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진에 왜 왔는지 목적을 분명히 하고
증상 있다면 언제부터 어디가 아픈지
일지 만들고 궁금증 질문리스트 작성
첫 방문일 경우 서류작성에 시간 소요
암·심장수술은 세컨 오피니언 구해야
끝난 후 점검… 신뢰 안 가면 바꿔야
의사 오피스 방문은 다들 좋아하지 않는 일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갈수록 여기 저기 아픈 데가 많아지고 정기 검진도 필요하니 닥터 방문은 피할 수 없는 중요한 일이다. 어떻게 하면 스트레스 덜 받고 우왕좌왕하지 않으면서 실속 있는 만남을 가질 수 있을까? 메디컬 닥터 다니엘 오프리(Danielle Ofri)가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환자들을 위한 조언을 제공했다.
◆의사 찾기
증상에 맞는 적절한 의사를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한 첫걸음이다. 요즘 세상에는 정보가 너무 많아서 탈이라 할 정도로 닥터에 대한 평가와 리뷰도 온라인에 차고 넘친다. 오피스에서 얼마나 기다리는지, 직원들이 친절한지까지 미리 알아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리뷰들은 과장이 섞여 있으므로 잘 삭혀서 취하는 것이 좋다. 보험이 있으면 보험회사의 네트웍 안에서 찾는 것이 당연하고, 보험이 없으면 동네 클리닉이나 보건소를 알아보는 것이 좋다.
중요한 시술을 위한 전문의를 찾는다면 경험이 많은 의사일수록 합병증 위험이 적다. 프로푸블리카(Propublica) 웹사이트에는 미국 내 외과의사들의 합병증과 사망률 기록이 나와 있다.
주변에 아는 의사가 있으면 실력과 평판이 좋은 의사를 추천해달라고 부탁해도 좋다. 좋은 의사는 ▲시간을 내서 환자 이야기를 듣고 ▲해야 할 일과 처방 리스트만 주고 마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결정 과정을 적극 도우며 ▲전화나 이메일로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의료비를 사전에 알아보는 것도 중요하다. 보험회사 웹사이트에서 의사들의 치료비 내역 비교표를 찾아볼 수도 있고 회사 보험을 갖고 있다면 인력자원 부서를 통해 알아볼 수도 있다.
보험회사에 전화하기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코페이와 디덕터블, 공동보험, 예방 진료, 정신 건강, 물리치료 같은 것들을 포함한 헬스 플랜의 세부내용을 알아두면 나중에 놀라거나 불쾌해질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다.
보험이 없는 경우는 비용이 감당 못할 수준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의사 약속 전에 진료비가 얼만지 물어보는 것이 필수다. 무조건 현찰로 내야하는지 차등제나 할부 납부도 가능한지, 또 무슨 서류를 가져가야 하는지도 물어본다.
의사 오피스에서는 기다리는 일이 많다. 그게 싫으면 약속을 그날의 처음 혹은 두 번째 환자 순서로 스케줄을 잡는다. 중요한 약속이 있거나 스트레스가 심한 날은 의사 방문을 피한다.
◆의사 만나기 전에 할 일
이번 방문의 목적이 무엇인지 살펴본다. 정기 검진인지, 후속 검진인지, 새로운 증상 때문인지, 앞으로의 계획(예를 들어 임신이나 생활의 큰 변화)을 앞둔 점검인지 등을 분명히 하고 문의할 리스트를 작성한다.
이 약속을 잡느라 몇주 혹은 몇 달이 걸렸다면 의사에게 하고 싶고 묻고 싶은 말이 엄청 많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의사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10분 남짓이므로 수많은 문제를 다 꺼내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양보다 질적인 만남을 위해 중요한 순서대로 몇가지 이슈에 집중한다.
처음 찾아가는 의사 방문에는 예방접종 카드나 마지막 매모그램 혹은 결장경 검사 결과를 챙겨간다. 이런 기록을 받아두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리므로 미리 준비한다.
