킬 수도 있다. 또한 제대로 치료받지 않은 상태에서 임신하면 임신 중에 감정과 신체적인 문제 해결을 제대로 하지 못할 수도 있다. 우울증으로 흡연하거나 술을 마시거나, 혹은 마약이나 처방약 중독에 빠지면 임신부와 태아 모두 위험하다.
또 임신 중 제대로 우울증을 치료하지 않으면 산후 우울증이 발병할 확률이 높다.
#임신 우울증은 어떻게 치료하나
먼저 담당 산부인과 의사에게 상담한다. 정신과 의사 또는 임상 심리치료사의 리퍼럴을 받는 것도 고려한다. 치료는 크게 4가지로, 상담치료, 서포트 그룹 참여, 약물치료, 전기 쇼크 요법(ECT)등이 있다.
임신 중에도 항우울제 복용은 가능하다. 그러나 임신부가 복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임신 중 항우울제 복용은 아기 건강 상태와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이미 항우울제 복용 중이라면 임의로 끊는 것도 산모에게 위험할 수 있다. 임신 중 항우울제 복용의 이점과 위험에 대해 충분히 상담하고 결정해야 한다. 이미 항우울제 복용 중이다가 임신을 알게 되면 즉시 의사에게 알린다.
항우울제 중 널리 사용되는 SSRI(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 계열 항우울제가 조산, 기형아, 심장결함 및 자폐증 위험과 관련 있다는 연구보고들도 있지만, 차이가 없다는 보고들도 있다. SSRI는 세로토닌 작용을 높여 기분을 조절하는 항우울제로 임신부에게 사용될 수 있는 SSRI로는 셀렉사(Celexa), 프로작(Prozac), 졸로프트(Zoloft)가 있다. 그러나 팍실(Paxil)은 임신 첫 3개월 기간 중 복용하면 태아 심장 결손 위험이 2배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 억제제(SNRI)로는 심벌타(Cymbalta), 이펙사(Effexor XR)가 있으며, 삼환계 항우울제(TCA)로는 파멜러(Pamelor)가 있고,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웰부트린(Wellbutrin)이 있다. SNRI및 TCA는 임신 중 복용하면 산후 출혈 부작용이 보고된 바 있다. 웰부트린도 태아 심장 결함과 관련 있다는 보고가 있다.
#산후 우울증(PPD, Postpartum depssion)
많은 여성이 출산 후 겪는 산후 우울증에 시달린다. 전문가들은 ‘나쁜 엄마’라서 겪는 것이 아니며 그 누구에게도 찾아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출산 후 어느 시기에나 찾아 올 수 있지만 대개 1~3주 안에 나타나며, 베이비 블루스(Baby blues)와는 또 다르다. 베이비 블루스는 아기를 낳고 2~3일 안에 우울하고 불안한 감정이 나타나는 것으로 대개 2주 안에 극복된다. 그러나 우울한 감정이 2주 이상 지속되면 산후 우울증(PPD)이 아닌지에 대해 전문가와 상담해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성에 따라 출산 후 늦게 6개월 안에 발현하는 경우도 있다. 호르몬 변화 중에서 갑상선 호르몬 저하 역시 우울증과 관련 있다.
증상은 임신 중 우울증과 비슷한데, 매일 감정 기복이 심하며, 많이 울고, 죄책감을 갖거나, 아기와 관계 쌓기를 어려워한다.
또, 항상 피곤해하며, 식욕부진, 의욕 저하, 화를 잘 내거나, 엄마로서 부적격이라는 생각을 자주하고, 심한 불안증 및 공황발작이 나타나기도 하며, 아기와 산모 자신을 다치게 할 생각을 하거나 자살을 고려한다.
산후 우울증에 취약한 여성은▲20세 이하 젊은 산모 ▲과거 산후 우울증, 주요 우울증 및 정서 장애를 겪었던 경우 ▲우울증 증상이 있었지만 치료하지 않은 경우 ▲가족력 ▲삶에 힘든 역경을 겪은 경우(임신 출산 과정이 힘들었거나, 아기 건강 문제, 사랑하는 사람과의 사별이나 질병, 독박육아, 배우자 문제, 경제적 문제, 계획하지 않은 임신, 흡연, 알콜중독 등) 등을 들 수 있다.
치료는 임신 중 우울증 치료와 비슷하다. 상담치료, 서포트 그룹, 약물치료가 있다. 항우울제가 약물치료로 사용되며, 항우울제에는 모유수유에 적합하지 않은 약물이 있으므로 주치의와 알맞는 약 처방에 대해 충분히 상담한다. 에스트로겐 약물 치료도 있는데, 출산 후 급격히 떨어진 에스트로겐 보충을 위해 에스트로겐 패치를 치료에 사용할 수 있다.
●우울증 극복을 위해서는
- 매일 걷거나 시간을 내서 운동을 꼭 한다.
- 건강하게 먹는다. 너무 단 것과 짠 간식 섭취는 줄인다.
- 충분히 숙면을 취한다. 아기가 잠을 잘 때는 함께 잠을 청한다.
- 금주한다. 술은 우울증 증상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 가족 및 주변에 도움을 요청한다.
- 나만의 시간을 갖는다. 힘들 수 있지만,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아기를 맡기고 육아 스트레스를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한다.
- 스트레스를 조절한다.
<정이온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