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답이 ‘예스’인 이유
독감시즌 길면 5월까지 유행
백신 효과 떨어진다고 해도
맞았을 때와 맞지 않았을 때
독감 걸릴 절대위험 1%p 낮아
백신의 혜택 피해보다 훨씬 커
대답은 ‘예스’. 독감 시즌은 보통 12월에서 2월까지지만 많은 경우 5월까지도 계속되기 때문이다. 주사를 맞은 후 면역이 발동하는 데는 2주가 소요되니 당연히 1월 중순이라도 맞는 것이 좋다는 얘기다.
독감 바이러스는 불안정하며 매 시즌 많이 변화한다. 따라서 1년 전에 맞은 면역주사가 올해는 작용하지 않는 것이다. 매년 여름 과학자들은 다음 해에 어떤 변종이 유행할 지를 놓고 최선의 추측을 도출한다. 독감 시즌이 미국보다 먼저 오는 호주와 같은 나라들의 데이터도 살펴보고 거기에 맞는 예방주사를 만든다.
이번 시즌의 인플루엔자 백신은 H1N1과 H3N2, 그리고 B/빅토리아 계통의 균주에 가장 잘 방어하도록 제조됐다.(일부 백신은 B/야마가타 계통도 방어한다) 지난해 과학자들의 추측은 나쁘지 않았던 셈이다. 지금 기승을 떨치고 있는 독감이 H3N2이기 때문이다.
예방접종을 받은 사람도 독감에 걸릴 수 있는 것은 어느 해나 마찬가지다. 플루 백신은 독감에 걸릴 위험을 줄이는 것이지 없애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백신이 ‘별로 효과가 없다’고들 해도, 맞는 것이 안 맞는 것보다는 나은 것이다. 사실 효과가 많다, 적다 하는 것은 상대적인 개념이므로 어휘 사용에 있어서 좀더 신중해야 한다.
2010년에 학자들은 수집할 수 있는 모든 독감 예방접종 연구에 대한 메타 분석을 발표했다.
백신이 효과 있었다고 여겨진 해에 독감에 걸린 사람은 백신 맞은 사람의 1.2%, 맞지 않은 사람의 3.9%였다. 절대위험도 감소가 2.7% 포인트인 것이다. 이것은 한 사람이 혜택을 보기 위해서 치료받아야 할 사람의 수(N.N.T. 개념)가 37이라는 뜻이다. 매년 수백만명이 독감에 걸리기 쉽고, 수천명이 사망하는 것을 감안할 때 이것은 공중 보건에서 크나큰 성과라 할 수 있다.
또 백신 효과가 별로 없었다고 여겨진 해의 연구에서는 백신 주사를 맞은 사람의 1.1%, 맞지 않은 사람의 2.4%가 독감에 걸렸다. 절대위험도 감소는 1.3%포인트, N.N.T.는 77이다. 즉 77명이 백신 주사를 맞을 때마다 1명은 독감에 걸리지 않게 된다.
올해의 독감 백신이 지금 사람들이 말하는 것보다 훨씬 더 나쁘다고 한번 가정해보자. 아마 절대위험도 감소는 1% 포인트 정도로 낮을 것이고, N.N.T.는 100이 될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나쁘지 않은 수치다. N.N.T. 100에서는 플루 주사를 맞는 100명당 1명이 독감에 안 걸리는 것이니, 수많은 다른 치료들과 비교해도 꽤 낮은 수치인 것이다.
더구나 2016년 발표된 코크레인 리뷰(Cochrane review)에서는 6세 이하 어린이의 N.N.T.가 단지 6으로 나타났다. 독감으로 인한 어린이 사망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대단한 의학적 성과가 아닐 수 없다.
독감 예방주사는 부정적인 측면이 거의 없고, 심각한 부작용도 극히 드물다. 효과가 없다고 알려진 해에도 그 혜택이 피해보다 훨씬 크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매년 미국에서 900만에서 3,600만명이 독감에 걸리는 것으로 추산한다. 이 가운데 14만에서 71만명이 병원에 입원하고, 1만2,000에서 5만6,000명이 사망한다.
어느 해에도, 어느 백신도 우리를 완벽하게 독감으로부터 보호해줄 수는 없다. 그러므로 일상에서 감염되지 않도록 예방수칙을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규칙적으로 손을 씻고(특히 먹기 전에는 꼭), 아픈 사람과 접촉하지 않으며, 자신이 아플 때도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피한다. 그러나 독감으로 앓아누울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은 바로 플루 샷을 맞는 것이다. 그것은 어느 해나 그렇고, 올해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