만일 없던 증상이 새로 생겼다면 증세 일지를 만들어 가져간다. 어떻게 아픈지, 언제 그런지, 얼마나 오래 가는지, 어떨 때 더 심해지고 어떤 때 나아지는지 등등. 만일 의사가 혈액검사나 X레이 등 몇가지 검사를 해보자고 할 수도 있으므로 시간을 넉넉히 잡고 간다.
보험카드는 물론이고 전에 한 검사 결과들, 현재 복용약 리스트나 약병들을 가져가는 것이 좋다. 기다리는 동안 읽을 수 있는 책이나 뜨개질거리, 수도쿠 등을 마련한다.
◆의사 방문 당일
첫 방문이면 15분 전에 도착해 서류 작성을 한다. 요즘엔 오기 전에 온라인이나 이메일로 하도록 권장하는 곳도 있다. 환자가 많은 곳일수록 대기시간이 늘어지면서 오래 기다리게 될 수 있다. 짜증내면 나만 손해, 이 시간을 유용하게 사용하도록 노력한다.
의사를 만나면 내 얘기도 중요하지만 의사 이야기를 잘 들어야 한다. 자신의 건강상태에 관해 미리 알려야 할 것들을 말하고, 의사가 알고 싶은 것들에 대해서도 성실하게 답변한다. 면담하면서 기록해두면 큰 도움이 된다.
신체검사를 할 때는 중요 부위가 아니어도 환자가 원하면 가운을 요구할 수 있고, 보호자의 참석을 요구할 수도 있다. 신체 검진과 각종 검사들도 중요하지만 가장 필요한 것은 의사와 환자의 대화이고, 눈을 마주한 면담을 통해 정확한 진단이 내려질 수 있다. 불행히도 요즘 의사들은 전자 의료기록 시스템 때문에 환자를 보는 동안에도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따라서 환자 앞에서 계속 컴퓨터로 멀티태스킹 하는 의사를 이해해주되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는 일에 주저할 필요는 없다.
면담 시간이 다 된 듯해도 중요한 사항이 남아있거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시간이 많이 갔지만 조금 더 알고 싶은게 있다”고 정중하게 요청한다. 그래도 미진하면 간호사에게 물어보거나, 전화나 이메일로 팔로업 할 수 있는지 알아보거나, 다음번 약속을 잡는다.
요즘 많은 닥터 오피스는 방문 내용 요약을 프린트해서 주기도 하고, 환자 포탈사이트가 있어서 검사 결과나 진료 기록을 공유하기도 한다.
◆집에 돌아와서
의사 방문 내용을 점검해본다. 궁금한 것이 풀렸는지, 가장 중요한 문제들에 답을 얻었는지, 이제부터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등을 생각해보고 확실치 않은 것이 있으면 오피스로 전화해 간호사에게 물어보거나, 닥터가 한가한 시간에 전화해달라고 요청하거나, 환자 포탈에 메시지를 남긴다. 그러나 이런 것은 팔로업 차원이어야지, 질문이 10가지로 늘어난다면 다시 의사 약속을 잡아야 한다.
처음 만난 의사가 뭔가 불편하고 신뢰가 생기지 않는다면 과감하게 그를 떠나고 다른 의사를 찾는다. 친절한 의사는 드물다며 참는 사람들이 많지만 대화와 소통능력이 부족한 의사를 견딜 필요는 없다. 의사에게 편지나 이메일로 떠나는 이유를 써보내도 좋다. 의사들은 환자의 피드백을 거의 받지 못하기 때문에 당장은 기분 나빠도 장기적으로 그에게 도움이 된다.
항암치료나 심장수술 등의 중요한 시술에 관해서는 세컨 오피니언을 얻는 것이 좋다. 보험회사도 중요한 치료에 대해서는 두번째 진료를 커버해준다. 담당의사도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 의사의 치료 계획을 따를 생각이라면 그의 판단을 신뢰하고, 그를 떠날 생각이라면 의료기록을 요청해 새로운 의사에게 가져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