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전이나 재발이 아닌
원발암과 다른 장기 발생
완치자의 8.1%서 발병
가장 많은 2차 암은 폐암
유전성 또는 유전자 변이
항암제 사용 등 원인 다양
암을 이겨낸 암 생존자라도 처음 걸렸던 암에 상관없이 2차 암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 2차 암은 전이나 재발과는 다르다. 사실 암 생존자도 2차 암 발생에 대해 잘 모른다.
지난 2016년 미국 암협회(American Cancer Society) 저널 ‘캔서’(Cancer)에 실린 UCLA 의과대학 연구에 의하면 1992~2008년 전립선암, 유방암, 폐암, 대장암, 방광암 등 흔한 암으로 진단된 암 환자 12명 중 1명꼴로 2차 암이 발생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SEER(Surveillance, Epidemiology, and End Results) 데이터를 분석했는데, 18세 이상 약 212만명의 암 생존자 중 2차 암 발생자는 17만명(8.1%)으로 나타났으며, 이중 가장 흔한 2차 암은 폐암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부터 USC 노리스 종합 암센터 소속으로 종양내과 임상 부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는 안상훈 암 전문의는 “예전에는 암에 걸리면 사망률이 높았지만, 요즘은 진단 기술이 향상돼 조기 발견하고, 약이나 수술방법도 다각도로 발전돼 완치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한번 암이 생겼던 환자는 암이 없었던 사람에 비해 2차 암이 생길 확률이 훨씬 높다”고 설명했다. 안상훈 암 전문의의 도움말을 통해 2차 암에 대해 알아보았다.
#2차 암은
처음 발생한 암은 원발암이며, 2차 암은 원발암과 다른 장기에 시차를 두고 발생한 암을 말한다. 2차 암을 재발이나 전이로 혼동하기 쉬운데, 암 재발은 처음 발생했던 암이 깨끗이 치료되지 않고 지극히 미세한 암세포가 남았다가 다시 자라는 것을 말하며, 전이는 처음 원발성 암이 뼈나 임파선 등 다른 장기와 부위로 퍼지는 것을 말한다.
안 전문의는 “암 생존자는 처음 생겼던 암만 신경 쓰지 말고 다른 암 예방에도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발암과 관련된 2차 암
예를 들면 위암 환자는 유방암, 대장암 발생 위험이 암에 걸리지 않았던 사람에 비해 높다. 또한 유방암 환자는 자궁내막암, 난소암, 갑상선암, 대장암, 위암 발생 위험이 증가하며, 대장암 환자는 위암, 유방암, 자궁내막암, 전립선암, 갑상선암 등에 걸릴 위험이 높다. 또한 폐암은 위암, 대장암, 갑상선암, 유방암과 관련 있으며, 전립선암은 방광암, 갑상선암, 피부암, 직장암과 관련 있으며, 간암은 식도암, 위암, 대장암 등 위험도가 높다.
#왜 그럴까?
■유전적 소인=모든 암에 다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암 중에는 유전성 암이 있다. 가족 암 증후군(family cancer syndromes)이라 하는데, 한 종류 이상의 암 위험 증가와 관련 있다.
안 전문의는 “유전자 변이 때문에 생기는 암 군들이 몇 가지가 있다. 대장암, 위암, 갑상선 암이 관련암 그룹이며, 또 잘 알려진 것이 유방암과 난소암 유전자 BRCA1과 BRCA2가 있다”고 설명했다.
린치 신드롬(Lynch syndrome)도 있다. 유전성 비용종증 대장암(hereditary non-polyposis colorectal cancer, HNPCC)이라고도 하는데, 린치 신드롬이 있으면 이른 나이에 대장암 발병 위험이 증가한다. 또한 식도암, 난소암, 위암, 췌장암, 신장암과도 관련 깊다. 또 린치 신드롬이 있으면 50세전 이른 나이에도 대장 내시경을 했을 때 장에 용종이 많이 발견되며, 대장암 발생 위험이 높다.
가족 유전성 암이 흔한 것은 아니지만, 가족 암 증후군에는 다양한 증후군이 있다. 그중 린치 신드롬, BRCA유전자와 관련된 유전성 유방암 난소암 증후군(Hereditary Breast and Ovarian Cancer syndrome, HBOC)이 널리 알려져 있는 중후군이다.
안 전문의는 “특정 유전자가 꼭 한가지 암과 관련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유전자와 관련있는 암들은 발생 위험성이 높아진다. 잘 알려진 BRCA 유전자는 원래 유전자가 손상되면 그걸 다시 회복하는 기능을 갖고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그 유전자에 변이가 오면 손상된 유전자가 복구되지 않아 암이 발생할 위험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체 유방암에서 유전적 원인과 관련된 암 발생률은 5~10%이지만, BRCA1과 BRCA 2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으면 평생 살아가면서 유방암 발생 위험율은 60%나 된다. 난소암은 약 30~40%.
