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은 전 세계 ‘얼리어답터’(Early Adopter)들을 설레게 하는 달이다. 매년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국제 전자제품박람회’(CES)가 열리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규모인 CES에는 그해 전자업계 트렌드를 주도할 신제품들이 쏟아져 나온다.
해마다 CES의 최대 관심사는 가전제품과 컴퓨터 등 하드웨어였지만 최근 몇 년간 ‘인공지능’(A.I.) 기술에 그 자리를 내주고 있다. 올해도 CES의 최대 화두는 인공지능으로 인공지능 신기술과 인공지능이 접목된 신제품에 대한 기대가 높다. 뉴욕 타임스가 인공지능 관련 제품이 대거 선보인 올해 CES를 살펴봤다.
◇ 알렉사 및 인공지능 스피커
아마존의 인공지능 기술인 ‘알렉사’(Alexa)를 탑재한 인공지능 스피커 에코가 지난해 크리스마스 선물로 가장 큰 인기를 모았다. 아마존에 따르면 지난 연말에만 에코 제품이 수천만대 이상 판매됐을 정도다. 알렉사는 그 여세를 몰아 올해 CES에서도 단연 가장 높은 관심을 받았다. 알렉사 기술이 응용된 인공지능 스피커 에코를 단순히 음악을 틀어주고 정보를 찾아주는 ‘재미’있는 제품으로만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에코를 통한 알렉사의 음성 명령 시스템이 다양한 가전제품에 접목돼 집안 전체를 스마트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전등, 진공청소기, 알람 시스템, 커피 메이커 등 각종 가전제품을 음성 명령만으로 작동시킬 수 있고 심지어 에코를 통해 장거리는 물론 각종 제품까지 주문 가능하다. 이번 CES에서는 아마존의 알렉사 외에도 구글사의 구글 홈, 애플사의 ‘홈 포드’(HomePod), 삼성의 ‘빅스비’(Bixby) 등 경쟁사의 인공지능 기술과 관련 제품도 소비자들의 평가를 기다리고 있다.
◇ 스마트 시티
음성 명령이나 원격 조정으로 집안 내 각종 가전제품과 설비를 작동시키는 스마트 홈이 선보인 지 이미 오래다. 올해는 스마트 홈의 경계를 뛰어넘는 ‘스마트 시티’(Smart City) 개념이 소개됐다. 마치 영화에서나 볼법한 미래형 도시가 우리 눈앞에 현실로 펼쳐지는 것이다. 스마트 시티에서는 더 이상 빈 주차공간을 찾기 위해 주차장을 빙빙 돌아야 하는 불편이 없어진다. 센서로 이미 주차된 공간과 빈 공간을 운전자에게 알려주기 때문이다. 쓰레기통이 꽉 차 다음번 수거일까지 기다려야 할 필요도 없다. 쓰레기통이 차면 수거 회사로 통보돼 그때마다 쓰레기 수거 서비스가 실시된다. 가로등에 공기오염 측정기 설치돼 가로등의 기능이 업그레이드될 뿐만 아니라 강변에도 오염 측정 모니터가 설치돼 불법 폐수 배출 실시간 감시가 가능하다.
◇ 스마트 카
자율주행차량에 대한 연구가 한창이다. 그러나 완벽히 스스로 운행되는 차량이 현실화되려면 아직 오랜 기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완벽한 자율주행차량이 개발되기 전까지 중간단계로 스마트 차량이 우선 대세를 이룰 전망이다. 이번 CES에서 포드, 현대, BMW, 아우디 등 주류 차량 제조 업체들이 인터넷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차량을 선보였다. 스마트 차량에 장착될 대표적인 기능들은 주차 도움 기능과 자동 충돌 방지 시스템 등이다.
또 기술 업체와 차량 업체가 공동으로 제작한 ‘컨넥티드 차량’(Connected Car)도 소개된다. 차량 내부의 대시 보드를 통해 개솔린 가격과 주차비를 지불하는 한편 기능이 향상된 사이드 미러와 백미러 기술이 컨넥티드 차량의 핵심 기술이다. 차량 기술 업체 ‘젠텍스’(Gentex)사는 홍채 인식을 통해 운전자의 신원을 확인한 뒤 엔진에 시동을 걸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들고 나온다.
◇ 5G 인터넷
바늘과 실이 함께 가야 하듯 인공지능 기술을 제대로 즐기려면 인터넷 속도가 필수다. 이번 CES에서는 인터넷 사용자들이 목말라하던 차세대 인터넷 기술 연구 성과가 공개된다. 무선 인터넷 서비스 업체 AT&T와 버라이즌 등은 그동안 진행해 온 5세대(5G) 인터넷 기술 연구 성과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할 계획이다.
5G 인터넷 기술이 실현되면 스마트폰으로 영화 한편 다운로드하는데 고작 5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기존 4G 기술보다 100배나 빠른 속도로 인터넷 세상을 뒤집어 놓을 기술로 평가받는다. 5G 인터넷 기술은 빨라야 2020년쯤 되어야 소비자들의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뉴욕 타임스><준 최 객원기자>
2018년‘국제전자제품박람회’ 참석자가 화장품 업체의 피부스캐너로 피부 상태를 점검받고 있다. <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