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베테랑스 에듀
김형준 법무사팀
첫광고

순백의 백록담...초록의 곶자왈

지역뉴스 | 라이프·푸드 | 2018-01-12 09:09:48

제주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

눈 내린 한라산 어리목 산길

가지마다 눈꽃·상고대 장관

사철 짙푸른 화순 곶자왈은

북방·남방한계 식물 어우러져

겨울에는 눈을 쫓아다녀야 한다. 눈이 없는 겨울 풍경은 을씨년스럽기 때문이다. 한라산에 눈이 내렸다는 예보를 듣고 제주로 내려왔다. 도착해서 제주관광공사에 들러 귀동냥을 했더니 “눈이 내린 지 이틀이 지났고 중산간 아래로는 모두 녹았지만 해발 1,000m 위로는 눈이 남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제주관광공사가 추천한 12월 제주관광 10선 보도자료에는 흰 눈이 무색할 정도로 푸르른 곶자왈도 들어 있었다. 곶자왈은 사시사철 짙푸른 활엽수림이 하늘을 가리고 있는 터라 눈 덮인 백록담과 푸르른 숲을 대비시켜 보고 싶었다. 마침 제주의 하늘은 시리도록 파랬고 다음날 예보는 강설 표시가 돼 있었다. 눈이 내리면 시계 확보가 어려울 것 같아 우선 어리목으로 방향을 잡았다.

어리목에서 올려다본 한라산은 눈이 부셨다. 눈은 흰색이건만 눈이 내린 한라산은 은빛으로 빛났다. 어리목은 국립공원관리사무소가 있는 5개 탐방로 중 하나다. 성판악·어리목·영실·돈내코·관음사 등 5개 탐방로 중 백록담 정상으로 오를 수 있는 탐방로는 성판악·관음사 두 곳뿐이지만 해발 1,700m 윗새오름 남벽 분기점까지 이어지는 어리목 코스는 그에 못지않게 인기가 많은 탐방로다. 특히 남벽 순환로를 따라 1.2㎞ 더 나아갈 수 있는데 과거에는 이곳에 정상까지 이어지는 루트가 있었지만 풍화·침식으로 폐쇄되고 말았다. 

오후1시가 넘어 도착한 어리목광장에서 사재비오름까지는 낙엽활엽수림이 펼쳐지는데 한 시간쯤 걸리는 1,400m 고지에 이르면 숲이 끝나고 고산 초원이 펼쳐져 시계가 트인다. 사재비오름까지는 가파른 숲길이지만 이후부터는 경사가 완만해져 힘들이지 않고 갈 만하다. 그래도 윗새오름까지는 왕복 5시간 동안 눈길을 걸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산길로 접어들자 어리목광장 위로는 나뭇가지마다 눈꽃과 상고대가 장관을 이뤘고 하얀 눈을 뒤집어쓴 백록담의 모습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어리목광장 한쪽에서는 제주관광공사가 주관하는 소규모 축제도 열리고 있어 등반이 부담스러운 가족단위 관광객들이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눈 장난에 정신이 없었다. 

첫날은 그 정도로 한라산 눈 구경을 마무리한 뒤 다음날 일찌감치 서귀포의 이곳저곳을 배회하다가 박영석 해설사와 약속 시간에 맞춰 화순곶자왈로 향했다. 박 해설사는 기자가 5~6년 전에 한 번 수고를 끼친 적이 있는데 박식하고 성실한 분이다. 1년에 전국 각지를 돌며 40~50명의 해설사를 만나지만 그를 뚜렷이 기억하는 이유다. 

박 해설사 역시 수많은 관광객들을 만나 해설을 할 텐데 용케도 기자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를 통해 화순곶자왈의 설명을 듣게 됐다는 사실에 마음이 놓였다. 박 해설사는 “화순곶자왈은 폭 1.5㎞, 길이 9㎞ 규모로 안덕면 상창리 병악오름에서 분출한 용암이 화순으로 흘러내려 생성됐다”며 “이곳의 용암은 점성이 높아 뾰족하고 거친 모양의 바위가 조성됐다”고 말했다.                 

그 같은 환경 위에 지금처럼 빽빽한 숲이 덮인 것은 지난 1975년 이후다. 연탄과 석유 사용이 대중화되면서 땔감 채취가 뜸해지자 활엽수와 관목들이 생태계를 복원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때는 낙엽수도 번성했지만 지금은 한반도의 아열대화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상록활엽수림이 번성하고 있다. 박 해설사는 곶자왈의 정확한 의미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곶자왈은 ‘곶’과 ‘자왈’이 합쳐진 제주어로 곶은 ‘숲’이라는 뜻이고 자왈은 ‘나무와 덩굴이 성겨 수풀이 조성된 곳’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의 곶자왈은 용암 분출 때 생성된 돌무더기로 인해 농사를 지을 수 없어 그동안 방목지로 이용하거나 땔감을 얻는 벌목소, 약초 등을 채취하는 장소로만 이용되는 등 불모지로 분류돼왔다. 그러나 박 해설사는 “곶자왈 내 화산암으로 조성된 지하에는 강수를 저장하는 능력이 있는데다 북방한계 식물과 남방한계 식물이 공존하며 숲을 이뤄 생태계의 허파 역할을 하고 있다”며 “곶자왈은 투습성이 좋아 비가 오면 지하로 스며든 물이 해안가의 용천수로 나오기까지 18년 정도 걸려 저수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도에서는 1997년 이래 곶자왈 지대를 지하수 보존 2등급 및 생태보전 3등급 지역으로 관리하고 있는데 도내 곶자왈의 면적은 113.3㎢로 제주도 면적의 6%를 차지하며 제주의 생태를 보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리 2045 

