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약값 2배 이상 비싸고
수술·CT촬영 등 훨씬 많아
수가제·행정 비효율도 원인
미국이 부자 나라 가운데 보건의료비는 2배나 많이 쓰면서도 기대수명은 최하위, 영아사망률은 최악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인이 의사 진료를 더 많이 받거나 더 자주 입원해서가 아니다. 보건의료서비스 이용량 자체는 다른 고소득 국가들과 비슷하다.
이는 “약값이나 의료기기 이용료, 의료진 봉급, 행정비용 등 거의 모든 게 훨씬 비싸고 비효율적인데다 불필요한 촬영이나 수술 등이 많기 때문”이라고 하버드대 보건대학원 이렌느 파파니콜라스 교수 팀이 밝혔다.
영국 런던정치경제대학원 교수를 겸하는 파파니콜라스 교수 팀은 캐나다, 독일, 호주, 일본 등 고소득 10개국의 2013~2016년 데이터를 미국과 비교 분석해 미국의학협회지(JAMA) 최신호에 13일 발표했다.
2016년 기준 미국은 국내총생산(GDP)의 17.8%가 보건의료비다. 비교 대상 나라들은 가장 낮은 호주가 9.6%, 제일 높은 스위스도 12.4%에 불과했다.
반면 미국의 기대수명은 78.8세로 다른 부국들(80.7~83.9세)보다 짧다. 영아사망률은 신생아 1,000명당 5.8명으로 비교대상국 평균(3.6명)보다 훨씬 높고 최악이었다.
의사 수나 간호사 수(인구 1,000명당 2.6명 및 11.1명)를 비롯해 병상 수 등은 비교 대상국과 대체로 비슷한 규모였다.
그러나 1인당 연간 약값 지출은 1,443달러로 타 10개국 평균(749달러)의 거의 두 배였다. 같은 약이라도 미국에선 2배 이상 비쌌다. 또 인구 1,000명당 MRI나 CT 등 영상촬영 건수가 월등히 많았다.
심장관상동맥우회로 수술, 인공무릎관절수술, 제왕절개, 혈전용해술을 비롯해 가장 흔한 25개 수술과 처치도 비교대상국들보다 훨씬 빈번했다.
더욱이 보건의료비 가운데 미국의 경우 행정비용의 비중이 8%로 다른 나라 평균치(3%)의 두 배 이상이었다.
연구팀은 행위별 수가제, 미국 보건제도의 행정적 복잡성, 보험제도, 전 시스템에 걸친 가격 투명성 부족을 비롯한 여러 요인이 이런 비싼 가격과 비효율성을 초래한 것으로 분석하고 미국의 의료시스템 전반에 대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펜실베니아 주립대 의대 에제키엘 이마뉴엘 교수는 “예컨대 미국이 네덜란드 수준으로 영상촬영과 25개 흔한 수술의 횟수를 줄이고 가격을 낮추면 연간 1,370억달러를 아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마뉴엘 교수는 특히 검사나 수술 가운데 3분의 1 정도는 실제로는 불필요한데다 방사성 과다 노출 위험 등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