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선수들 시합중 습성
경기력 높이고 상대에 혼란
세계적인 테니스 선수 마리아 샤라포바는 시합 도중 내지르는 괴성으로 유명하다.
숨죽이며 시합을 관전하는 관객들의 기를 단숨에 사로잡을 만큼 그녀의 괴성은 엄청나다. 흔히 ‘사이렌 소리’, ‘비행기 엔진 소리’에 비유될 만큼 쩌렁쩌렁한 괴성으로 ‘괴성 여신’으로까지 불리는 샤라포바가 매 시합마다 소리를 지르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최근 발표된 보고서에서 운동 경기 중 높은 데시벨의 기합을 지르는 순간 운동력이 향상되는 것은 물론 상대 선수의 집중을 방해하는 효과까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하와이 주립대 스캇 시넷 심릭학과 연구팀은 시합 도중 지르는 기합과 경기력 향상 간의 관계를 밝혀내기 위해 남녀 종합 격투기 선수 20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종합 격투기는 테니스처럼 순간적인 힘을 요구하면서도 테니스 라켓으로 볼을 칠 때와 같은 소리를 내지 않기 때문에 선수의 기합이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잘 파악될 것으로 판단해 종합 격투기를 실험 대상 운동으로 선정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은 발로 차는 힘을 측정할 수 있는 장치를 내부에 갖춘 특수 제작 샌드백을 마련, 선수들로 하여금 각기 다른 기합 소리를 내며 수차례 차도록 했다. 선수들이 샌드백을 차는 장면은 동영상으로 근접 촬영돼 또다른 실험 대상인 일반 대학생 22명에게 시청하도록 했다. 동영상 속에서 격투기 선수들이 발로 차는 장면은 마치 시청자를 향해 차는 것처럼 보이도록 위협적으로 촬영됐다.
연구팀은 대학생들에게 각 선수들의 발 차기 모습을 보면서 발 차기 위치가 상단인지 하단인지를 빠르게 결정해 컴퓨터 버튼을 누르도록 했다. 발 차기 동영상의 절반은 선수들이 큰 목소리로 기합을 지르면서 하는 동작이었고 나머지 동영상은 조용히 차는 모습이었다.
실험 결과 기합을 지르면서 발 차기를 한 경우 발 차기에 실린 힘이 약 10% 더 강했던 것으로 측정됐다. 선수들이 지르는 기합은 동영상을 시청한 대학생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기합을 지르며 하는 발 차기를 시청한 학생들은 발 차기 위치를 판단하는 속도가 현저히 느렸을 뿐만 아니라 오답률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대학 테니스팀 선수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실험에서도 기합을 지른 경우 선수들이 그라운드 스트로크와 서브를 할 때 힘이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2010년에도 테니스 선수들이 기합을 지르며 경기를 하는 장면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주는 실험이 진행됐다. 선수들이 기합을 지르는 순간 시청자들은 선수가 친 공이 코트의 좌우 어느 쪽에 떨어졌는지를 판단하는데 방해를 받았던 것으로 관찰됐다.
시넷 교수는 “기합이 순간적인 힘을 끌어올려 줄 뿐만 아니라 상대 선수의 주의를 분산시키는 역할도 담당한다”라며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연구 결과를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달 국제 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게재됐다.
<뉴욕 타임스><준 최 객원기자>
경기 도중 기합을 지르면 운동력이 순간적으로 상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