리 프라우메니 증후군(Li-Fraumeni syndrome)은 희귀하지만 육종암, 백혈병, 뇌암 등과 관련 있다. 또한 VHL 증후군은 신장암, 췌장암과 관련 있다.
■이전 암 치료 관련=과거 항암제로 치료했거나 방사선 치료 경험이 있다면 2차 암 발병 위험이 증가한다. 안 전문의는 “유방암을 치료했을 때 항암제 종류에 따라 3~4년 후 혈액에 암 문제가 발생한다거나, 혹은 10~20년 있다가 다른 장기에 암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항암제가 혈액을 통해 들어가기 때문에 백혈병이 생긴다거나 암은 아니지만 암 전단계에 해당하는 암 전구병변이 생길 위험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또한 유방암 절제수술을 받은 후 방사선 치료를 받으면 방사선을 쏘이는 부위 때문에 갑상선암, 호치킨 림프종 등 발생 확률이 일반인에 비해 높아질 수 있다.
■환경적 요인=암 생존자에게 적용되는 암 위험을 높이는 환경적 요인은 일반인에게 적용되는 요인들과 같지만 그중에서도 담배가 가장 큰 위험요인이다. 흡연은 폐암뿐 아니라 식도암, 두경부암(구강암, 후두암 등)을 비롯해 최근에는 유방암 발생과도 관계가 깊다는 연구들이 많다.
#예방은 정기적인 검진 중요
안 전문의는 “암이 한번 생겼던 사람은 흔하게 생기는 암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검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유방암에 걸렸었다고 유방암만 걱정하지 말고 대장암 등 다른 암 검사에도 신경 써야 한다. 가족력도 봐야한다. 또 암 발병 나이 등을 고려하다 보면 암 전문의들은 다른 암 생길 위험성이 있는지에 대해 어느 정도 예측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조기 발견을 위한 정기적인 검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나이가 들면 모든 암 발생 위험은 점점 증가한다.
유방암은 40세부터 2년마다 매모그램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한인에게 발생률이 높은 위암은 한국 가이드라인에서는 40세부터 위 내시경을 2년마다 받는 것인데, 미국에서는 사실 일반적인 검진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의사에게 증상관련을 상담해 위 내시경을 받아볼 수 있는 적절한 시기를 의논한다.
대장암은 가족력이 없더라도 50세가 되면 대장 내시경을 반드시 받도록 한다. 대장내시경을 처음 검사했을 때 용종 발견이 없다면 10년 후 다시 검사하면 된다. 용종이 발견됐다면 종류에 따라 재검사는 1~5년으로 검진주기가 짧아진다.
간암은 만성 B형, C형간염이 있으면 6개월에 한번 초음파를 검사한다. B형 간염 발생 나이에 따라 검사를 일찍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자궁경부암, 난소암 등 부인과 검사는 펩시미어, HPV 검사를 하는데, 3년 정도 정상이면 이후는 3년마다 검사하면 된다. 펩시미어, HPV 검사에서 모두 음성으로 나오면 5년마다 하는 것을 권하기도 한다. 또한 유방암 생존자는 난소암 발생 위험도 고려해서 초음파 검사도 철저하게 해야 한다.
한편 유전 관련은 발생 위험을 낮추기기 쉽지 않다. BRCA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다면 환자가 의사와 상담해서 예방책에 대해 결정해야 한다. 예방책 중에 하나로 알려진 타목시펜 복용은 여성 호르몬이 암에 작용하지 못하게 차단하는 기능이 있는데, 평생 타목시펜을 복용하면서도 MRI와 매모그램 촬영을 6개월마다 교차로 검사해야 한다. MRI 촬영 후 6개월 있다가 매모그램을 촬영하는 식이다. 다만 타목시펜 복용의 부작용은 여성 폐경 증상인 핫 플래시(hot flashes)가 생길 수 있으며, 땀도 많이 나고, 자궁 내막암 위험성이 다소 증가한다.
#식생활 습관 및 운동
건강한 식생활 습관은 암 예방에 30% 정도만 영향을 끼치지만 그래도 운동은 암 예방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또한 자신에게 적당한 건강 체중을 유지하는 것도 도움된다.
안 전문의는 “일주일에 5일 땀이 날 정도의 중증도의 강도로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 채소를 색깔별로 섭취하며, 포화지방이 높은 붉은 육류는 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암 생존자는 2차 암 예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양전자단층촬영(PET) 검사를 하는 모습. <서울대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