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전단계였던 130~139
새 지침에선 ‘1단계 고혈압’
두 달간 운동·식이요법 후
계속 높으면 혈압약 먹어야
몸무게 줄이고 매일 운동
소금 섭취량 줄이면 개선
지난주 13일 미국 심장협회(American Heart Association, AHA)와 미국 심장병학회(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 ACC)는 공동으로 1단계 고혈압 진단기준을 130/80㎜Hg로 낮춘다는 내용의 새로운 고혈압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기존 고혈압 진단기준은 140/90㎜Hg. 이에 따라 미국 성인의 절반 가까이에 해당하는 1억300만 명(성인의 46%)이 고혈압으로 진단될 것으로 추산된다.
한편 올 초 미 내과학회(American College of Physicians)와 미국 가정의학과 학회(American Academy of Family Physicians)는 심혈관계 질환 병력이 없는 60세 이상은 지속적으로 혈압이 150/90㎜Hg 이상으로 나타나면 혈압 관리 목표치를 150/90 미만으로 잡을 것을 권고하는 지침을 내놓은 바 있다. 새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고혈압에 해당되는 한인들도 많다. 환자들은 헷갈릴 수도 있다.
서울메디칼 그룹 회장 차민영 내과전문의는 “이번에 두 심장단체의 기준이 바뀌어 수축기 혈압(최고혈압)이 130㎜Hg로 나왔다고 해서 바로 약물 치료를 시작하라는 얘기라고 이해하기 보다는 140 넘는 진짜 고혈압으로 진행되기 전에 운동과 식이요법을 필수로 시작하라는 강력한 예방 경고인셈”이라 풀이했다.
차 전문의의 도움말을 빌어 고혈압 지침과 관리법에 대해 살펴보았다.
#고혈압 진단 기준이 더 낮아졌다. 현실적으로 환자들에게 130 조금만 넘어도 약을 바로 처방할 수 있다는 얘기일까?
차 전문의는 “그렇지 않다. 일선에서도 최고혈압이 130 또는 140으로 병원에서 진단돼도 바로 약을 시작하라기보다는 먼저 두 달 정도는 환자에게 운동과 식이요법을 시작하게 한다. 몸이 변하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저염식으로 가능한한 염분(소금) 섭취를 줄이고, 운동을 거의 매일 하게 하며, 과체중이면 체중을 줄이고, 잠도 푹 자고, 스트레스 조절 등 여러 생활 수칙을 통해 혈압을 떨어뜨리게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해도 혈압이 떨어지지 않거나, 계속 높은 상태를 유지하고, 집안 식구 중에 가족력이 있다면 결국 혈압약을 먹게 된다”고 설명했다.
기존의 고혈압 기준은 140/90㎜Hg 이상이면 1단계 고혈압으로 진단됐었다.
새로운 가이드라인에 의하면 기존의 고혈압 전단계에 해당하는 130~139가 제1단계 고혈압에 해당된다.
새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정상혈압은 120/80㎜Hg 이하. 고혈압 전단계 120~129, 80 미만, 제1단계 고혈압 수축기(최고) 130~139, 이완기(최저) 혈압 80~89, 제2단계 고혈압은 수축기 140 이상, 이완기 90 이상. 또한 응급 케어가 필요한 고혈압 위기는 수축기 180 이상 또는 이완기 120 이상일 때를 말한다.
#혈압을 낮추기 위해서는
먼저 짜게 먹지 않는다. 차 전문의는 “쉽지 않지만 지금보다는 1/3 정도로 소금 섭취량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한고혈압학회에 따르면 경증 고혈압 환자가 4주간 염분 섭취를 하루 3g으로 줄인 결과, 하루 12g으로 섭취했을 때보다 수축기는 16㎜Hg, 이완기는 9㎜Hg정도로 감소한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칼슘과 칼륨 섭취는 몸안의 나트륨을 중화하는 효과가 있으며, 혈압 조절에 도움된다. 바나나, 시금치 같은 녹색 채소에 칼륨이 많다.
또한 과체중이면 체중을 줄여야 한다. 차 전문의는 “체중을 줄이면 혈압이 많이 떨어진다. 170파운드 나가던 사람이 150파운드로 20파운드 줄이면 혈압은 10㎜Hg 이상 감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운동도 중요하다. 빨리 걷기나 조깅 같은 유산소 운동을 하루 30분 이상 하는 것이 좋다. 일주일에 4~5회 이상 하는 것이 좋다. 매일 하기 힘들다면 30분을 하루 중에 나눠서 틈틈이 해도 좋다.
잠을 7시간 이상 자는 것도 혈압 조절에 도움된다. 잠을 적게 자면 혈압이 상승할 수 있다. 또한 평소 스트레스도 조절한다.