<글·사진(제주)=우현석객원기자>

순백의 백록담...초록의 곶자왈
순백의 백록담...초록의 곶자왈

어승생악에서 바라 본 백록담. 눈이 내린 한라산은 은빛으로 빛났다(위 사진).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생활비 부담에…“병원치료 미루고 끼니까지 걸러”
생활비 부담에…“병원치료 미루고 끼니까지 걸러”

절반, 경제적 어려움 호소투잡 뛰고, 휴가 포기까지주택 소유주, 더 부담느껴  미국인들이 높은 주택 가격과 렌트비 부담으로 인한 생활비 부담에 필요한 병원치료를 미루고 끼니까지 거

“해외 영주권자 사회복무요원도 귀가여비 줘야”

권익위, 병무청에 제도개선 의견 전달 미국 등 해외 영주권을 보유한 상태에서 스스로 병역 의무를 이행하는 사회복무요원에게도 현역 병사와 동일하게 소집해제 시 귀가 여비를 지급해야

“두경부암, 담배·인유두종바이러스 감염 때문에 발생”
“두경부암, 담배·인유두종바이러스 감염 때문에 발생”

두경부란 눈·뇌·귀·식도를 제외한 구강, 구인두, 후두, 하인두, 비인두, 갑상선, 침샘 등을 통칭한다. 특별한 징후 없이 목소리가 변하거나, 목의 통증, 입속 궤양이 3주 이상

잡음이 끊이지 않는‘개정 FAFSA’… 혼란 언제까지
잡음이 끊이지 않는‘개정 FAFSA’… 혼란 언제까지

대학 입학 통보를 받았거나 이미 등록을 마친 수백만 명의 학생은 현재 학생 본인이 부담해야 할 최종 학비가 얼마나 될지 계산하느라 바쁠 것이다. 대학 진학을 앞둔 학생의 학자금 마

실명 주원인 당뇨망막병증, 10년 새 41.8% 증가
실명 주원인 당뇨망막병증, 10년 새 41.8% 증가

눈 망막은 사물을 볼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신경 막이다. 빛을 감지해 시각 정보를 시신경을 통해 뇌에 전달해 색깔과 사물을 구별할 수 있게 한다. '당뇨망막병증(diabetic r

시도 때도 없이 복통·변비·설사 하는데…
시도 때도 없이 복통·변비·설사 하는데…

과민성대장증후군에서 벗어나려면? 운동·휴식·지중해 식단 치료에 도움 <사진=Shutterstock>   과민성대장증후군은 대장의 기능성 질환 중 하나다. 생명을 위협하는

폐암처럼 5년 이내 50% 사망…‘심장 질환 종착역’
폐암처럼 5년 이내 50% 사망…‘심장 질환 종착역’

■ 심부전 심부전(heart failure)은 심장 기능이 떨어져 혈액이 온몸으로 충분히 공급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숨 차고, 붓는 증상이 나타나고 반복적으로 입원하면서 삶의

25년 만에 짜장면보다 싸진 스타벅스 커피...이래도 '된장녀'라고 모독합니까?
25년 만에 짜장면보다 싸진 스타벅스 커피...이래도 '된장녀'라고 모독합니까?

스타벅스의 역사 ‘이용재의 식사’ 연재를 하며 여태껏 스타벅스의 역사를 다루지 않았다니. 필자인 내가 더 놀랐다. 스타벅스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커피 및 카페 브랜드이기도 하지만

납세 증명서 없어도 OK…해외 이주 신고 편리해졌다
납세 증명서 없어도 OK…해외 이주 신고 편리해졌다

해외이주법 시행령·규칙동포청, 현실 맞게 개정 재외동포청(청장 이기철)은 결혼이나 취업 등으로 해외에 이주하려는 사람들이 편의를 높이기 위해 해외이주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을 현실에

한국 휴대폰 없어도 ‘본인 인증’
한국 휴대폰 없어도 ‘본인 인증’

10월중 비대면 신원확인 서비스 추진주민등록번호 있는 재외국민전자상거래 등 디지털서비스 이용 가능 오는 10월부터 한국 주민등록번호가 있는 재외국민은 한국 휴대전화가 없어도 전자상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