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암 생존율은 불과 10~20년 전만 해도 50% 미만이었지만 이제는 60~70% 수준까지 올라왔습니다. 정확한 투자와 노력만 있다면 백퍼센트는 아니더라도 근접한 수준에 도달할 날이 곧 올 것입니다.”
최인표(사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면역치료제융합연구단장은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통해 암 치료의 미래에 대해 낙관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우리가 개발 중인 자연살해(NK) 면역세포치료제 역시 후속 임상연구만 잘 진행된다면 향후 3년 안에 의료 현장에서 쓰일 수 있을 것”이라며 “기존 치료법에서 한계를 보였던 몇몇 난치암의 문제를 면역치료제들이 해결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으론 아직 면역치료제에 대해 상대적으로 적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정부 및 국내 기업에 대한 우려도 드러냈다. 최 단장은 “2025년이 되면 암 환자의 절반 이상은 면역치료를 받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 관측”이라며 “글로벌 제약사들이 앞다퉈 면역항암제에 투자 중이지만 지나치게 약값이 고가다.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가격 경쟁력을 갖춘 한국형 치료제를 반드시 개발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최 단장은 암 치료의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면역치료의 중요성에 대해 가장 먼저 주목한 국내 학자 중 한 명이다. 26년간 면역학 연구에 매달린 끝에 사람 몸속에 존재하는 면역세포인 자연살해(NK)세포를 활용, 암세포만을 공격하게끔 하는 세포치료제 기술을 개발해냈다. 그가 개발한 ‘CAR-NK(키메라 항원 수용체-NK세포)’는 기존 암 치료제보다 항암 효과가 월등한 것은 물론 한번 주입하면 체내에 2주 이상 머물며 끊임없이 암을 공격한다. 최근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아 화제를 모은 ‘CAR-T(키메라 항원 수용체-T세포)’ 치료제와 효과·장점 모두가 비슷하지만, ‘CAR-T’가 환자 몸속 면역세포를 배양해 사용하는 반면 최 단장의 ‘CAR-NK’는 타인의 면역세포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최 단장은 “자기 면역세포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겠지만 대다수 암 환자의 경우 건강한 사람에 비해 세포 수 자체가 적은데다, 세포 증식도 잘 안되고, 기껏 키워낸 면역세포가 암세포와 잘 싸우지도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우리는 환자 가족 가운데 건강한 사람의 조혈줄기세포로 NK세포를 대량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해 면역 반응과 증식 문제 모두를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불응성 백혈병을 대상으로 한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며, NK세포를 투여한 결과 (대조 환자군에 비해) 생존율이 5배가량 늘어났다는 결과를 얻었다”며 “현재 폐암에 대해서도 지난해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받아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김경미·이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