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방향 전환·불안정한 착지 전방십자인대 파열 위험 높여 미세혈관 함께 터지면 붓고 통증 자연치유 안돼 인대 재건수술해야
손목·엉덩이뼈 관절도 자주 다쳐 넘어질 때 손으로 슬로프 짚지 말고 몸통 전체로 미끄러져야 덜 위험
3년 전 농구를 하다 무릎을 다친 적이 있는 33세 남성 직장인 A씨. 당시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는데 지난주 말 무리해서 상급자 스키 코스를 타다 급경사에서 중심을 잃고 넘어져 몇 바퀴를 굴렀다. 무릎에서 “뚝” 소리가 나는 느낌이 들어 순간적으로 ‘부러진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릎과 엉덩관절 쪽이 욱신거렸지만 다행히 일어날 수는 있었다. 출발한 지 얼마 안 됐고 스키를 타고 내려갈 엄두가 안 나 절뚝거리며 걸어서 올라가 리프트를 타고 내려왔는데 통증과 함께 무릎이 붓기 시작했다. 집 근처 정형외과 병원을 찾으니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됐다며 재건수술을 하자고 했다.
‘겨울 스포츠의 꽃’으로 불리는 스키와 스노보드.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슬로프를 타고 미끄러지듯 내려오며 짜릿함을 맛볼 수 있다. 하지만 왕초보는 물론 실력보다 위 등급의 코스를 타다가 중심을 잃고 넘어지거나 다른 사람과 부딪치면 타박상, 손목·다리뼈 골절, 무릎관절의 십자인대 파열 등 큰 부상을 입을 수 있다.
스키장에서 부상 빈도가 가장 높은 부위는 무릎(15%)이며 A씨처럼 십자인대 파열이 흔하다. 굵은 실타래처럼 생긴 십자인대는 무릎의 앞뒤에서 전방 및 후방 십자인대가 X자 모양으로 교차하며 관절의 안정성을 유지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 중 정강뼈가 넙다리뼈(대퇴골) 앞으로 밀려 나가지 않게 잡아주는 전방십자인대(길이 3.1㎝, 폭 1.1㎝ 안팎)는 스키·농구·축구·스쿼시 등 스포츠 활동 중 갑작스럽게 몸의 방향을 전환하거나 점프 후 불안정한 자세로 착지할 때, 상대방과 부딪치거나 태클에 걸려 무릎이 확 비틀릴 때 파열 위험이 높아진다. 정강뼈가 넙다리뼈 뒤로 밀려 나가지 않게 잡아주는 후방십자인대에 비해 강도가 절반 이하다.
전방십자인대가 심하게 파열되면 미세혈관도 함께 터져 무릎관절에 피가 고이고 퉁퉁 부으며 심한 통증이 생긴다. 이광원 강북힘찬병원장은 “심하게 파열된 십자인대는 저절로 치유되지 않기 때문에 관절내시경으로 손상된 인대를 교체하는 재건수술을 해야 한다”며 “방치할 경우 나사 풀린 자동차가 비포장길을 달릴 때처럼 무릎관절에 큰 충격이 가해져 무릎관절 사이의 반월상 연골판까지 손상돼 젊은 나이에 퇴행성 관절염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손경모 웰튼병원 관절센터 진료부장은 “수술 이후에도 재손상을 예방하고 재건된 인대가 완벽히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인대가 약간 손상된 경우 1~2주가량 지나면 저절로 증상이 완화되기는 하지만 고정 깁스를 하거나 보조기 착용, 부기를 빼고 통증을 완화시켜주는 약물 복용 등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게 연골 손상 등 예방에 좋다”고 조언했다.
스노보드는 양발이 보드에 고정돼 있어 십자인대를 다칠 위험은 적지만 앞뒤로 넘어지는 과정에 손목·엉덩이뼈나 관절 등을 다치기 쉽다. 따라서 넘어질 때 손으로 먼저 땅을 짚는 것을 피해야 한다. 체중의 수 배에 이르는 충격이 손목에 가해지면 관절이 비틀어지거나 꺾이면서 손목 인대가 손상되고 팔·어깨까지 부상을 입을 수 있다.
스노보드를 타다 넘어질 때는 몸에 힘을 빼고 손을 가슴에 모은 채 체중이 앞 또는 뒤로 서서히 쏠리도록 해 몸통 전체로 미끄러지는 게 부상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일어날 때도 손바닥을 쓰는 것보다 주먹을 쥐는 게 손목 인대 손상을 막는 데 좋다. 스노보드에 능숙한 사람도 무리하게 고공 점프를 하다 착지를 잘못하면 골절상을 입을 수 있으므로 과욕은 금물이다.
부상을 피하려면 스키·스노보드 운동 전 스트레칭을 해주고 슬로프를 내려오면서 갑자기 방향을 틀지 않도록 한다. 손목·무릎 보호대나 헬멧 같은 보호 장비는 필수다.
단단한 얼음판을 질주하는 스케이트는 도심에서도 즐길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다만 넘어질 경우 멍이 들거나 손목·발목 인대나 뼈, 엉덩뼈·관절을 다칠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뇌진탕 등 예방을 위해 반드시 써야 하는 헬멧은 물론 무릎·손목 보호대를 착용해야 충격을 줄일 수 있다. 엉덩관절(고관절)을 다친 후 대수롭지 않게 여겨 방치하면 치유가 어렵거나 수술 후 오랜 재활기간이 필요할 수 있다. 또 미끄러져 발목을 접질리면 발목관절을 지탱하는 인대가 늘어나거나 찢어져 발목이 붓고(발목염좌) 통증이 생길 수 있다. 부상을 입었으면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게 좋다.
<임웅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