차 전문의는 “기존에 130~140 사이에 해당되는 환자들은 처음부터 약을 쓰지 않고, 고혈압이 발생하지 않도록 두 달 정도 꾸준히 운동과 식이요법을 권장했었다. 이제는 130~140 해당되는 사람이면 권장사항이라기 보다는 필수적으로 비 약물적 생활요법을 지켜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가족력이 있다면 약물 치료가 필요할 수도
차 전문의는 “집안 식구 중에 고혈압 병력이 있다면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혈압을 조절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 결국 혈압약을 처방해야 하는 확률이 가족력이 없는 사람보다 높은 편”이라 설명했다.
#약물치료는
식이요법과 운동으로도 혈압이 잡히지 않으면 약물치료를 고려하게 된다. 차 전문의는 “심전도상에서도 이상이 있거나, 가슴이 답답해지는 협심증 같은 합병증 증세가 있다면 기다리지 말고 혈압약을 빨리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고혈압약으로는 이뇨제, 베타차단제, ACE 억제제, ARB 제제, 알파차단제, 칼슘통로 억제제, DRI(Direct Renin Inhibitor: 레닌 직접 억제제) 등이 있다. 고혈압약은 좁아진 혈관을 넓히고 혈액 순환이 원활히 되도록 하고 혈압을 낮추는데 목적이 있다.
차 전문이는 “다양한 고혈압약 중에서도 로잘탄(losartan, 브랜드명 Cazaar) 같은 ARB(Angiotensin Receptor Blockers) 제제가 신장 기능도 보호하며 부작용이 거의 없고 안전하다. 가장 먼저 처방되는 약”이라 소개했다.
#고혈압 약을 시작하면 평생 먹어야 할까?
그렇지도 않다. 약은 혈압을 조절하는데 목적이 있다. 차 전문의는 “약은 필요한 사람이 써야 한다. 약을 복용하다가도 운동을 적절히 하고, 체중을 줄이면 혈압이 떨어진다. 혈압이 낮아져 약을 중단해도 된다고 하면 오히려 큰일난다고 생각하는 환자들이 있다. 혈압은 일정수준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혈압약을 복용하다가도 환자 중 10%는 충분히 약을 끊을 수 있다. 고혈압약을 끊는다고 해서 고혈압이 없어진 것이 아니라 약을 복용하지 않아도 조절이 된다는 뜻”이라 설명했다.
약을 끊고 나서도 중요하다. 약을 중단하고 나서 후에 다시 올라가면 다시 고혈압약을 복용하게 된다. 문제는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차 전문의는 “주치의와 상담해서 환자의 현재 상태의 혈압에 맞게 유연성 있게 약물 치료에 대한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혈압 환자는 커피 마셔도 될까?
장기간으로 보면 커피 마시는 것은 혈압에 큰 영향이 없다. 단기간은 혈압이 다소 상승하지만, 커피의 이뇨효과 때문에 오히려 나중에는 혈압이 떨어진다.
#집에서 혈압을 측정할 때는
차 전문의는 “가정에서 혈압을 측정할 때 혈압 조절이 잘 되는 고혈압 환자는 아침에 일어나서 한번 정도 잘 측정하면 된다. 혈압 약을 복용하기 전에 잰다. 한번 정도 150㎜Hg가 나왔다고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전체적으로 잰 수치가 120이하면 좋지만, 120~130 사이면 괜찮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한고혈압학회에서는 아침, 저녁 2회씩 측정할 것을 권하고 있다. 오후 2시 정도가 되면 혈압이 올라간다. 직장인은 아침에 일어나서 혈압을 재고, 퇴근후 잠자리에 들기 전 혈압을 잰다.
#고혈압 위한 한글 안드로이드 앱
웰빙메이트(wellbeingmate)는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한 건강관리 앱이다.
셀폰으로 고혈압 위험인자를 관리할 수 있게 고안됐다. 사용자의 나이대에 맞춘 심박수를 알 수도 있으며, 생활습관 기록을 그래프화해서 한달 생활습관을 체크해볼 수 있다.
●고혈압 예방을 위한 7가지 생활수칙
1. 음식을 골고루 싱겁게 먹는다.
2. 적당한 체중을 유지한다.
3. 매일 30분 이상 운동을 한다.
4. 담배는 끊고 술은 삼가한다.
5. 지방질을 줄이고 야채를 많이 섭취한다.
6. 스트레스를 피하고 평온한 마음을 유지한다.
7. 정기적으로 혈압을 측정하고 의사의 진찰을 받는다.
(대한고혈압학회)
자각증세가 없는 고혈압은 뇌졸중, 심근경색 및 심혈관계질환 위험을 높이는 ‘침묵의 살인자’로 불린다. 그러나 혈압을 낮추면 고혈압의 합병증인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은 예방될 수 있다.